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 과정에서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출력본)을 활용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내부통제가 미비한 것으로 지방은행으로 처음 시중은행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대구은행으로써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다수의 영업점에서 직원들의 조직적인 불법행위가 확인됐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9일부터 9월 22일 기간 중 대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벌인 바 있다.
현장검사 결과 지난 2021년 8월 12일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대구은행의 56개 영업점에서 직원 114명은 고객 1552명의 예금계좌와 연계해 다수의 증권계좌를 개설하면서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했다. 다만 해당 증권계좌에서 발생한 자금이체 및 주식 매매 등 실제 거래 내역은 없었다.
해당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개설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B증권사의 계좌개설신청서로 활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이에 해당 직원들은 고객에게 출력본 활용을 설명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적 증빙이 없다.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운영 중인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증권계좌 추가 개설은 금지돼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구은행 직원들은 출력본에 기재된 14개 증권사 이름 또는 증권계좌 종류(위탁(주식), 선물옵션, 해외선물) 등을 수정테이프로 수정해 다른 계좌 신청서로 재활용하기도 했다. 출력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신청서상의 증권사 이름과 증권계좌 종류, 계좌 명의인 정보가 실제 개설된 증권계좌 정보와 불일치하는 경우도 669건이 확인됐다.
일부 직원(7명)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의 연락처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 및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직원들의 조직적 불법 행위가 대구은행이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한 바 있다.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는 대구은행 입출금계좌(1개)와 연계해 고객이 신청하는 복수의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로 지난 7월 말 기준 14개 증권사가 대구은행에 증권계좌 개설 업무를 위탁한 상태다.
이후 대구은행이 지난해 영업점 KPI의 증권계좌 개설 만점 기준을 강화(고객당 1계좌→2계좌)하고 개인 실적에도 활동고객과 수신지표로 중복 반영하면서 2022년 한 해에만 부당 개설 계좌 1662건 중 90.5%가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대구은행이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독려하면서도 위법 행위나 부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은행은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절차와 ▲전산통제 ▲사후점검 기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은행은 다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신규로 시행하면서도 관련 내규 등 별도 업무처리 절차가 마련하지 않았다. 업무절차에는 내규상 은행 입출금계좌와 연계해 다수 증권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만 기재됐다.
전산통제와 관련해서는 고객이 전자서명한 서류를 전산오류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데도 출력할 수 있도록 돼 있고 이를 타 증권사 계좌개설신청서로도 이용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었다. 또, 예금거래 등 여타 금융거래와 달리 증권계좌 개설 시에만 담당 직원이 고객 휴대폰 정보를 변경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었다. 대구은행은 고객이 증권 거래 전용 휴대폰을 별도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변경이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객의 주요 연락처를 변경하는 대신 여타 번호를 추가해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관례다.
사후점검 기준도 부족했다.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 신규 시행 및 관련 KPI 강화 등으로 부당 취급 발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자점감사 기준 등에 미 반영한 것. 예를 들면 지난 4월 A부서가 ‘고객 휴대폰 번호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고객이 직접 기재하지 않은 인쇄된 서류를 이용한 사례’ 등을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지침 없이 전 영업점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 실시 및 내부통제 강화를 요청하는 공문만 발송하는데 그쳤다. 이에 이후 실시된 영업점 및 본점 자점감사에서 다수 직원이 사본서류를 이용한 사실과 신청서상 흠결을 적발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
이번 현장검사 결과에 따라 금감원은 해당 직원들과 임직원에 대해 금융실명법 등 법규 위반과 내부통제 소홀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는 동시에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금감원의 현장검사 결과에 따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구은행의 각종 비위 행위를 고려해 시중은행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심사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며 이번 사안을 엄중히 보고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시중은행 전환 신청을 하면 인가 과정에서 법에서 정해진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보게 돼 있다"며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지방은행으로는 첫 시중은행 전환에 기대를 걸고 있던 대구은행으로써는 악재를 만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