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하라! 만민들이여! 세상에 입맞춤하라! 형제들이여, 별의 저편에는 사랑하는 아버지 주님께서 꼭 계신다. 만인이여, 서로 포옹하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환희여, 신의 찬란한 아름다움이여!, 낙원의 딸들이여! 환희여, 아름다운 주님의 광채여!
(베토벤 교향곡9번 4악장: 실러의 시 일부 )
모리스 베자르(1928-2007).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끌로드 를르슈 감독의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1981년)’를 통해서였다. 베자르가 안무하고 그의 연인이자 ‘20세기 발레단’의 대표 무용수였던‘조르주 돈’이 공연한 라벨의 ‘볼레로’.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조르주 돈’이 춤추던 숨 막히던 장면들은 지금도 문화적 충격으로 기억된다.
영화‘댄싱 베토벤’은 베토벤의 최고의 걸작인 교향곡9번을 발레 공연으로 담은 영화다. 1964년 브뤼셀에서 초연됐던 모리스 베자르의 베토벤 교향곡9번은 강렬한 안무와 대규모 스케일로 20세기 발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베자르는 2007년 세상을 떠났지만, 모리스 베자르의 페르소나였고 그의 뒤를 이어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의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질 로망의 안무로 공연되며, 9개 월 간의 공연 여정을 질 로망의 딸인 말리야 로망이 카메라와 함께 한다. 영화감독은 스페인 출신의 아란차 아기레.
‘베토벤 교향곡 9번’ 50주년 공연은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 일본 도쿄 발레단, 마에스트로 주빈 메타가 이끄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350여명이 협업한 대규모 프로젝트.
베자르와 함께 교향곡9번을 공연했던 로린 마젤은 “ 베자르는 베토벤 교향곡9번을 안무할 당시 전곡을 완전히 외우고 있을 정도로 작품에 몰입했다”고 전한다. 베자르는 자서전을 통해 "베토벤의 음악을 안무하는 것은 기쁨의 표현, 그 자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안무를 삶, 사랑, 그리고 죽음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집약시켰다. “확실한 건 우리가 현재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각자 어떤 삶을 영위하건 누구에게나 종착역은 죽음이라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영혼과 육체를 만나게 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랑이죠.”
인간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춤추는 것을 지향했던 베자르가 교향곡9번을 발레로 창조한 것은 안무가로서 당연한 선택이었으며 필연적인 과제이며 예술가로서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베토벤이 살아서 베자르가 안무한 교향곡9번을 본다면 그는 뭐라고 할까?
30 여 년 간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마음에 담았다가 음악으로 승화 시킨 베토벤. 그 음악을 무용으로 노래한 모리스 베자르. 18세기의 실러와 베토벤, 20세기 베자르, 그리고 현재를 살고 있는 로린마젤과 우리들. 시공간을 초원한 시와 음악과 무용, 그들을 담고 표현하는 인간의 몸과 혼과 영이 합일되는 예술의 한 경지를 본다.
2월 22일 개봉. 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