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단위의 근로시간 제도 전환
[한국뉴스투데이] 현행 주52시간 제도가 전면 개편된다, 정부는 지난 70년동안 1주 단위로 근로시간 제도가 운영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에 나섰다. 또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휴가를 부여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도입된다. 이번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두고 경제단체는 일제히 기대를 보이는 반면 노동계는 제도개악 시도라며 우려했다.
주 단위의 근로시간 제도 패러다임 전환
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로시간 개편 방안이 나왔다. 가장 먼저 정부는 1주 단위로 근로시간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경직적 연장근로 규제로 갑작스러운 상황에 노사가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주 52시간의 틀을 깨고 노사간 합의에 따라 월·분기·반기·연 단위의 연장근로 총량관리 제도를 택했다.
즉, 월 단위일 경우 52시간(12시간×4345주)을 한 달 동안 필요할 때 언제든 몰아서 쓰면 된다. 이는 주 평균 근로시간은 12시간으로 현행과 같다. 분기 단위일 경우에는 현행 156시간(주 52시간×3)에서 90%인 140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주 평균 10.8시간으로 현행보다 줄어든다. 반기 단위는 80%인 250시간, 연 단위는 70%인 440시간으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돼 연장근로 총량관리 단위가 높을수록 근로시간은 줄어든다.
여기에 연장근로로 인한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연장 근로일 사이에는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했다. 현재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이 적용되는 제도는 3~6개월 탄력근로제나 1개월을 초과하는 선택근로제 등 일부 업종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예외없이 모든 직종에 적용된다. 다만 천재지변(재해·재난, 생명·안전)에 준하는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된다.
근로자대표제도 전면 개편된다. 정부는 현재 근로자대표의 선출·활동 등 관련 규정이 없고, 직종·직무별 당사자의 이해를 적절히 대변할 수 있는 절차 미흡하다고 보고 앞으로는 근로자대표제를 제도화한다. 이에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등이 근로자대표가 된다. 또, 생산직과 사무직 등 근로형태 등 차이가 있는 특정 직종·직군 등에만 적용되는 근로조건의 경우 해당 근로자 의사 반영 절차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선택권이 강화된다.
근로자 휴게시간 선택권도 다양화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 줘야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부득이 한 사정으로 퇴근하는 경우에도 30분을 채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앞으로는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하면 퇴근할 수 있는 절차가 신설된다. 또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도 입법 추진된다.
경제단체, 경영활동과 고용시장 안정 기대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두고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기대를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502개사를 대상으로 ‘정부 노동시장 개혁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9.5%는 근로시간 유연화‧임금체계 개편 중심의 노동개혁이 완수되면 기업의 경영활동과 기업경쟁력 제공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한 80.7%는 신규채용 및 고용안정 등 채용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경제계는 연장근로 운용주기 확대와 함께 도입이 추진되는 11시간연속휴식제, 주 64시간 상한 등 건강권 보호조치에 대해서는 탄력성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는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를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개편효과를 반감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이번 개편안을 계기로 기업들은 산업현장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고, 근로자들이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연장근로시 11시간 연속 휴게시간 부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64시간 상한을 도입한 점과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 점 등은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장근로 단위를 분기, 반기 등으로 확대할 때 총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것은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개편안으로 연장근로 단위기간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업종 특성과 현장 상황에 맞는 근로시간 활용이 가능해져 납기 준수와 구인난 등의 경영애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제도개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량 폭증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국과 같이 연장근로 한도를 규정하지 않거나 일본과 같이 월 최대 100시간 연장근로 및 연 최대 720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등 노사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연장근로한도 확대를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동계, 노동자 통제 강화되는 개악
하지만 노동계의 우려는 깊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의 개편안이 초장시간 압축노동을 조장하는 법이라 규정했다. 즉, 11시간 연속휴식을 하고 싶으면 1주 69시간 이상을 일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1주 64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는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1주 64시간의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안대로 연단위 연장노동 총량관리를 하게 되면 4개월 연속 1주 64시간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져 주 64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봤다. 특히 2급 발암물질로 평가받는 야간노동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실태조사 연구 등 실효성이 불분명한 대책으로 일관하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대해 현실을 외면한 말장난이라 비난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행정 부재로 현행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 노동의 현실에서 결과적으로 노동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선택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민노총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노조가 없는 대다수 노동현장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민노총은 현재 전체 노동자의 약 80%가 근무하고 있는 100인 미만 사업체의 노동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개편 방안이라며 결국 일방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와 부자들을 위해 경영상 효율성을 제고하고 노동자 통제를 강화해 주는 개악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