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다는 반응부터 세계 15위권 산유국에 대한 기대까지 다양
개발 관건은 경제성,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난 목소리도
[한국뉴스투데이] 윤석열 대통령이 첫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을 발표했다. 20%의 가능성으로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가스와 원유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과 가능성 자체가 없고 채산성도 없을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매장 가능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전 세계 15위권 매장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포항 영일만으로 향하는 관심이 뜨겁다.
첫 국정브리핑에서 “석유 매장 가능성” 언급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물리 탐사 가능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 들어 지난해 2월 동해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세계 최고 수준인 심해기술평가 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사에 물리탐사 심층분석을 맡겼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 검증도 거쳤다”면서 “동해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의 경우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석유가스전 개발은 물리탐사-탐사시추-상업개발 3단계로 진행이 되는데 앞으로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시추 단계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오늘 산자부의 동해심해석유가스전의 탐사시추계획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전준비작업을 거쳐 금년말 첫 번째 시추공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국민들은 차분하게 시추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 시점에서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 언급했다. 안 장관은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세계적인 에너지 개발 기업들이 이번 개발에 참여할 의향을 밝힐 정도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2027년이나 2028년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35년이면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유국을 향한 꿈...세계 15위 산출국 부상?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석유가스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치권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부터 정치적 물타기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경제적으로는 석유·가스 관련주들이 일제히 상한가를 직행했다. 환경단체들은 바다에서의 석유가스 개발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동시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면서 개발 철회를 요구했다. 전문가들 일부는 매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우리나라가 세계 15위 산출국이 될 것이라며 들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매장 가능성도 낮고 매장돼 있더라도 경제성이 없는 개발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9년 국립지질조사소에서 전남 해남군 우황리 일대를 중심으로 최초의 석유탐사를 시작했다. 이후 포항에서 석유탐사를 하던 중 1975년 박정희 정권 시절 포항 앞바다에서 시추공 3개를 뚫어 드럼통 한 개 분량의 검은 액체를 발견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포항 영일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조사 결과 원유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산유국의 꿈이 좌절됐다.
1979년 한국석유공사가 설립되면서 석유 탐사가 본격화됐고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층이 발견됐다. 이 때 발견된 동해가스전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95번째 산유국이 됐다. 동해가스전은 2004년 11월 상업생산을 시작해 자원이 고갈된 2021년까지 17년간 약 4500만배럴 규모의 가스를 생산했다. 그 동안 동해가스전은 매출 2조6000억원, 순이익 1조4000억원을 기록했지만 개발 초기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동해가스전 발견 이후 우리나라의 석유 매장 가능성과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명박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로 눈을 돌렸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5년간(2008~2012년) 해외 자원 개발에 26조628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1977년~2007년까지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액인 3조7874억원의 7~8배 수준이다. 하지만 유가 급락으로 자원 개발은 브레이크가 걸렸고 이로 인해 국내 에너지공기업들이 부실화된 원인이 됐다.
관건은 경제성...환경 역행도 걸림돌
석유·가스 탐사와 개발의 관건은 경제성이다. 석유·가스를 개발하더라도 수입하는 가격보다 비싼 개발비용이 들어간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또 개발 시점의 국제유가 등 경제 상황에 의해서도 개발 성공 여부가 갈린다. 윤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고 1개당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미 5000억원을 개발 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개발을 공언했다는 점에서 5개 이상의 시추공이 뚫릴 가능성이 높아 5000억원 이상이 쏟아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 세계가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탄소중립을 내세우고 실천하고 있는 가운데 석유탐사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밝힌 성공 확률 20%는 실질적으로 본다면 10% 남짓에 불과하고 경제성까지 따지게 되면 채굴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며 “정부의 기대대로 석유가스가 존재하더라도 생산 가능한 2035년에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진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Broomberg New Energy Finance)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2027년이면 화석에너지와 같아진다. 이 경우 2036년에는 현재 수준의 절반이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 또 포항 앞바다 일부가 지난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는 점도 이번 개발의 걸림돌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포항 앞바다는 해양보호생물종인 게바다말과 새우말 등 해조류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탐사의 두 번째 단계인 탐사시추를 위한 준비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대왕고래로 정하고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시추 탐사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달 초 석유공사는 세계적인 해양 시추업체로 꼽히는 노르웨이 '시드릴'과 '웨스트 카펠라'라는 이름의 시추선 사용 계약을 맺었다. 웨스트 카펠라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8년 건조한 선박으로 우리나라에서 약 40일간 시추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지급한 금액은 3200만달러(약 440억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