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등장한 김정은, 착한 역할에 나서
깜짝 등장한 김정은, 착한 역할에 나서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6.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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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의 대남 비방에 이어 연락사무소 폭파
얻을 것 거의 얻었다 판단, 美 항모 배치 부담

대북 교류 사업 모멤텀 만들어야 하는 숙제
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담긴 메시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깜짝 등장했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계속해서 대남 비방을 해왔고 그 사이 김 위원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갑작스럽게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혼란스럽다. 북한이 과연 대남 비방을 접고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편집자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이은 대남 도발 이후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7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김 국무위원장 모습. (사진/조선중앙TV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이은 대남 도발 이후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7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김 국무위원장 모습. (사진/조선중앙TV캡처)

[한국뉴스투데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 회의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언급한 이후부터 대략 20여일 정도 김 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김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과의 역할 분담이 확실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린 후 화해의 손 내밀었던 북한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북한은 그동안 때린 후에는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얻을 것은 확실하게 얻겠다는 전략이다.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한해 전인 2017년에는 미국과 전쟁 국면까지 갈 정도로 경색됐었다. 하지만 결국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화해의 악수를 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일 동안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비방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도발을 해오다가 갑작스럽게 김 위원장이 출현하면서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를 발표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 정부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통해 얻을 것은 얻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전세계에 북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였고, 무엇보다 미국의 네오콘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대화를 이끌어 가는 중대한 모멤텀이 된 것.

일각에선 4가지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실행했을 경우 그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에 보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남 전단 살포, 대남 확성기 설치 등 실제적인 군사행동으로 이어지는 계획을 실행했을 경우 그에 따른 부담은 상당히 크다. 무엇보다 북한 가까이에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전개된다는 점도 김 위원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오는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축사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대북 교류 사업 등 향후 한반도의 관계가 달라질 전망이다.(사진/뉴시스)
오는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축사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대북 교류 사업 등 향후 한반도의 관계가 달라질 전망이다.(사진/뉴시스)

미국의 현실적 위협 무시 못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과 니미츠함(CVN 68)이 지난 21일부터 필리핀 해에서 작전 활동에 나섰다. 미 해군은 이들 항모가 7함대에 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7함대는 한반도를 포함한 서부 태평양을 작전구역(AOR)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미 항공모함이 한반도 가까이에 전면 배치되면서 미국의 현실적 위협을 김 위원장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실행할 경우 자칫하면 북한이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악녀 역할을 하고 자신은 천사 역할을 함으로써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이끌어간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시킴으로써 남은 것은 이제 대화의 장이다. 하지만 당장 남북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불과 얼마 전까지 대남 비방을 했던 북한이 갑작스럽게 대화에 나서기에는 북한 주민들을 설득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우리와 북한이 함께 할 수 있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같은 모멤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행사이면 더욱 자연스러울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북한에 코로나19 의료진을 파견하는 방안 등을 통해 모멤텀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초토화된 북한

유엔 등에 따르면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붕괴가 상당해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북한은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가 한명도 없다고 밝혀왔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우리 의료진이 북한으로 파견이 돼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소수의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대북 교류 사업을 실행해 나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 교류 사업에 대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따라 향후 한반도의 관계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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