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동물권’] ④”동물 학대범이 다시 동물을 샀다” 동물보호법 진일보할까?
[특별기획 ‘동물권’] ④”동물 학대범이 다시 동물을 샀다” 동물보호법 진일보할까?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2.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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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제정 이후 일부 개정 거치다 10년 만의 전부 개정
7장 55개 조로 구성된 동물보호법, 8장 101개 조로 확대
동물 학대 금지행위 법률로 상향했지만, 솜방망이 처벌 ‘비난’
동물원에서 태어난 퓨마가 탈출해 추적 끝에 사살한 사건은 잊히지 않는 충격으로 남아있다. 화학품을 위해 동물 실험을 자행하고 캣맘과 원주민의 싸움은 폭력으로 번진다. 동물권을 위하는 일이 인권보다 더 중요하냐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는 혐오의 세상이다. 하지만 이젠 어떤 식으로든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 ‘동물권’. 인간과 같이 비인간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이 단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무거운 주제를 탐구한다. <편집자주>
지난 4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4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진/뉴시스)

10년 만의 전면 개정

동물보호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지난 1991년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인구가 높아져 가는 데 반해, 전근대적인 동물보호법으로 수많은 비난을 받으며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결국 2022년 3월 5일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1년 통과된 전부개정안에 이어 10년 만에 전면 개정된 것이다.

현행 7장 55조로 이뤄진 법은 개정 후 8장 4절 103조로 대폭 확대돼 동물에 대한 안전망이 더욱 강화됐다. 동물 학대 행위의 범위가 확대되고, 관련법도 더 강화됐다.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강화됐고 생후 2개월 미만의 개와 고양이 판매는 금지되는 등 반려동물 영업 관련 제도도 정비됐다.

동물학대예방·관리강화, 반려견과 맹견의 안전관리강화, 동물보호소 제도화, 동물실험 윤리성 강화, 펫샵 허가제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국회에 제출된 53개의 일부개정안과 1개의 전부개정안을 총망라한 것으로 현행법 55개조가 101개조로 확대되었으며 제정 31년만에 이루어진 완전 전면 개정이다.

이번 전부개정안은 헌정사상 최초로 동물복지를 위해 국회 내 결성된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공동대표 박홍근·이헌승·한정애, 책임연구의원 한준호 국회의원)의 주도 속에 마련된 법안이다. 동물복지국회포럼은 국회에 정식 등록된 국회의원 연구모임으로, 2015년 창립 이래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 및 정책 개선, 예산 확보, 입법 활동 등을 활발하게 전개해 오고 있으며,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여·야 36명의 의원이 참여한다.

박홍근 의원은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우리 사회의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한껏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이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적 공분을 산 ‘동물 판 n번방’ 사건이라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잔혹한 동물 학대 영상이 공유되는 등 동물에게 위해를 가하는 충격적인 행위가 횡행해도 그동안에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동물보호법의 근거 조항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밖에도 유기 동물의 보호를 위한 시설의 제도화와 지원이라거나 동물의 안전과 복지가 보장되는 동물실험체계 마련 등 동물보호·복지 수준 향상에 대한 요청도 꾸준히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은 2020년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전면적인 제도개선을 목표로 제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전부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며 “이후 1년간의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용역을 거쳐 전부개정안 초안을 도출했고 정부의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반영하고 시민사회·전문가·정부·국회가 참여한 4차례의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2021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통과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은 시행규칙에서 규정하던 동물 학대 금지행위를 법률로 상향하여 형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개물림과 같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사회화 훈련을 강화하기 위한 기질평가위원회와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제도가 신설되었다.

또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방치나 유기를 방지하기 위한 사육포기동물 인수, 동물실험 시 동물복지 확보를 위한 전임수의사제도, 동물복지충산농장 인증갱신제도 도입되었다. 반려동물 영업 관련 제도의 정비를 위해서도 동물판매업 및 수입업, 장묘업을 허가영업으로 전환하고, 휴·폐업 시 동물처리계획서 제출, 등록대상동물 판매 시 동물등록 신청 후 판매 의무화와 그 거래내용을 신고토록 규정을 강화했다.

민간이 개별적으로 운영해왔던 사설 동물보호소가 민간동물시설 신고제의 도입으로 국가 관리하에 들어오는 것이다. 동물이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시설의 관리와 운영기준이 생기고 정부 지원도 확대될 예정이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영업 역시 허락이 있기 전엔 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유기 동물 발생을 막기 위해 주인이 기르길 포기한 반려동물을 지자체에서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동물인수제’도 시행된다. 다만 무분별한 인수신청을 막기 위해 사육 포기 사유를 장기 입원, 군 복무 등으로 제한했다. 더불어 무허가 및 미등록, 허가 및 등록의 취소, 영업정지처분 등의 사유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할 경우 영업장을 폐쇄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부개정안을 두고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증진과 건전하고 책임있는 사육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하여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한 점도 진일보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부개정의 의미에 비추어본다면 내용의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규정하던 동물 학대 행위를 ‘동물보호법’으로 상향 규정 했지만, 시행규칙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등 내용면에서 크게 보완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개정안에서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규정하던 동물 학대 행위를 ‘동물보호법’으로 상향 규정 했지만, 시행규칙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등 내용면에서 크게 보완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육금지 조항 빠져 비난 봇물

이번 개정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서 가장 큰 논란은 동물 학대 금지 행위 구체화 및 상향 규정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금지하고 있는 동물 학대 행위 10여 가지가 20여 가지로 확대되고 위반 시 처벌되는 조항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추가됐다.

개정된 동물보호법 제10조 4항 2는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 △먹이 제공 △적정한 길이의 목줄 △위생·건강관리사항을 위반해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는 동물 학대로 간주한다. 소유자의 관리의무를 강화해 실제 폭력과 사망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있어 적절한 복지와 보호 의무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학대로 보고 처벌한다는 취지다. 관리의무 위반 시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덧붙여 동물보호법 개정 전까지 동물 학대로 사망에 이르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과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주어졌다. 개정법안은 추가로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수강명령 또는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제도를 도입해 최대 200시간 범위에서 상담과 교육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규정하던 동물 학대 행위를 동물보호법으로 상향 규정했다. 처벌 수위가 상향 규정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해당 조항은 시행규칙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등 내용 면에서 크게 보완되진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학대범이 더 이상 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육금지 조항’이 빠진 부분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개정안에 대해 이 부분을 꼬집었다. 개정 후 논평을 통해 “그동안 동물 학대 금지행위에 대한 열거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필요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개정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그런데도 이번 전부개정에서는 시행규칙에 있던 금지행위를 본법으로 옮겼을 뿐 내용적 보완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학대사건의 수사와 피학대 동물의 보호와 재발방지에 있어서도 신고의무자 또는 신고·통보를 받은 관할 지자체장이 관할 시ㆍ도 가축방역기관장 또는 국립가축방역기관장에게 해당 동물의 학대 여부 판단 등을 위한 동물검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보호 중인 피학대동물의 반환 시 사육계획서 제출 의무화 등 일부 개선되었으나 신고의무자에 동물보호관(현 동물보호감시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사건 발생 시 수사로 이어져야 함에도 신고 기관에 수사기관이 아닌 관할 지자체 또는 동물보호센터만을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해서 지적되어 왔던 피학대동물의 보호조치에 있어서도 임시조치 및 긴급조치, 소유권 제한의 내용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그나마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던 학대자에 대한 사육금지 및 사육금지가처분제도 마저도 수범자에 따라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동물 학대 행위자의 기본권을 제한 등을 이유로 법사위 심사과정에서 제외됐다”고 비난했다.

동물사육금지처분은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제도로서, 독일,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피학대 동물 등에 대한 소유를 제한하는 등 이미 적용하고 있다.

동물 단체들은 또 법으로 보호받는 동물의 범위가 여전히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한정되어 있는 점도 지적한다. 스위스가 2018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바닷가재, 게, 새우 등 십각목에 해당하는 동물을 산채로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는 행위를 금지한 데 이어 영국 정부 역시 지난해 11월 문어, 게, 바닷가재 등에 대해서도 동물복지법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는 동물의 고통에 관한 과학적 연구와 함께 보호 대상의 범위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수십년전 기준에 묶여 있는 ‘동물’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소유자 등이 재난 시 동물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명시하지 않고 있는 점, 민간동물보호시설의 신고가 오히려 민간동물보호시설의 양성화라는 목적과는 다르게 이용될 수 있는 점 등도 여전히 아쉬움으로 나았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이력제의 기본적인 틀을 갖추었으나 번식으로부터 판매 이전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확인이 불가한 사각지대 역시 향후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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