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인터넷 세상 ‘스플린터넷’ 시대 올까
쪼개지는 인터넷 세상 ‘스플린터넷’ 시대 올까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3.1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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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세워지는 장벽, ‘세계화’ 붕괴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인터넷 규제 번져

[한국뉴스투데이] 세계화를 주도한 인터넷이 분열하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를 장벽 없이 연결해온 인터넷이 국가 간 분열과 전쟁으로 인해 분리되고 ‘스플린터넷’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그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터넷이 쪼개지는 ‘스플린터넷’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터넷이 쪼개지는 ‘스플린터넷’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인터넷에 세워지는 장벽, ‘세계화’ 붕괴 우려
스플린터넷은 인터넷(internet)과 ‘쪼개지다’는 뜻의 스플린터(splinter)의 합성어로,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속 세상이 국가의 간섭으로 분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1989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팀 버너스 리가 처음 개발한 인터넷은 다양한 브라우저를 토대로 수많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전자상거래에서 무역 거래, 자본의 이동뿐 아니라 오늘날에는 노동력마저 인터넷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의 분열이 인터넷 세상만의 분절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이 중심이 되며, 이미 수많은 플랫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저마다의 개발도구를 갖고 있고, 그로 인해 특정 프로그램을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선보이려면 플랫폼에 맞춰 별도로 개발을 해야 한다. 만약 본격적인 스플린터넷 시대가 열린다면, 모든 플랫폼에 각각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대규모 자본 없이는 다시 좁은 우물 안에 갇히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2018년 “향후 10~15년 사이에 중국 주도의 인터넷과 미국 주도의 인터넷으로 구분될 것이다”고 전망한 바 있다

앞서 중국이 2003년부터 외국 사이트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만들면서 스플린터넷의 징후가 나타났고,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는 기류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2020년 8월 ’클린 네트워크‘ 계획을 발표해 통신 네트워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해저 통신케이블 등 분야의 중국계 기업들을 규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에는 중국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메신저 ’위챗‘의 퇴출 작업을 진행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스플린터넷 현상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인터넷 규제 번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애플, 구글, 메타(전 페이스북)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으로 퍼지고 있다.

러시아를 상대로 구글과 페이스북은 러시아의 언론사나 기업들이 웹사이트, 앱 및 플랫폼을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각국 정부로부터 허위정보나 선전, 정보전 제한 요청을 받으며 행동에 나섰다.

빅테크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는 조치를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추가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제재에 러시아는 물러서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국의 SNS 서비스 접속을 제한하며 오히려 SNS를 통제하고 제어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이번 조치 전부터 검색엔진은 얀덱스, SNS는 브콘탁테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으로 유명한 중국에서 검색엔진은 바이두, SNS는 위챗이 장악한 것과 비슷한 구조다.

이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한 스플린터넷 현상이 우리나라처럼 수출 주도형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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