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현대아울렛 화재 원인 규명...중대재해 적용 여부 '주목'
7명 사망·1명 중태...사망자 전원 하청·용역업체 노동자 CCTV서 화물차 부근 불길 시작 확인됐으나 원인 미상 합동감식·압수수색·전담조사 등 원인 규명 주력 중대재해법 적용에 이목...관계 법령 해석 쟁점
[한국뉴스투데이] 7명의 사망자와 1명의 중상자를 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이하 현대아울렛) 화재의 원인 규명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안전 설비 정상 작동 여부 등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아울렛 대전점서 화재...7명 사망·1명 중태
지난 26일 오전 7시 45분경 대전 유성구 용산동의 현대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 1층 엘리베이터 부근 하역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약 5시간 30분 만인 오후 1시 10분경 초기 진화됐지만, 7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등 인명 피해를 냈다.
이번 화재로 희생된 7명은 모두 하청·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로, 시설 보수, 물류, 쓰레기 처리, 환경 미화 등 백화점 개장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출근했던 이들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합동 장례식은 치르지 않기로 했고, 일부 유족들은 정확한 사고 경위가 규명되기 전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 따르면 오전 7시 45분경 지하 1층으로 한 화물차가 들어왔고, 운전자가 화물차 내 물품을 수레에 싣고 건물 안쪽으로 이동한 직후 화물차 뒤쪽에 쌓여 있던 물품 더미에서 불꽃이 일었다. 이때 불길이 화물차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적재물에서 비롯된 것인지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순식간에 다량 발생한 유독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며 사상자를 냈다는 점은 확인됐다. 현대아울렛 지하 1층 주차장의 한 구석은 창고처럼 사용돼 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주차장에 쌓여있던 의류 및 상자들이 급격히 연소하며 2분 만에 많은 연기와 유독가스를 뿜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자 전원의 사인을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아울렛 지하 1층 주차장에는 제연 시설이 설치돼있지 않았다. 현행 소방법상 지하 주차장은 제연 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또 전체 6개 셔터 가운데 4개가 내려져 있었으며 특히 발화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진출입로의 셔터가 모두 내려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피해자들이 대피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연기 배출이 가로막혀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감식·압수수색...안전 설비 가동 확인
화재 다음 날인 지난 27일부터 2일간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소방당국 등 8개 기관 40명은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합동감식반은 특히 정확한 화재의 원인을 밝히고, 방재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합동감식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물차와 그 잔해물에 인화성 물질이 존재하는지 등 정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28일 대전경찰청은 현대아울렛을 압수수색해 스프링클러·제연설비 및 안전 관리 관련 자료, 화재 당시 CCTV 영상, 방재실 설비 서버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가 작동했다는 전자기록이 존재하는지, 물탱크에서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에 물이 제대로 공급됐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전날 현장 감식에서 경찰은 물탱크 수위가 정상까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대아울렛 측은 해당 물탱크의 경우 비상 상황에도 물이 빠지면 자동으로 채워지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또 화재 당시 투입됐던 119대원들이 지하층 일부 구역에서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아 차질을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상 소화전과 스프링클러가 같은 수전을 사용하는 만큼 스프링클러 역시 작동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대해 현대아울렛 측은 119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바닥에 물이 있었다며 스프링클러는 정상 작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30일 행정안전부는 현대백화점그룹, 경찰, 소방, 대전 유성구 등 7개 기관을 상대로 재난원인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행안부는 설계도, 건축허가서류, 안전관리계획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등을 검토하며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쟁점
현대아울렛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조사되고 있다. 28일 대전고용노동청은 광역중대재해관리과장 및 근로감독관 6명 등을 포함한 현대아울렛 화재 전담팀을 꾸렸다. 이들은 현대아울렛 측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바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어 법이 적용될 경우 유통업계 내 첫 사례가 된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미이행을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해설서 등에서 고용노동부는 소방법을 제외한 10개 법령만을 관계 법령으로 제시하고 또 적용해온 바 있다. 이에 당초 적용해온 대로 관계 법령에서 소방법이 제외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대전운동본부와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현대아울렛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10개 법으로 제한하겠다고 한다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방법 관련 사항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및 점검 의무가 제외되고,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참사와 같은 사고에 대해 수사 단계에서부터 기소, 처벌까지 법 적용을 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무력화할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법률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화재로 현대아울렛의 임시휴업이 이어지고 있어 현대아울렛에 입점해 있는 265개 매장의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이에 현대백화점 그룹은 “입점 업주들이 급여 지급 등 문제를 겪지 않도록 피해 조사와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대전시도 입점 상인에 최대 2억 원을 무이자로 대출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원인을 조사하고 건물을 복구한 뒤 재개장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상인들과 직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