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직장인이 직접 바꿔가는 근로 문화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 원하는 직원들 美 절반 “재택근무 시 월급 삭감 OK” 직장인 86% 사내 이직제도 '긍정적’ 사직서 품고 사는 30‧40 ‘파이어족’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세대가 더불어 살 수 있는 문화에 대한 고민은 늘 뜨겁다. 그중에서도 성인 대다수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근로 문화는 더 그렇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하기 좋은 일터에 대한 고민은 물론, 직장 그 자체에 대한 관점도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언택트 문화로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주목하게 됐고, 한창 일할 나이로 생각되는 30‧40대에 이른 은퇴를 꿈꾸는 이들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기업이 개인에게 강요하던 조직 문화가 개인이 주도적으로 바꿔나가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편집자주> |
[한국뉴스투데이] 그동안 고용주가 근로자 위에 있던 수직적‧폐쇄적인 근로 문화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근로자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근로자들의 기대치를 맞춰주지 못하는 기업들은 뒤처지리라 예측한다.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 원하는 직원들
올해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재택근무자는 114만 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2019년 9만50000여 명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재택근무 초창기에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도입한 기업이 많았다. 실제 갑작스러운 근무환경의 전환은 업무처리 차질과 사내 갈등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노동연구원의 고용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 중 상당수가 생산성에 차이가 없거나(53.6%) 생산성 향상을 경험한(18.7%)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전국 만 19세~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82.9%가 만족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연령과 직급이 낮을수록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만족을 느끼는 이유는 출퇴근 시간 절약(70.8%), 출근 복장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점(55%),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점(53.9%), 출근 준비 대신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점(50.9%) 등 순으로 꼽았다.
또한, 이처럼 재택근무를 반기는 직장인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재택근무를 보장해준다면 급여가 깎여도 좋다는 직장인이 절반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미국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재택근무 보장 시 월급이 최대 5%까지 깎여도 좋다”는 이가 46%에 달했다.
심지어 최대 10%의 급여 삭감이나 10% 이상의 급여 삭감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도 각각 40%, 37%를 기록했다.
◆직장인 86% 사내 이직제도 '긍정적’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은 사내 이직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사내 이직제도란 직원 스스로 다른 계열사에 지원해 이동할 수 있는 제도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이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과 구직자, 대학생 등 1,09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의 86.4%가 ‘사내 이직제도가 직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 이유로는 회사 소속을 유지한 상태에서 진로와 직무 재탐색이 가능하다는 의견(39.9%)이 가장 많았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싶어서(25.3%),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롱런할 수 있을 것 같아서(16.5%) 등 순으로 이어졌다.
반면, 제도의 부정적인 면을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직장인은 일방적 인사 발령을 직원의 자발적 이직으로 만드는 등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55.4%), 대학생·구직자는 신입사원 모집 기회가 적어져 취업 문은 더 좁아질 것(48.4%), 그리고 경력직 선호 현상 심화(40.8%)를 이유로 많이 들었다.
응답자 중 계열사 또는 부서 이동을 경험한 이들에게 이동 이후 회사 생활 만족도를 묻자, ‘스스로 발령 신청’한 응답자들은 84.3%가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사발령‧통보’ 경험자들은 다소 낮은 64.6%가 만족했다.
대학생·구직자의 긍정 응답은 10명 중 6명(62.4%)으로 직장인보다는 비교적 낮았다. 이들의 이유로는 소속을 유지한 상태에서 원하는 직무를 스스로 재선택할 수 있어서(31.8%)가 가장 많았고, 커리어 관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어서(27.9%)가 그다음이었다.
◆사직서 품고 사는 3040 파이어족
직장인들은 늘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는 농담이 현실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미혼남녀 10명 중 2명은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으로 나타났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를 합친 말이다.
지난해 말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파이어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26.3%는 자신이 파이어족이라고 답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평균 14억7000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이어족이 목표인 이들은 주택 규모를 줄이고, 오래된 차를 타고, 외식과 여행을 극단적으로 줄인다. 그리고 돈이 모이면 누군가에게는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에 회사를 떠난다.
파이어족의 목표는 부자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조기 은퇴 후 ‘취미생활(37%)’을 가장 기대했고, ‘가족, 친구들과의 시간(20%)’, ‘인간관계 스트레스 감소(18%)’, ‘경제적 자유로움(15%)’ 순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