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연료 사용하는 내연차 예외로 적용키로
독일 등 위주로 합성연료 시장 확대 예상
자동차업계도 잠재력 가진 시장으로 판단
[한국뉴스투데이]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와 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다만 합성연료(E-Fuel)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들은 예외로 인정해 계속 출시된다. 이에 한 시대를 이끌어 온 내연기관차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면서 자동차업계는 자연스럽게 합성연료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5년부터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퇴출
27일(현지시간) EU 주재 각국 대사들은 오는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만 신규등록을 허락해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기로 합의했다. 내연기관은 연료와 공기 등의 산화제를 연소실 내부에서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가솔린과 디젤이 대표적인 내연기관들이다. 즉, 휘발유와 디젤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판매가 완전 금지된다는 것을 말한다. 다만 합성연료 사용 내연기관차는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내연기관차 퇴출 작업은 202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유럽자동차산업협회 등 자동차업계의 반발이 거셌지만 이같은 환경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속속 추가되면서 결국 지난해 10월 EU 집행위와 유럽의회, 이사회 등은 3자 협상을 통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승용차·승합차 등 소형화물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 시행에 합의했다.
이후 새 법안 시행을 위해 EU 이사회의 승인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독일과 이탈리아가 제동을 걸었다. 독일은 합성연료를 사용한 내연기관차를 예외로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폴커 비싱 독일 교통장관은 비토권을 행사하며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예외로 인정하지 않으면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에 합의할 수 없다고 버텼고 끝내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예외로 허용됐다.
이탈리아는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까지 예외로 인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법안 통과에 따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연료만을 사용하는 차량 분류를 신규등록 대상 차량 분류 아래 신설하게 된다. 제조사들은 2035년 이후 판매하는 시나의 탄소배출량을 100% 감축해야 한다. 이로 인해 EU는 2035년에는 신차 탄소배출량을 2021년 대비 55%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 막으려면
이처럼 EU가 내연기관차 퇴출을 결정한 배경에는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내연기관차 생산을 유지하면 앞으로 20년도 지나지 않아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곳곳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위기를 줄이기 위해 이미 운행 중인 내연기관차는 어쩔 수 없다해도 새롭게 출시되는 내연기관차 판매만은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교 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토요타와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제너럴모터스 등 4개 자동차 회사에서만 오는 2040년까지 판매를 예정하고 있는 내연차 판매 수량은 약 7억1200만여대에 달한다. 문제는 예상대로 해당 내연차가 모두 판매될 경우 파리협정에서 정한 탄소 배출 한계치를 2배 이상 초과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세계 195개국은 산업화 이후 계속 상승 중인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아래에서 억제하고 특히, 1.5도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자는 내용의 파리협정을 맺은 바 있다.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선 오는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이 4000억톤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이 중 수송부문의 탄소 배출 한계치는 529억톤으로 내연차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3억1500만대다.
하지만 4개 자동차 회사가 판매를 예상하고 있는 내연기관차가 이미 이 탄소 배출 한계치를 2.5배 초과한 수치다. 그린피스는 파리협정을 준수하려면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2030년 이전에 내연차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단계적으로 내연차 생산을 중단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그 속도를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시기로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란 입장이다.
합성연료에 주목하는 자동차업계
이에 자동차 업계는 합성연료에 주목하고 있다. 합성연료는 석유 및 천연 가스를 대체하는 연료로 석탄이나 석유, 천연 가스, 동식물질 등으로부터 화학 합성적 조작에 의해 제조된 연료를 말한다. 1920년대 독일의 화학자가 석탄을 액체로 전환해 만든 합성연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항공기와 탱크의 연료로도 사용된 바 있다.
이후 석유에 밀려 사라졌지만 최근 환경규제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독일은 재생에너지와 공기에서 채집한 탄소로 생산한 합성연료는 에너지를 수소에 기반을 두고 있어 탄소중립 원료라고 말하고 있다.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긴 하지만 다시 포집해 연료 합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조건은 충족한다는 것이다.
현재 합성연료는 생산 초기 단계로 가격이 비싸고 생산량도 많지 않다. 자동차 회사 중 합성연료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포르쉐다. 지난해 포르쉐는 에너지 기업 HIF(Highly Innovative Fuels)와 협력해 칠레의 남부 지역인 푼타 아레나스 부근에서 탄소중립 합성연료인 이퓨얼(e-fuel)의 생산 기지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포르쉐는 칠레 이퓨얼 시설의 시범 단계에서 연간 약 13만 리터의 이퓨얼을 생산해 포르쉐 모빌 1 슈퍼컵과 포르쉐 체험 센터 등의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포르쉐는 시범 단계를 거쳐 시설의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에는 이퓨얼 생산을 연간 5500만 리터로 늘리고, 그로부터 2년 후인 2027년 경에는 연간 5억5000만 리터까지 생산을 늘리는 등 새로운 잠재력으로 보고 있어 앞으로 합성연료 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