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의 시선은 어디로?
축제는 계속된다
1997년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출범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격년제로 개최되다가 3회 때인 2001년부터 매년 열리는 영화제가 올해로 21회다. 21회의 슬로건은 “20+1, 벽을 깨는 얼굴들”. 20과 1을 의도적으로 분리시켜 앞으로 10년을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결의를 내비친다. 올해 포스터의 3명의 여성 얼굴들은 슬로건을 이미지로 보여 주듯 간결하고 강렬하다. 2019년 상영작들 역시 도발적이고 당차다. 영화제는 8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다. 총 31개국에서 출품된 119편의 영화들과 포럼 그리고 다양한 부대행사들로 진행된다.
1997년 4월 11일 “서울여성영화제”란 명칭으로 열렸던 여성영화제. 1회 때 개막작은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인 박남옥(1923-2017)의 <미망인〉(1954)이었다. 65년 전 제작된 <미망인>과 현재 여성 영화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반세기를 넘긴 시간 속에 여성의 시선 혹은 정체성은 얼마큼 진화되고 전진한 것일까? 여전히 부당하고 불편한 여성감독들의 속내와 영화 속 여성의 얼굴들을 조명하는 20+1, 벽을 깨는 얼굴들 속에 ‘우리’의 얼굴은 어디쯤 머물러 있을까. 1997년 동숭아트홀에서 시작하여 2004년 신촌을 거쳐 이제 상암동까지. 유목민처럼 머물 곳을 찾아 동서남북으로 옮겨 다닌 20여 년 동안 영화제의 내실은 단단해진 듯하다. 모쪼록 이곳 상암에서 오래 안착하길 기원한다. 올해는 한국영화100주년 기념행사로 ‘한국영화 100년 기념 특별전':100년의 얼굴들’이 기획됐다. <미망인>을 비롯하여 양주남 감독의 <미몽>(1936), 김수형 감독의 <미망>(1976),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 이민용 감독의<개 같은 날의 오후>(1995), 김기영 감독의<이어도>(1977), 한형모 감독의<자유부인>(1952), 변형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5) 등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또한 올해는 "피치&캐치" 10주년 되는 뜻 깊은 해. 서울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피치&캐치"10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피치&캐치로 극장 개봉한 영화들이 특별히 상영된다. 아울러 피치&캐치 10주년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여성영화의 가능성과 대중성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펼친다.
특별히 폴란드와 한국의 수교3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폴란드여성영화의 힘”섹션은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은 특별 선물 같은 영화들이다. 영화로 읽는 폴란드 여성 운동사를 주제로 포럼도 2일 진행된다.
참여와 연대에는 비용이 든다. 31일 김아중 배우와 진행한 스타토크 시간에 변영주 감독은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할 때 반듯이 감당해야하는 것을 ‘게임 값’이라고 했다.” 영화감독이 결혼식 비디오 촬영을 아르바이트하면서 “이것은 영화를 찍기 위한 ‘게임 값’이야~ ”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것처럼. 영화제를 즐기기 위하여 ‘게임 값’을 지불한 관객들은 영화제 기간 내내 극장을 오고가며 부족한 수면과 피곤함 속에서도 발견과 교감과 소통으로 숨통이 트이는 환희의 순간을 누릴 것이다.
2004년 6회 때 동숭동에서 신촌으로 옮기면서 당시 이혜경집행위원장은 “여성영화제를 통하여 여성들이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말한 소망은 현재 진행형. 이제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여성영화제로 성장했고 전 세계 여성영화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서울여성영화제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여성영화 인력 발굴과 여성영화 창작을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확장되길 기대한다. 영화제는 축제다. 축제는 참여와 연대로 완성되는 예측불허의 선물. 분명 게임 값을 지불할 가치 있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