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경색 국면 따뜻한 남풍으로 녹인다
3년 3개월 만에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 자원 계획 수립 한미정상회담 이전 북한 태도 변화 필요 차가운 북풍에 언 한반도…남풍으로 녹여야
[한국뉴스투데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으로부터 불어오는 찬 바람이 한반도를 냉각기로 만들었다. 이대로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완전히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런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이나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따뜻한 남쪽 바람을 북쪽으로 보내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인다는 계획이다.
제재 위반으로 규정 시 유엔 대북 제재 대상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을까. 하노이 회담 이후 차가운 북풍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이번 달 초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하는 등 2번의 도발이 이어지며 냉각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애써 태연한척 했다. 북한이 쏘아 올린 발사체에 대해서도 정치적 고민을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쏘아 올린 발사체를 ‘미사일’로 분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술유도무기’라고 규정하면서 우리 정부 역시 ‘전술유도무기’로 규정했다. 미국도 ‘제재 위반’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유엔 제재 위반이 아니냐는 목소리에 대해 “신뢰 위반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재 위반’은 아니라고 밝혔다. 제재 위반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북한과의 대화가 무산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나 미국이나 모두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 미국 그리고 북한 모두 ‘대화’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대화의 장이 열린 적은 없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북한은 아예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고 문을 걸어 잠갔다. 미국은 계속해서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적극적인 노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하기 위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단단히 걸어 잠근 문을 열게 하는 방법을 구상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두 달에 한번 꼴로 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거센 바람이냐 따뜻한 햇살이냐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방법에는 ‘거센 바람’이 있을 수 있고, ‘따뜻한 햇살’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거센 바람’과 ‘따뜻한 햇살’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한 것이 바로 ‘따뜻한 햇살’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자산 점검을 위해 우리 기업인 193명의 방북을 승인했다. 이는 2016년 2월 공단 폐쇄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는 무관하다고 정부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자산 점검이 재가동 전초작업이라는 점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기업인 방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북측의 최종 의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무산됐던 800만 달러 규모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 보건 사업을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다시 진행키로 했다.
또한 우리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도 검토하면서 정부가 직접 북한에 쌀을 보내는 방식과 대북 민간단체 활동에 ‘매칭펀드’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당장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환영의 뜻을 보였다. 3년 3개월 만에 자신들의 자산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환영의 뜻을 보냈고, 재가동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전에 결실 볼까
결국 핵심은 북한의 반응이다. 현재 북한의 반응은 뚜렷하게 없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북한이 승인해야만 개성공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외세에 의존해 우리 민족 내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강도에게 대문을 열어주며 집을 봐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은 짓이라면서 한미공조를 비판했다.
조선신보는 미국의 ‘선 핵포기’ 주장 철회를 요구하며 “올해 안으로 3차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경우 핵실험·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관련, ‘하노이의 약속’이 유지될지 어떨지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북한 선박 압류와 관련해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야말로 국제법도 안중에 없는 날강도적인 나라”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북한이 아직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으로서는 다음 달 말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전까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하는 데 있어 북미대화의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그래야만 올해 안에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물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방북한다고 해서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주요 우방국과의 공조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대북 식량 지원이 아닌 개성공단 재가동에 방점이 찍혀져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산적해 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가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햇살’이 결국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했던 것처럼 우리의 따뜻한 바람이 북한의 찬바람을 몰아내고 한반도에 훈풍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