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이태원 참사’ 특수본 수사 본격화...책임 주체 규명
【이슈체크】 ‘이태원 참사’ 특수본 수사 본격화...책임 주체 규명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1.0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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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경찰 수뇌부 포함 압수수색
참사 이후 보고서 삭제 의혹 등 규명

경찰 지휘부 부재 책임 질책
정부 및 지자체 책임엔 침묵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8일 이태원 참사 책임 규명에 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직원들이 서울 용산경찰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경찰서를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8일 이태원 참사 책임 규명에 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직원들이 서울 용산경찰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경찰서를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용산경찰서 내부 보고서 삭제 및 회유 의혹, 경찰 지휘부의 참사 당일 동선 등 각종 의혹들로 논란이 들끓는 가운데,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책임 주체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와 지자체는 경찰 책임론에 주력하며 책임 회피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수사 속도 내는 특수본

지난 5일부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면서,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려는 움직임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특수본에는 8일 13명의 인력이 추가 투입되면서 514명 규모의 대규모 수사조직으로 늘어,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기준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총경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을 직권남용·증거인멸·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총 6명을 수사하고 있다.

관련 기관 압수수색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 특수본은 수사관 84명을 투입해 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서울종합방재센터, 서울교통공사, 이태원역 등 5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참사에 관련한 거의 모든 장소에 압수수색을 단행한 셈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지난 2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 엿새 만에 진행됐다. 해당 압수수색에서 서울경찰청장실과 용산경찰서장실이 제외되면서 경찰의 ‘셀프 수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압수수색에서는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 집무실이 포함됐으며, 이들의 휴대전화도 압수됐다.

특수본은 이날 용산구청에도 수사 인력을 보내 용산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 행정지원국과 문화환경부 사무실, CCTV통합관제센터 등 19개소에서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특수본은 입건된 이들의 혐의를 중심으로, 관련인들이 참사 이전 안전 조치를 마련할 책임을 다했는지부터 참사 이후 적절히 대응했는지까지 살펴볼 방침이다.

경찰 지휘부를 중심으로 한 참사의 책임 주체 규명은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경찰 지휘부를 중심으로 한 참사의 책임 주체 규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사고 우려 보고서 삭제·회유 의혹

특히 특수본은 최근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보고서 삭제 및 회유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7일 특수본은 브리핑을 통해 앞선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참사 이전 핼러윈 기간의 안전 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보고서가 용산서 정보과 내에서 다수 작성됐으나, 참사 이후 보고서가 삭제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들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안전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내용으로, 추가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이태원 해밀톤 호텔을 언급하며 사고를 우려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해당 문건들은 경찰청 첩보 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뒤 72시간이 지나 정보보고서 관리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삭제됐고, 작성자의 컴퓨터에서도 삭제됐으며 서울경찰청 등 상부에 보고되지도 않았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정보과 윗선에서 해당 보고서 파일을 삭제한 뒤에 ‘파일이 없으니 작업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식의 회유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자체 종합 치안대책에 이미 동일한 내용이 반영돼 있고,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라 생각해 별다른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현재 특수본은 정보과장과 계장을 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용산경찰서장 동선 논란

참사 당일 경찰 지휘부에 대한 늦은 보고와 조치가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는 만큼, 경찰 지휘부의 당일 동선 규명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임재 전 용상경찰서장은 참사 당일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가량 지난 11시 5분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는데, 용산경찰서의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오후 10시 20분 현장에 도착해 지휘하기 시작했다고 기록돼 논란이 일었다.

경찰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이 전 서장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 대응을 지휘한 뒤 오후 9시 24분경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후 상황을 보고받은 이 전 서장은 9시 47분 관용차를 타고 이태원으로 향했고, 10시경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했다. 

녹사평역에서 이태원파출소까지는 800m 남짓으로 도보로는 10분가량 소요되는 거리다. 그런데 당시 이태원 일대의 차량 정체가 극심해 이 전 서장은 차 안에서 1시간을 소요한 뒤 11시가 되어서야 이태원역 인근에서 내려 파출소로 걸어갔다. 이 전 서장이 차량 이동을 고집하면서 현장 도착시간이 늦어졌고, 이에 따라 이후 대처도 연달아 지연된 셈이다.

이날 이 전 서장이 차에서 내린 뒤 이태원파출소까지 뒷짐을 진 채로 걷는 CCTV 장면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은 차 안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받아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이 11시 5분이 아닌 10시 20분으로 기재된 점, 11시 36분에 이르러서야 상부에 사태를 보고한 점 등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경질이 요구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의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를 막론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경질이 요구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의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 책임론 주력...정부 책임은

지난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경찰에 대한 질책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다. 현장에 나가 있었다. 112 신고 안 들어와도 조치를 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걸 제도가 미비해서 여기에 대응 못 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냐 이 말이다. 이태원 참사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것인가. 저는 이건 납득이 안 된다”며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경찰의 대대적 혁신을 요구하며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난 안전 관리의 총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행정안전부의 실책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아, 윤 대통령이 경찰의 책임을 물어 꼬리를 자르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이상민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지는 가운데, 8일 이 장관 역시 국회 예결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재발방지책 마련이 급선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에서도 사퇴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현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할 뿐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 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역시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시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철민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의 첫 번째 원인은 충분히 예견된 사고를 예방할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용산구에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냐고 묻자, 박 구청장은 “준비는 했지만 미흡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사태의 일차적인 총책임이 현장 대처에 미숙했던 경찰보다는 애초에 준비를 하지 못한 용산구청에 있다는 데 동의하냐고 묻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구청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박 구청장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박 구청장은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이라고 답하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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