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탈북 어민 북송’ 인권 침해 논란...신구권력 충돌
【위클리포커스】 ‘탈북 어민 북송’ 인권 침해 논란...신구권력 충돌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7.23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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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선원 16명 살해한 뒤 남한으로 도주
흉악 범죄 진술에 범죄인 인도 차원 북송

대통령실 “귀순 의사 밝혔는데 충분한 수사 없이 북송 결정했다”
귀순 의사 진정성, 강제 출국 정당성, 수사 과정 적법성 등 쟁점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북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 (사진/뉴시스)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2019년 11월 북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 호송 인력에 둘러싸인 해당 어민이 북한으로의 인계를 거부하는 듯한 몸짓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통일부가 2년 전 문재인 정부 당시 결정된 탈북 어민 북송을 두고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입장을 뒤집으면서, 북송 결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신구권력의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동료 선원 16명 살해한 탈북 어민 북송

지난 11일 통일부는 “탈북 어민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 북송 시 받게 될 여러 가지 피해를 고려할 때 북송 결정은 잘못됐다”며 지난 2019년 탈북 어민을 북한으로 송치한 당시의 사진을 공개했다. 또 통일부는 사진 공개에 이어 지난 18일 북송 당시 영상도 공개했다. 4분가량의 해당 영상에는 호송 인력에 의해 끌려가듯 군사분계선 앞으로 이동하는 탈북 어민의 모습이 담겼다. 해당 어민들은 북송 이후 며칠 내로 처형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2019년 11월 7일 문재인 정부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정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8월 중순 김책항을 출항해서 러시아 해역 등을 다니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가혹행위 때문에 선원 3명이 공모해 선장을 살해했다”며 “이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나머지 승선원 15명도 살해했고, 도주하기 위해 김책항으로 돌아왔다가 공범 1명이 체포되는 것을 목격한 뒤 다시 도주해서 해상으로 남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통일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정부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김 장관은 이들이 ▲당초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며 자국으로 돌아갈 합의를 했다고 진술한 점 ▲남하 과정에서 만난 우리 해군의 명령에 불응하며 도주한 점 ▲제압 후 귀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일관성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북송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귀순 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귀순 의사, 수사 종료, 국민 지위 등 쟁점

그런데 2년이 지나 통일부가 입장을 번복하며 당시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통일부가 사진을 공개한 다음 날인 12일 대통령실은 곧장 입장을 내고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을 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살해 혐의에 관련해서도 “어떤 사람들인가 보다 귀순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중요한 관심사”라며 귀순 의사 문제에 초점을 맞췄고, 국민의힘 역시 “인류 보편 가치인 인권을 말살했다”며 국가안보문란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아울러 20일 법무부는 “당시 청와대로부터 법리 검토를 요청받았으나,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상 비범죄자 등 비보호대상자에 대해서는 국내입국지원 의무가 없으나 이미 입국한 비보호 대상자에 대한 강제 출국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부존재한다고 검토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전제로 하는 출입국관리법 상으로도 강제 출국 조치가 적용되기 어렵고, 사법부의 상호보증 결정 없이 강제송환 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회신했다고 밝혀, 당시 북송에 정당성이 결여돼있었다는 데 무게를 더했다. 

또 해당 어민들이 나포된 지 5일 만에 북송되는 과정에서 살해 내용 등 북송 근거가 충분히 조사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가정보원은 서훈 전 국정원장이 당시 북송 관련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켰다며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13일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압수수색에 관련자 컴퓨터의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으며,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대로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정부 바뀌자 입장 뒤집혀...신구 권력 충돌로

이러한 현 정권의 비난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과도한 여론몰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은 “16명을 살해하고 넘어온 분들이고 우리나라 관련 법령에도 명백한 범죄인이 내려오면 귀순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인도한 것인데 이걸 반인도적 행위로 규정하는 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두 어민의 살해 사실은) 이들이 합동 신문 과정에서 스스로 자백한 내용이다. 진술 내용은 또 다른 공범 한 명을 북한 당국이 체포한 이후 우리 군이 입수한 첩보 내용과도 정확하게 일치했다”며 “이들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붙잡힌 자들로 탈북민도 귀순자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 전 실장은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우리 법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당시 통일부의 대국회 보고자료에 포함돼있고 전체 조사 내용도 국정원에 보존돼 있다”며 “아무리 전 정권을 부정하고 싶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협의해 법에 따라 결정한 사안을 번복하는 것은 스스로 정부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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