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도 시대에 따라 음악 미가 변한다. 그 변화가 현대는 연출에서 시작되어 큰 틀에서 내용도 각색한다. 특히 콘서트 오페라는 오페라의 중요한 장면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에 청중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현대 오페라를 소개하는 장점으로 보편화한 장르가 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뉴서울 오페라단(총예술감독 홍지원 단장)의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가 콘서트 오페라로 무대에 올려졌다. 연출에 윤상호, 조장훈 지휘의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주요 캐스트로는 밤의 여왕 역 유성녀(sop), 타미노 역 리카르도 미라벨리(ten), 파미나 역 박유리(sop), 자라스트로 역 신명준(bass), 파파게노 역 최은석(bar), 파파게나 역 박현진(sop), 모노스타토스 역의 송원석(ten) 등이었다.
모차르트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시대를 넘어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소박한 음악 미가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성의 단아함이 담긴 이런 특징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음악 미를 가장 현실적이게 담아내는 큰 그릇이 된다.
오페라는 그 발원 자체가 인간의 감성을 근본으로 출발하고 있어서 종교 음악에만 음악으로 인식했던 17세기의 사고로는 혁명적인 큰 변화였다. 오페라 탄생 후 거의 2세기가 지나 작곡자의 말년에 작곡되고 공연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는 오페라가 지닌 시대성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봉건 시대 사회에서 인간성을 추구한 단체 프리메이슨의 의도가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날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무대를 설치해서 연극적인 요소와 극의 흐름을 세부적으로 공연하는 게 아니고 무대에서 각자의 역할에 맞는 액션과 선곡된 중요 내용만 이루어지는 공연이었다.
이런 형식으로 공연되는 오페라의 큰 특징은 작곡자, 즉 모차르트 음악의 시대성을 얼마나 현실적이게 반영하느냐 하는 점과 그 순수한 음악 미를 이 시대와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할 것인가 하는 면에 초점이 있었다.
전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휘자의 음악에서 큰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지휘자 조장훈의 모차르트는 같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성악가들과의 대등한 음악 구조의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성악과 오케스트라가 상호적 균형감이 두드러지게 살아나는 이런 추구는 모차르트의 단아함을 확신적이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특히 콘서트 오페라의 가장 큰 특징이면서도 장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대 장치가 제대로 된 오페라에 비해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이어야 하는 연출의 효과가 출연자들과 지휘자에 의해 얼마나 성취되느냐다. 따라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가 이런 무대를 상대적으로 절대 비중을 차지하게 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만큼 무대 배경이나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도 청중을 설득해야 하는 역할이 시각에서 청각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오케스트라의 역할은 비중이 한참 높아진다. 무대의 공간을 음악으로 대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휘자 조장훈의 역할은 설치 무대를 음악으로 대신해서 그 공간을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어떻게 대체 하느냐다. 그런 점에서 보면 조장훈이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역할에 초점을 두고 지휘에 주력한 점은 객석과 무대의 분리보다 하나의 공간으로 열려있는 무대를 가득 채운 오케스트라 사운드 만 으로도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히 성악가들도 액팅이나 각자 지닌 소리의 볼륨으로 무리하게 노래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하고 있었고 타미노를 맡은 R. 미라벨리나 파미나의 박유리 등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는 데도 일조를 하고 있었다.
타미노의 미라벨리에게는 작품이 지닌 내면성인 작곡가의 의도를 솔직하게 보여 주면서도 무대에서 자신의 위상을 꾸밈없이 들려주는 능력이 돋보여서 이탈리아 오페라뿐 아니라 독일 오페라, 그것도 벨칸토 창법을 좋아했던 모차르트의 이상에 쉽게 접근하고 있었다.
파미나도 이런 미라벨리의 상대역으로 당당히 자신의 기량을 보여 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오페라 ‘마술피리’는 작품의 내면적으로 보면 타미노와 파미나의 사랑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드러나지만, 전체로 보면 자라스트로와 밤의 여왕간의 밝음과 어둠으로의 상대성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선의 근본 사상을 강조한 프리메이슨의 이상이 스며있다. 그것을 자라스트로의 신명준이나 밤의 여왕인 유성녀가 큰 그림을 그려가면서 극의 외형 구조를 받쳐 주고 있어서 갈라 콘서트의 음악적 장점을 살려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뉴서울오페라단의 ‘마술피리’는 연출에서 출연자들에 이르기까지 전 스텝과 캐스트들의 열과 성의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런 노력은 오페라가 지닌 작품의 음악 미를 상징적이게 하는 상호적 균형감을 이끌어서 갈라 콘서트의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리 음악계에 큰 의미를 남긴 공연이 되었다.
글: 김순화(월간 뮤직리뷰 음악사업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