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노동 개혁 VS 헌법 무시...노란봉투법 재점화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 '노란봉투법' 19, 20대 국회에서 폐기, 21대서 재발의 양대노총 "통과" vs 경제6단체 "폐기"

2023-02-14     조수진 기자
지난해

[한국뉴스투데이] 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 처리를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했다. 반면 경제6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노란봉투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연이어 폐기된 노랑봉투법이 21대 국회에서 야당에 의해 다시 발의되면서 통과를 두고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노랑봉투법이 뭔가요

노랑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일부 개정하는 것을 말한다. 노란봉투법이란 명칭은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에서 유래했다. 지난 2014년 쌍용차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업무방해와 영업손실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이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언론사에 보내며 시작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4만7000원을 넣은 봉투가 속속 도착해 모금이 시작된 지 16일 만에 1차 목표액인 4억7000만원을 달성했고 해당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가 출범했다. 이후 모금 111일 만에 총 4만7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최종 목표액인 14억7000만원이 모였다.

노랑봉투의 위력에 정치권은 노동조합법 개정에 나섰다. 2015년 4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은 노조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인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19대와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노란봉투법은 폐기됐다.

이후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의 파업에 대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지회장, 부지회장, 사무장 5명에게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노란봉투법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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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의 핵심은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와 3조의 일부 개정안이다. 현재 노동조합법 2조는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인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를 근로자에 포함시킨다. 그러면서 사용자 정의를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 대해 노동관계의 상대방으로서 지위에 있는 사업주로 확대했다.

노동쟁의의 대상 확대도 포함된다. 현재 임금과 근로시간, 복지, 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협소하게 규정된 노동쟁의의 대상이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과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등 사업재편에 관한 사항,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사항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명시했다.

노동조합법 3조 개정안은 사용자가 헌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사용자의 원인 제공으로 발생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근로자 개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내용도 포함됐다. 손해배상 범위도 단순한 업무거부(부작위) 방식인 파업과 정당한 쟁의행위로 발생할 손해를 제외한 불법행위 직접 발생 손해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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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노란봉투법 처리 촉구

이같은 노랑봉투법 통과를 위해 양대노총은 한 목소리를 냈다. 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2조와 3조는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노동개악과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국회는 노동·민생 입법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악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회계 투명성을 빌미로 노조 운영에 개입하고 상생임금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정부가 의도한대로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악이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조법 개정을 권고했고 국제노동기준과 노동법학계의 입장이나 최근 나오고 있는 노동위원회 판정 및 법원의 판결 등에서도 노조법 개정은 시대적 요구이자 과제라고 밝혔다. 또 대다수 국민들 역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단순히 일부 조문만의 개정이 아닌 민주노총와 노조법개정운동본부가 발의한 온전한 법안으로 처리될 것을 촉구했다. 또,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도 요구했다. 양대노총은 정부의 노동 개혁에 맞춰 연대와 공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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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6단체, 노란봉투법 폐기 한 목소리

반면 경제6단체는 노란봉투법 폐기로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엽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지난 13일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반대 공동 성명을 통해 노란봉투법 폐기를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제6단체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노사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이 근로3권 보호에만 치중한 나머지, 산업평화 유지와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노동조합법 본연의 목적은 무시한 채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헌법상 가치와 민법의 기본원리를 무시하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의 핵심 골자인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는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근로자 개념의 확대는 전문직이나 자영업자도 노조설립이 가능하고, 자영업자의 담합행위도 노동조합법상 보호하게 돼 시장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는 고도의 경영상 판단이나 재판 중인 사건, 정치적 이슈까지 파업이 가능하게 돼 산업현장은 1년 365일 분쟁에 휩쓸리고, 결국 기업경영과 국가경제는 악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들은 이미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근로3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입법례는 전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오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21일 전체회의에서 개정안 처리가 시도된다. 여기서 통과가 되면 추후 국회 법안 심의의 최종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다만 법제사법위원장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김도읍 의원이라 본회의를 가기도 전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