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유부남은 ‘청년’이 아닌가요?”
【특별기획】 “유부남은 ‘청년’이 아닌가요?”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2.12.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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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연령 인구 전반이 ‘결혼의 필요성’에 회의적 의견 팽배한 것이 문제
자녀 낳으면 지원 받을 수 있다지만, 키우는 입장에서 체감하는 지원 미미
경제적 안정 간절함은 비혼 30대와 같은데 대부분 지원책은 1인 가구에 집중

[한국뉴스투데이] 비혼, 딩크로 설명되는 저출산이 낳은 다양한 용어들.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십수년 전부터 적신호를 켰지만, 현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근시안적 대응책뿐이다. 최근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성차별적 용어로 취급되며 ‘저출생’으로 이름을 바꾸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실효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고는 있지만,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위험성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국내 저출생 문제의 현실과 근본적 원인을 짚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과 국외의 모범 극복 사례를 둘러본다. <편집자주>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 혼인 나이의 고령화에 이어 혼인을 하는 인구수가 바닥을 치는 비혼주의 시대로 돌입했다. (사진/뉴시스)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 혼인 나이의 고령화에 이어 혼인을 하는 인구수가 바닥을 치는 비혼주의 시대로 돌입했다. (사진/뉴시스)

청년(靑年, youth)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절정에 도달해 무르익은 나이 대를 뜻하는 한자어다. 주로 젊은 남자에게 쓰이며 보통 결혼하기 전 20대를 지칭했지만,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 결혼 연령이 많이 늦어지면서 30대 전체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정부는 청년층의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하고 있다.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며 연령에서는 변화가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청년’의 조건이 ‘결혼 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 나이의 고령화에 이어 혼인을 하는 인구수가 바닥을 치는, 비혼주의 시대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혼인 건수는 19만 3000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통계청은 혼인인구수 감소의 원인으로 30대 인구 감소와 코로나19로 인한 결혼 연기 등을 꼽았다.

결혼? 필수 아닌 선택
 

혼인율 감소는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혼인 연령 인구 전반이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적 의견이 팽배한 것이 문제다. 비혼 청년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여성은 혼자가 좋다는 점을 각각 들었다. 2명 중 1명꼴로 앞으로 결혼ㆍ출산할 의향이 모두 없다고 답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19~34세 비혼 청년 1,047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18~21일 연애 경험, 성 인식, 성 경험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인 연령 남녀 모두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혼인율 감소는 저출생으로 이어진다. 연애를 하더라도 출산 계획이 없으므로, 피임을 철저히 하겠다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 응답자의 70.9%는 연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 이들은 63.6%였는데, 대부분(70.4%)은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연애에 부정적인 응답자는 그 이유로 ‘여유가 없어서’(58.7%), ‘연애 자체에 관심이 생기지 않아서’(36.1%),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어서’(31.1%)라고 답했다. 결혼 계획에 관한 부정적 응답은 49%로, 남성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71.4%), 여성은 ‘혼자 사는 게 행복해서’(37.5%)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출산에 대해서는 꼭 낳을 것이라는 응답은 17.1%에 불과했다. 여성(65.4%)이 남성(48.3%)보다 부정적 응답률(절대 낳지 않을 것+낳고 싶지 않은 편임)이 높았다. 원치 않는 이유로는 양육비나 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인 이유가 57%로 가장 컸다. 이어 ‘내 삶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서’(39.9%), ‘사회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36.8%) 등 순이었다. 특히 전통적 성 역할을 강요하는 등 성 불평등 경험이 있는 경우 ‘꼭 낳을 것’(38%)이라는 응답이 낮았다. 협회는 “성 불평등 경험이 없는 집단보다 자녀를 꼭 출산하겠다는 비율이 1.5배 이상 낮다”고 밝혔다.
 
결혼ㆍ출산 의향이 모두 있다는 응답은 45.8%로 나타났다. 반대로 결혼ㆍ출산 모두 안 하겠다는 응답도 37.1% 됐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출산할 생각은 없다’가 11.2%, ‘결혼 의향은 없으나 출산을 할 것’이라는 응답은 5.9%였다. 연인과의 동거에 대해선 10명 중 7명(66.4%)이 긍정적으로 봤다. ‘원하지 않는 임신은 인공임신중절(낙태)를 허용해도 된다’에 대해 77.5%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69.3%)보다 여성(86.3%) 동의가 높았고 여성 중에선 30대(90.4%) 찬성률이 높았다.

▲자녀를 낳으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지만, 실제로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감하는 지원이 미미하다.
▲자녀를 낳으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지만, 실제로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감하는 지원이 미미하다.

비혼 부르는 사회
 
청년전용창업자금, 청년주택, 청년저축계좌 등 대한민국은 지금 청년을 위한 지원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청년기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청년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이다. 용어의 뜻에는 결혼 여부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청년지원책이 ‘그림의 떡’이라는 30대 기혼자들의 푸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경제적 안정이 간절한 것은 비혼 30대와 같은데 대부분의 지원책은 1인 가구, 결혼하지 않은 청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하소연이 주를 이룬다.
 
30대 비혼 남녀의 입장에서는 결혼을 할 이유가 자꾸 사라진다. 혼인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니 결혼을 급히 생각할 이유가 없고, ‘결혼=자녀’라는 기성세대의 인식에 대해서는 저항감이 크다. 사회 진출 시기가 과거에 비해 늦춰지면서 30대는 경제적 독립, 정서적 독립 모두 이루기에 이른 시기다. 안정이 되지 않아 나라의 지원책이 절실한데 결혼을 하면 지원을 받을 기회가 사라진다.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결혼 전보다 늘어났는데,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더해 결혼과 함께 자녀 계획으로도 고민을 해야 한다. 자녀를 낳으면 나라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지만, 실제로 자녀를 키우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감하는 지원이 미미하다. 자녀의 양육을 위한 수단 마련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중장기 보육계획에서 보육의 공공성 확대를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이 증가하는 양적 성과를 거두었다는 보고가 있으나, 보육시설 이용료 부담에 대한 하소연은 여전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을 계획하기 쉽지 않다. 자의적 선택이 아닌 외부 환경으로 인한 비혼주의가 늘고 있는 이유다. 2021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홀수해마다 진행되는 가족부분 조사의 결혼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 많다.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비중은 50.0%로 2년 전보다 1.2%p 감소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결혼자금이 부족해서가 가장 크고, 다음으로 남자는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서(16.6%), 여자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5.0%)가 주된 이유였다.

혼인신고, 안 하는 게 트렌트
 
결혼을 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세대도 상당수다. 결혼 직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분위기도 일부 있지만, 그보다는 거주지 안정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이유가 더 크다. 2030세대에 대한 주택특별공급(특공) 당첨을 위해 혼인신고를 늦추는 꼼수 논란이 그 방증이다. ‘신혼부부 특공’을 노리고 혼인신고를 늦추는 경우와는 다르다. 최근 정부가 미혼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을 신설하면서 또 다른 특공 신청 기회를 차지하려는 ‘사실혼’ 부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해 미혼인 상태에서 청약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정부의 의도를 역이용해 '미혼 청년 특공'과 '신혼부부 특공' 두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혼인신고를 미루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 셈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9~39세 미혼청년을 대상으로는 한 특공을 최초 도입해 5만2500가구를 공급한다. 연내 첫 번째 사전청약이 실시될 예정이다. 청약에 당첨된 이후 결혼을 하더라도 퇴거 등의 조치는 취해지지 않는다. 신혼부부 특공으로 당첨된 이후 이혼하더라도 집을 회수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굳이 신혼부부 특공을 노리지 않더라도 미혼 청년 특공에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신혼부부 특공을 노리고 미리 혼인신고를 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세태다. 사실혼 부부가 미혼 청년 특공에 신청하는 꼼수는 나이와 소득 조건만 맞는다면 이를 제재할 방안은 아직까지 미비한 상태다. 
 

▲혼인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니 결혼을 급히 생각할 이유가 없고, ‘결혼=자녀’라는 기성세대의 인식에 대해서는 저항감이 크다. (삽화/ 박상미 기자)
▲혼인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니 결혼을 급히 생각할 이유가 없고, ‘결혼=자녀’라는 기성세대의 인식에 대해서는 저항감이 크다. (삽화/ 박상미 기자)

지금의 제도대로라면 올해 말 30세 동갑인 예비부부가 결혼 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 최대 39세까지 미혼 청년 특공을 신청할 수 있다. 만약 이 기간 동안 당첨이 되지 않았다면 40세에 혼인신고를 해 7년간 신혼부부 특공으로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악화로 거주지 안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면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비혼주의와 사실혼의 확대는 인구문제와 직결된다. 혼인하지 않은 남녀 사이 아이의 출생시, 아이는 부 또는 모를 세대주로 하는 한부모가정의 구성원이 되는데 이에 대한 시선이 편안하지 않다.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육아도 힘든데, 사회의 시선까지 버텨야 한다면 가시밭길이다. 딩크의 이유를 묻는 주위의 호기심에 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편안한 길이 될 것이다. 결혼과 자녀의 출생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구조적 대응책이 필요한 때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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