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근 미국변호사 칼럼 - 서로 믿고 주고 받는다?
[한국뉴스투데이 박강석 기자] 흔히들 미국을 신용사회라고 한다. 신용사회란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겠지만, 미국을 신용사회라 하는 것은 거래시 현금이 아니라 신용카드나 체크(check)를 ‘서로 믿고 주고 받는다’는 사실에 방점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서로 믿고 주고 받는다’는 의미는 특히 한국사회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인 체크, 즉 상대방이 액수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체크에 얼마라 적고 그 아래 ‘인감도장도 아닌’ 서명을 한 ‘종이쪽지’를 나중에 현금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일상적으로 거래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사실 이러한 체크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다 온 사람이 미국에서 무엇에 대한 댓가로 체크를 받으면 미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거래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더욱이 그 액수가 몇 천불이 넘는 큰 액수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개인 체크의 경우 체크 발행자가 체크에 사용되는 종이의 종류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때로 토끼, 사자, 기린이 뛰어 노는 모습이라던가 온갖 꽃이 형형색색 피어 있는 모양의 체크를 받으면 “이걸 돈이라고 받는게 맞나?”하는 의구심이 더 커진다.
그런데 체크 사용이 일반적인 미국사회에 적응해 살다 보면 체크가 현금보다 더 안전한 거래수단임을 깨닫게 된다. 일단 체크를 받으면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에 그것을 예치시켜야 하고, 은행간 거래를 통해 체크를 발행한 사람의 은행에서 돈을 빼와 체크를 받은 사람의 은행 구좌로 돈이 들어오는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체크를 은행에 예치한 다음 즉시 현금화 할 수 없는 불편함은 있지만, 항상 기록이 남는 은행간 거래로 개인들의 체크 거래가 완성된다는 점에서 현금 거래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점이 있다. 따라서 체크 거래에 대한 신뢰는 사실상 체크를 건네 준 상대방에 대한 신뢰보다는 체크 거래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어떤 사회든 사회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는 시스템을 깨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체크 거래의 경우, 이른바 Bad Check의 발행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일종의 부도수표 발행이다. 체크를 주고 받는 것은 대부분 사인간 거래이지만, 자신의 통장에 충분한 예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체크를 발행하는 것은 사회의 신뢰 시스템을 해치는 것이기에 미국 사회에서는 이를 범죄로 다룬다. 그것을 경범죄로 다루느냐 중범으로 다루느냐는 주마다 관련법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형법의 지배를 받는 범죄행위이다.
무역거래에서 체크를 지불수단으로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이지 한국의 수출업자가 미국의 수입업자로부터 체크를 수출 대금으로 받은 경우가 간혹 있다. 수입업자로부터 받은 체크를 한국의 수출업자가 거래 은행을 통해 추심과정을 거쳐 현금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체크를 받은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단지 받은 체크가 Bad Check인 경우가 문제이다.
그렇다면 Bad Check를 받았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체크를 받았으면 거래 은행에 현금화 할 수 있도록 추심을 요청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그 체크가 Bad Check로 판명이 되면 거래 은행을 통해 체크를 발행한 미국의 수입업자에게 통보가 간다. 일정한 기간내에 수입업자가 자신의 통장에 체크에 적은 액수 이상의 금액을 예치시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통보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Bad Check를 발행할 의도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통보 이후 은행에 예금을 예치하여 문제를 풀어야 하는 기간은 주마다 다른데 뉴욕과 뉴저지 중의 경우 상대적으로 길어 각기 30일과 35일이다. 하지만 플로리다주는 7일, 네바다와 위스콘신주는 5일, 그리고 보스톤이 위치한 메사츄세추주는 이보다 더 짧아 통보를 받은지 이틀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형사상 범죄행위가 성립한다.
만일 액수가 큰 Bad Check를 발행하면 중범으로 다루어져 감옥살이를 하기도 한다. 예컨대 네바다나 사우스 캐롤라이에서 Bad Check를 발행한 사람은 액수가 크면 10년 이하의 징역을 살 수도 있다.
미국 각 주에서 이같이 Bad Check 관련 법이 정한 일정한 기간 안에 Bad Check 발행자 자신의 은행 구좌에 입금을 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체크를 발행한 사람을 경찰서에 신고함으로 형사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Bad Check를 받은 사람은 체크에 적힌 금액을 받는 것이 목적이기에 돈을 받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거래 은행을 통하여 받은 체크가 Bad Check로 판명이 되면, 체크를 발행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그 사실을 알리고 그에 해당하는 금액과 그로 인해 발생한 은행 비용을 청구하도록 한다.
이 편지는 편지 수령자의 서명을 받을 수 있는 등기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이 좋다. 일정 기간 후에 이 편지에 대해 답을 받지 못했다면 변호사를 선임하여 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함이 바람직하다. 액수가 크지 않다면 체크 발행자가 거주하는 주 법원에 속한 소액 재판소(Small Claim Court)를 이용하면 비교적 편리하다. 그리고 이러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면 주에 따라서는 Bad Check를 발행한 사람이 변호사 비용 등 법률 비용뿐만 아니라 체크에 기입되어 있는 액수의 두 배까지 물어 내도록 되어 있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국은 신용사회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Bad Check를 발행한 사람은 형사상 처벌되고 그 사람의 신용에도 큰 오점이 남게 되는 일이다. 따라서 체크 거래가 생각보다 안전한 거래이기는 하지만 간혹 Bad Check가 발행되기도 하니, Bad Check를 거래대금이나 다른 이유로 받게 되었을 경우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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