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수성 등 현대 디지털 경제의 각종 특성이 잘 반영되도록 기업결합 심사방식을 현대화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마련하고 행정예고했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이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행정예고된다. 이번 개정안은 시장의 경쟁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디지털 경제 특유의 혁신은 더욱 촉진하기 위해, 디지털 분야 기업결합의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효과가 균형 있게 심사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의 경우 기존 사업자들과는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떠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고, 이미 많은 이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 유발 요인이 되는 ‘네트워크 효과’도 주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이미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실무에서 고려되어 왔으나, 심사기준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아,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이 크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공정위는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그간의 국‧내외 법집행 경향, 학술적 논의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에서의 기업결합 주요 주체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 및 스타트업들, 그리고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폭넓게 경청하고 의견을 반영했다.
기업결합 심사의 첫 단계는 결합 당사회사의 경쟁사업자를 식별하고 결합의 효과가 미치는 시장의 범위를 특정하는 ‘시장 획정’이다. 현행 심사기준에 따르면 A서비스 가격 인상시 B서비스로 수요대체가 이루어지는 경우, A와 B가 경쟁사업자로서 같은 시장에 있는 것으로 획정된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보게 하는 유형의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들에게는 이러한 방법론 적용이 어려워진다. 개정안은 이러한 경우 가격이 아닌, 서비스 품질 악화 등에 따른 수요대체 확인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해 시장을 획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개정안은 경쟁제한 효과를 분석할 때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해야 함도 명확히 했다.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의 기업결합은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 수나 해당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 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서비스에 대한 추가 수요가 유발(네트워크 효과)돼 결합기업의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더욱 커질 수 있고, 그 효과가 상당한 경우 결합기업이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개정안은 경쟁제한 우려 평가 시 이러한 측면도 고려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경쟁제한 우려뿐만 아니라 디지털 분야 특유의 효율성 증대효과의 사례도 보강해 기업결합의 긍정적 효과 역시 균형있게 심사될 수 있을 전망이다. 즉 기업결합 결과 혁신적 서비스가 창출되거나, 스타트업들이 인수됨에 따라 투입자본이 회수(exit)되고 신규 스타트업 창업이 이루어지는 등의 효과가 기업결합 심사 시 고려될 예정이다.
간이심사 대상도 정비된다. 현행 심사기준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기업결합은 관련 사실관계의 진위 여부만 확인하는 형태로 ‘간이심사’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이 자신의 서비스와 보완관계 등이 없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타 업종 사업자를 인수하는 경우로서, 인수되는 사업자가 월 평균 500만 명 이상에게 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거나, 연간 연구개발비로 300억 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는 일반심사가 될 예정이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거나, 상당한 규모의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적 서비스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자가, 많은 이용자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게 인수되는 경우, 그 경제적 영향이 미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다만, 기업결합 심사는 신고된 기업결합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므로, 위와 같이 일반심사 되려면 피인수 기업이 기업결합 신고요건(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300억원 이상) 또한 충족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디지털 분야에서의 기업결합을 통한 인위적 독점력 창출 및 강화가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되고, 혁신적 벤처‧중소기업과 소비자 후생이 보다 잘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결합을 하려는 기업들의 심사에 대한 예측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전원회의 의결 등 관련 차를 거쳐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