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중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CBDC 활용성 테스트에 돌입하면서 CBDC 상용화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각 국의 중앙은행들은 디지털 경제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자금세탁 방지 차원 등의 이유로 CBDC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침해와 상업은행의 축소 등의 여러 문제는 여전히 CBDC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한은, 올 상반기 CBDC 테스트 돌입
올해 상반기 중 한국은행은 국민 10만명을 대상으로 CBDC 상용화를 위한 실거래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테스트에는 한국은행 뿐만 아니라 NH농협은행 등 7개 국내 주요 은행이 참여한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2년 CBDC 모의 실험을 벌인 바 있다. 이어 지난해 NH농협은행은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과 ‘CBDC 활용성 테스트 대응시스템' 계약을 체결하고 테스트를 준비 중에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제조·발행·유통하는 디지털화폐로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신개념 화폐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만큼 국가가 만들고 국가에서 공인한 안전한 디지털화폐가 되는 셈이다. 기존 종이 화폐와는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 이에 기존 종이 화폐와 같이 가격 변동이 적고 안정적이라 다른 가상화폐처럼 투기 자산이 될 가능성이 없고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
이용목적에 따라 거액결제용와 소액결제용으로 나뉜다. 거액결제용 CBDC의 경우 금융기관 간 이용이 주요 목적이다. 금융기관들은 CBDC를 통해 365일 24시간 결제가 가능하고 결제과정이 간소화되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빨라지고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결제와 청산 과정에서 운영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강점으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거액결제용 CBDC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소액결제용 CBDC의 경우 모든 경제추제가 이용할 수 있다. 운영은 중앙은행이 개인 고객의 CBDC를 금융기관과 지급결제서비스 제공업자 등이 관리하도록 하는 직접 운영방식과 CBDC 시스템에 참여하는 중앙은행, 금융기관, 중개기관 등 여러 기관에서 원장을 공유해 관리하는 간접 운영 방식이 있다. 대체적으로 거액결제용으로 이용하는 국가는 직접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소액결제용으로 이용하는 국가는 간접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럽·중국 적극적으로 도입 검토 중
CBDC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국가가 발행을 검토 중에 있다. 미국의 경우 달러의 입지 강화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리더십을 이유로 지난 2016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초기 당시에는 연준의 도입 의지가 높았으나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보안 이슈는 물론 CBDC를 도입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반대 의견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도입 속도가 완만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019년 디지털 경제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 검토에 들어갔다. 이후 조사 및 평가 단계를 거쳐 현재 구현 단계에 진입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에는 CBDC 도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물론 금융시스템의 불안정 가능성과 데이터 보안 우려 등으로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ECB는 CBDC 도입 검토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경우 가장 빠른 2014년부터 디지털화폐 및 전자결제(DC/EP)개발에 착수했다. 중국은 금융포용성을 강화하고 자금세탁과 사기 등의 억제를 기대하고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구축된 민간 결제수단이 공고하다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도입 검토 단계부터 최근까지 일관되게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도입을 검토는 하고 있지만 현금 사용에 익숙한 문화답게 미온적인 반응이다.
이처럼 중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유럽도 적극적 도입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미국의 미온적 입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CBDC가 도입되는 것은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도입 과정에서 사이법 보안과 상호호환성 등의 기술적 이슈와 금융시스템 안정성 등의 경제적 이슈, 규제 체계와 소비자 보호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장단점 분명...상용화 시기상조 목소리
그럼에도 CBDC의 장점은 분명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은 보고서에서 CBDC의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결제 옵션이 다양해지고 국가 간 송금 속도가 빨라질 것을 우선으로 꼽았다. 또 사설 디지털 화폐 대비 높은 안정성과 유동성도 보장된다. 여기에 아직은 불안정한 사설 디지털 화폐가 확산되는 것으로 억제할 수 있고 신원확인이 쉽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 도지코인, 아모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설 가상화폐는 개인이 만들어 시세의 변동이 크고 아예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도 있어 실제 화폐로 사용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일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거래가 디지털화로 기록이 된다는 점에서 자금세탁과 탈세의 문제도 단번에 해결된다.
반면 모든 거래가 기록이 된다는 점은 CBDC의 결정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돈을 썼는지가 디지털 공간에 평생 남는다는 점은 CBDC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또 개인이 보유한 자금을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시스템은 중앙은행의 보안이 뚫릴 경우 치명적인 리스크가 된다. 여기에 중앙은행 위주의 금융시스템으로 다수의 상업은행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CBDC 관련 연구와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화폐연구부를 디지털화폐연구실로 확대 개편하고 테스트를 준비 중에 있다. 디지털화폐연구실은 CBDC 관련 기술 과제 및 제도 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정부·국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논의과정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국가 간 지급결제 인프라 연구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 등 CBDC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