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딸에게 경영권 줄 생각 한번도 안해봤다" 진화 나서
경영권 분쟁 시 조현식 부회장 키맨, 조현범 재판 결과도 주요할듯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양래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성년후견을 신청한 것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회장 측은 자신이 조현범 사장에게 모든 지분을 넘겼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재계에서는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 시작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한국뉴스투데이] 이번 조희경 이사장과 조현범 사장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2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장남 조현식 부회장은 아직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남매의 난 시작? 조희경의 결정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부친인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후견인제도란 노령이나 질병, 장애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도울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조 이사장 측은 동생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 모든 지분을 넘겨준 조 회장의 결정에 대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로 지시한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조 이사장의 이번 청구는 조 사장에 대한 부친의 경영권 승계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승계작업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 그룹은 부인했지만... 타이어판 남매의 난 가능성도
이러한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의 지분 매각 당시에도 제기됐었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인 조희원 씨 등이 손잡고 조 사장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타이어그룹은 공식입장을 내고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었으며 이번에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조 회장은 조 이사장의 한정후견 신청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조 사장에게 주식을 넘긴 것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며, 나이에 비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이사장이 경영권에 욕심이 있는 것이라면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차례도 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돈 문제라면 장녀를 포함한 모든 자녀들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면서 "재단에 뜻이 있다면 이미 증여받은 돈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조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상황에 대해 “남매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상황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비슷한 면을 띠고 있다. 한진그룹은 고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경영권을 승계받은 조원태 회장에 대해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을 뺏기에 나선 상황이다.
비록 지난 3월 주총은 패했지만 현재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조 회장보다 더 많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경영권 분쟁의 키 쥔 조현식, 신중행보 보여... 미래는?
이같은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키를 쥔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부회장은 현재 조 이사장의 한정후견 심판 청구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재계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최근 한 법무법인을 통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앞으로 행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무법인은 최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을 맡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 부회장도 경영권 분쟁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선임은 조 이사장과의 연합이 아닌 독자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 사장의 재판 결과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의 1심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하면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은 회사 복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 사장의 재판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향배가 바뀔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장녀와 장남, 차남이 다투는 형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