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상 위법 행위, 2차 유포도 처벌 대상
형량·신상 공개, 오늘(12일) 항소심 결과 주목
[한국뉴스투데이] 도심 한복판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지난 5월22일 벌어진 일명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이다. 가해자는 이날 귀가 중인 피해자를 몰래 쫓아가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발로 차고 정신을 잃어 쓰러뜨린 뒤에 수차례 얼굴을 밟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법정 구속이 되었지만 가해자와 검찰 모두 양형 부당을 주장하면서 항소를 했다. 그리고 이 충격적인 사건의 가해자가 누구인지, 그의 정체가 한 유투버의 폭로로 공개됐다. <편집자주>
‘부산 돌려차기남’의 신상 공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당국이 아닌 유튜버의 판단으로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공적인 목적으로 행한 ‘사적 제재’인지 치기어린 ‘사적 응징’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제 2의 피해 방지
유튜버 카라큘라는 지난 2일 자신의 채널에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항소심 판결 열흘 전이다. 공개된 영상에는 가해자의 얼굴, 실명, 생년월일, 직업, 출생지, 키 등은 물론 가해자의 전과기록까지 모두 담겨있었다. 카라큘라는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 신상 정보 공개는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유튜버로서 도를 넘는 사적 제재 행위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피해자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내린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카라큘라의 영상은 공개 1주 만에 600만회를 넘어서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가해자에 대한 동영상이 연이어 게시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카라큘라는 가해자에 대해 “이런 XXX같은 범죄자는 사회에 나오면 안 된다”고 면서 “이 범죄자는 자신을 창피해 하고 부끄러워하며 두려움에 떨면서 앞으로 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법원은 누구를 위해 가해자를 교화하겠다고 법에 양형을 적용하느냐”고 분노했다.
가해자의 신상공개 이후 피해자의 인터뷰 영상도 같은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가해자의 신상공개 영상이 게재된 후 피해자가 먼저 카라큘라 측에 연락을 해 인터뷰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인터뷰 영상에서 “(가해자의) 신상공개가 필요하다고 계속 요청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안전해졌으면 좋겠어서 버티고 있다“면서 ”경찰에 청원을 넣었는데 지금은 2심 재판 중이어서 안된다더라“라고 말했다.
사적 제재의 한계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강력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과정, 법원의 판결이 논란이 되었던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특히 판결이 국민이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던 경우에는 법원의 양형 기준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되기도 했다. 일반 시민의 법 감정과 일치하지 않는 처벌은 분노와 불안감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신상공개는 통쾌함을 안겼을 수 있다.
카라큘라는 문제의 영상을 게재한 후, 이미 유튜브 측의 제재를 받았다. 해당 영상 게재 후 ‘수익 창출 제한’통보를 받았다. 수익 창출 제한 조항은 유튜브 가이드라인을 침해한 영상, 또 그 영상이 게재된 채널 전체의 영상에 대한 수익 창출을 제한할 수 있다. 카라큘라가 신상 공개 영상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지 않으면 채널 전체의 수익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카라큘라 측이 공개한 유튜브 메일에는 ”귀하의 콘텐츠와 관련해 개인정보 침해 신고가 접수됐음을 알려드린다. 신고된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수정할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 본 이메일이 발송되고 48시간 후 유튜브에서는 신고를 검토해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의 위반 사실을 확인한 후 콘텐츠 제한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루어지는 검증은 상대적으로 감정적일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이 한계로 인한 피해는 심각한 2차 피해를 낳기도 한다. ‘n번방’ 사건 이후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 역시 사적 제재다. ‘디지털 교도소’를 통해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생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명확한 처벌 대상
문제는 이런 사적인 공개는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범죄 행위라는 것이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개된 정보가 허위사실일 경우 처벌 강도는 더 높아져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형법상 명예훼손에 비해 ‘비방할 목적’ 요건까지 요구되기 때문에 가중처벌되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통상 개인정보보호법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 ‘개인정보처리자’를 규율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특정한 경우 일반인도 처벌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70조 2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처리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한 자와 이를 교사·알선한 자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성범죄 관련 제보를 받고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던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자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개인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다. 이 운영자는 2020년 3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운영하면서 법무부 ‘성범죄자 알림e’에 게재된 성범죄자 및 디지털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피의자 등 176명의 신상 정보와 법원 선고 결과 등을 무단 게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21년 12월 징역 4년과 추징금 1,890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이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 외에 마약류관리에관한 범률 위반, 도박공간개설방조 등을 병합심리한 결과였다.
신상공개 확대하나
가해자 신상공개 논란이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정부도 입을 열었다. 대통령이 직접 신상공개 확대 필요성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사적 신상 공개에 대해 ‘공익 목적’에 무게를 두어 지지에 나서기도 했다.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무소속)은 10일 자신의 SNS에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가 혹시나 출소 후 강서구에 올까 봐 강서구민을 위해 '공익 목적'으로 가해자 일부 신상을 공개한다"며 얼굴 사진, 나이, 이름, 체격 등을 소개했다.
김 의원은 "부산 진구 서면에서 발생한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 대해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유튜버가 신상을 공개해 논란이 생겼다"면서 "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공익 목적'이 아니라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어 유튜버가 신상을 공개한 것은 정보통신망법 등에 의해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건의 심각성에 무게를 두고 공익 차원에서 신상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로 강서구민 중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치가 떨려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신상공개로 인해 유튜브 개인이 처벌을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익 목적에 맞게' 제가 직접 공개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과 같이 묻지마 범죄 신상을 정책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서 국회와 대통령실에 제안하도록 하겠다"며 "가해자가 신상 공개에 대해 고소를 진행한다면, 유튜브 개인이 아닌 의원인 저를 직접 고소하라, 이런 소송은 언제든지 감내하겠다. 출소 후에는 제발 서울 강서구에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항소심, 바로 오늘
가해자의 항소심 재판 결과는 오늘(12일) 확인된다.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2년에 비해, 2심에서 형량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은 항소심 과정에서 B씨의 청바지에서 A씨 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가 드러나면서 살인미수 혐의가 강간살인미수로 공소장 내용이 변경됐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5년, 위치추적장치 부착,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법조계는 구형량에 근접하는 선고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지 않고, 양형 기준 상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심하다는 점 등이 근거다. 앞서 방송을 통해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주지, 주민번호 등 신상 정보를 이미 확보했고 출소 후 보복 계획이 있음이 전해졌기 때문에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번 선고에 따라 가해자의 신상 공개도 결정된다. 피해자 측이 재판부에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내려줄 것을 거듭 호소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수사가 진행 중인 강력범죄·성범죄 사건과 달리 재판 단계 이후에는 신상공개 대상은 성범죄자에 한하고 유죄가 확정돼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경우 재판부가 유죄 판결이 내려진 범죄자에 대해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하면, 이 정보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를 거쳐 '성범죄자 알림e 시스템'에 등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