은행 강도 용의자로 지목된 우베 벤하르트와 우베 문틀로스라는 두 남성이 4일 튀링겐주 아이제나흐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됐고, 세 시간 후 180㎞ 떨어진 작센주 츠비카우에서 베아테 채프라는 여성이 주택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은 연관성이 없어 보였으나, 츠비카우의 주택이 두 은행 강도의 은신처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불에 탄 주택을 수색하던 경찰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두 남성이 과거 저지른 범죄를 주제로 대화하는 15분짜리 DVD에서 '독일 여행 : 9명의 터키인 총살'이라는 문구가 나왔다
2000~2006년 터키인 연쇄살인 사건에 쓰인 것과 같은 권총도 발견됐다. 며칠 후 공범 채프가 자수해 범죄를 자백하면서 이들 3인조의 범행 일체가 드러났다.
이들은 2000년 이후 터키인 8명, 그리스인 1명, 여자 경찰관 1명 등 총 10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 동안 독일에서 극우주의자들의 폭력이나 폭행치사 사건이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고의적 '인종청소' 행위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국가 지도자들이 틈만 나면 나치 전범행위를 사과하고 히틀러를 찬양한 인사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나치 잔재 척결에 각별한 노력을 쏟아 온 독일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직접 나서 "매우 수치스럽고, 독일을 부끄럽게 한 행위"라며 "수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최근 위세를 떨치고 있는 신나치주의자들의 행동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책임론도 불거졌다.
쳄 외즈미데르 녹색당수는 "극우근본주의에서 영감을 얻은 피의자들이 10년 동안 사람을 죽였는데 정보기관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며 당국을 비판했다.
보수 성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정보기관, 검찰, 경찰이 신나치 조직과 비밀리에 연계된 것 아니냐"며 수사당국을 다그쳤다.
독일의 극우주의 운동은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그 세를 급격히 불려 특히 구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 16개주 중 지난해 우파 폭력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5개주가 모두 구동독 지역이었다. 방첩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은 신나치 5,600명 등 약 2만5,000명의 극우 근본주의자가 독일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외국인 대상 인종청소 행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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