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 식물 나노생체공학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미래기획] 식물 나노생체공학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 김명수, 윤보현
  • 승인 2015.01.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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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신재료 가능성 보여줘
[한국뉴스투데이 김명수, 윤보현 기자]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이러한 사이보그들은 본질적으로는 사람이지만 기계가 몸의 일부 기능을 대신하여 특별한 괴력을 발휘한다. 생물에 무생물 재료를 결합해 본래 능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MIT의 두 연구는 비슷한 원리를 각각 식물과 박테리아에 적용해 관심을 끈다. 한 연구는 다양한 나노입자를 일반 식물에 통합해 식물의 광합성 활동을 강화하고 주변 환경을 탐지하는 새로운 기능을 갖게 하였으며, 또 다른 연구는 박테리아의 세포 조작을 통해 나노입자를 통합함으로써 전기를 전도하거나 빛을 발산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신재료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들 연구진은 식물이나 미생물을 아울러 생물학과 나노테크놀로지를 접합해 생물과 무생물을 통합하는 기술이 앞으로 에너지 발전과 환경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MIT 화학공학과 마이클 스트라노 교수 팀은 식물에서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는 장소인 엽록체를 모델로 삼아 외부로부터의 손상에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태양광전지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광합성은 식물이 태양광과 물, 이산화탄소로부터 자체적으로 생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광합성은 세포 소기관인 엽록체에서 이루어지며, 내부 엽록소가 태양광을 흡수해서 전자를 이동시킨다.

이 전기 에너지를 통해 포도당을 만들어 식물 성장의 동력으로 삼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엽록체는 입사광의 10% 정도만 흡수하므로 태양광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발전 효율은 높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스트라노 교수 팀은 지난 3월, 엽록체에 나노입자를 주입함으로써 이러한 광합성 기능을 더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다른 종류의 나노입자를 주입해 식물이 주변의 독성가스를 탐지하도록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하였다.

그는 식물이 ‘아주 매력적인 테크놀로지 플랫폼’이라며, 이렇게 식물에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등의 나노 재료를 통합하는 기술을 ‘식물 나노생체공학’으로 칭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트라노 교수 팀의 연구는 여러 단계로 진행되었다. 일단, 이들은 식물에서 분리된 엽록체에서도 광합성작용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분리된 엽록체는 빛과 산소에 의해 생기는 활성산소, 초민감 분자가 광합성 단백질을 손상하기 때문에 몇 시간이 지나면 광합성 작용이 멈추게 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나노세리아’라고도 알려진, 산화세륨을 포함한 나노입자를 엽록체에 주입하면 광합성 활동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노세리아는 매우 강력한 항산화제로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므로 분자 손상을 현저히 줄여 광합성 활동을 몇 시간 더 연장해준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엽록체를 둘러싼 지방질막을 뚫고 나노세리아를 주입하기 위해 ‘LEEP(Lipid Exchange Envelope Penetration)’라는 새로운 주입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흡수할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를 엽록체에 주입해 광합성 효과를 49%나 높이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는 탄소나노튜브가 인공 안테나 역할을 함으로써 자외선, 근적외선, 녹색 등을 포함한 다양한 파장의 빛을 흡수한 결과로 추정된다.

식물에 나노입자 주입하면 새로운 기능 가능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살아 있는 식물 자체에 나노입자를 주입하는 방법도 시도했다. 이들은 애기장대라는 작은 풀꽃의 이파리 밑면에 탄소나노튜브가 포함된 용액을 칠해 이산화탄소와 산소가 드나드는 기공으로 탄소나노튜브가 엽록체까지 침투하도록 했다.

그 결과 애기장대의 엽록체 내로 움직이는 전자 수는 30% 더 증가하였다. 즉, 광합성 효율이 높아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애기장대에 산화질소가스에 반응하는 다른 탄소나노튜브를 주입하면 식물 주변에서 가스를 탐지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가스 유무는 유해가스 접촉 시 탄소나노튜브가 방사하는 근적외선 신호를 적외선 카메라로 확인함으로써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법으로 식물이 주변의 농약이나 곰팡이 감염, 박테리아의 독성뿐만 아니라 폭발물이나 신경가스, 화학무기 등까지 탐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즉, 살아 있는 식물이 주변 환경의 유해물질을 탐지할 수 있는 실시간 고감도 화학센서가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스트라노 교수는 식물을 자가복구가 가능한 살아 있는 전자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주입되는 나노튜브에 따라 노랑, 오렌지 등 특정 색상을 반사하게 하면 식물이 밤에 조명을 제공하는 미니 가로등 역할을 할 수 있고, 나무가 휴대전화의 통신탑 역할이나 태양광 충전기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노엽록체를 건물 외장재료에 통합하면 자체 발전 기능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나노입자 주입이 광합성 다음 단계, 즉 포도당 합성에 미치는 결과나 식물을 나노재료와 통합하였을 때 미칠 장기적 영향은 아직 밝히지 못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만으로도 앞으로 ‘식물 나노생체공학’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살아 있는’ 하이브리드 재료 만들다.

한편, 같은 학교 전기공학과·생물공학과 티모시 루 교수는 살아 있는 박테리아 세포를 무생물 재료에 통합해 ‘살아 있는’ 하이브리드 재료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루 교수는 인간의 뼈가 칼슘 같은 미네랄을 통합한 세포로 구성되고 특정 단백질을 생산, 살아 있는 조직으로 자라난다는 데 착안해 뼈처럼 세포와 무기질이 통합되어 저절로 자라고 외부로부터 손상이 있더라도 자체 치유되는 살아 있는 생재료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루 교수가 주목한 것은 이콜라이(E. coli) 박테리아다. 이콜라이 박테리아는 자연적으로 다른 표면에 쉽게 접착할 수 있는 바이오필름을 구성한다.

연구진은 유전적 조작으로 이 박테리아가 외부 자극이나 주변 세포의 정보에 따라 특정 무기재료와 합성할 수 있는 단백질을 분비하면 특정 성질을 지닌 바이오필름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미세한 금 입자와 합성하게 하면 금 나노입자 층을 포함함으로써 전기 전도성이 있는 바이오필름을 만들어낼 수 있고, 양자점을 합성하면 양자점 층을 통해 빛을 발산하는 바이오필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박테리아 세포끼리는 서로 소통이 가능하므로 주변 박테리아들이 금 나노입자를 포함하고 있으면 정상적인 박테리아도 금 나노입자를 포획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자체 복구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연구는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살아 있는 세포로 복잡한 생재료를 만들어낸다는 것과 성질이 다른 여러 무기재료를 통합해 다양한 기능을 갖추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구나 박테리아 세포를 이용함으로써 최소 자극으로 재료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친환경적 방법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재료가 앞으로 태양광 전지나 센서를 포함해 자체 복구가 가능한 전자기기, 신체조직을 만들어내는 지지대 등의 기본 재료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더 나아가, 바이오필름을 섬유소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로 코팅한다면 농산폐기물을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는 데도 공헌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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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윤보현 news@korea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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