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 결정...명산의 위기
1982년부터 추진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환경 문제로 여러번 좌초, 윤 대통령 공약으로 급물살 지난 27일 최종관문인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통과로 허가 정치권, 환경단체 등 환경부 맹비난, 설치 저지 비상 선포
[한국뉴스투데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설악산국립공원의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추진이 결정됐다. 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이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최종 관문을 넘었다. 하지만 환경보전 문제로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갈등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설악산 케이블카의 설치로 지리산과 북한산 등 명산에 줄줄이 케이블카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강원도,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집착
설악산국립공원의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끝청까지 3.5km 구간에 케이블카와 전망대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최초로 추진된 것은 지난 1982년도다. 당시 강원도는 이미 1970년대에 설치된 권금성 구간 왕복 케이블카에 이어 관광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정부에 두 번째 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명박 정부인 2011년 양양군은 오색~대청봉 구간(4.6km)으로 노선을 변경해 다시 신청했고 환경부와 국립공원위원회는 경제성 부족과 상부 정류장 위치 부적합 등을 이유로 다시 반대했다. 이후 양양군은 2012년 상부 정류장 위치를 관모능선 구간으로 변경해 또 신청했으나 국립공원위원회는 해당 지역이 산양 서식지라는 이유로 다시 반대했다.
양양군은 박근혜 정부인 2015년에는 케이블카 노선을 지금의 오색〜끝청 구간 3.5km로 변경해 신청했다. 이때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하면서 설치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환경과 동식물 서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후 문재인 정부인 2019년 환경부가 자연 훼손을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하면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그러나 양양군은 이에 반발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지난 2020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환경부 부동의 처분을 부당하다고 결론내 사업 재추진의 길이 열렸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당시 대선 공약으로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약속하면서 부스터를 달았다. 윤 대통령의 당선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사업 추진 의사가 맞물리면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41년만에 청신호가 켜졌다.
마지막 관문인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가 결정적
김진태 지사의 사업 추진 의사는 분명했다. 김 지사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해 지역주민에게 케이블카 운영권을 맡겨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오랜 숙원 사업을 해결할 계획이라는 점을 여러번 밝혔다. 지난해 10월 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환경부의 계속되는 방해로 주민들의 숙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환경부는 아직도 정권교체가 된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공감했다”며 대놓고 환경부를 저격했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는 오색케이블카 사업 허가 여부의 마지막 관문이나 마찬가지다. 환경 문제로 계속 브레이크가 걸린 사업에 대해 중앙 정부를 등에 업은 강원도지사의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오자 환경부는 결국 무릎을 꿇었다. 지난 27일 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 협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환경부는 이미 2016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에다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해 무인센서카메라 및 현장조사를 병행해 서식 현황자료를 추가 제시하고 보완 시 누락되었던 일시훼손지 등에 대한 추가 식물조사 결과도 제시하는 등 보완책을 추가했다. 또, 상부정류장 위치를 해발고도 1480m에서 1430m로 하향 조정했고 기존 탐방로와의 이격거리를 추가 확보하고, 탐방객의 이탈로 인한 추가 훼손을 방지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공사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을 저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설삭도 활용을 통한 헬기운행 축소와 디젤발전기를 대신해 중청대피소에서 전기를 인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시설 안전대책으로는 풍속 예측모델링을 실시하고, 지주 높이 최대 예측풍속(36.91m/s) 보다 높은 설계기준(40~45m/s)을 적용했다. 다만, 상부정류장 구간에 장애인·노약자 등을 배려한 무장애시설(Z형식) 설치로 탐방로 연장이 증가해 보완 대비 토공량 등은 일부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검토기관 1곳은 입지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나 행심위 재결에 따라 반영되지 않았다. 나머지 4곳의 전문검토기관은 추가적인 저감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해 환경부는 이러한 내용들을 포함한 최종 협의의견으로 제시했다. 환경부의 승인으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사업의 심사를 거쳐 본격 추진된다.
국회·환경단체, 환경부 비난...설치 저지 선포
41년만에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이 결정되면서 정치권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개발논리에 휘둘린 환경부가 결국 백두대간 핵심보호지역을 스스로 파괴해 버리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임명 직후부터 환경부 장관이 아닌 산업부 장관이란 세평을 듣고 있는 윤석열 정부 한화진 환경부 답다고 비꼬았다. 정 의원은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린 것은 국토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주무부처라는 책임을 내던져버린 비겁한 결정이라 평가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사업자인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검토한 5개 환경 전문기관들의 공통된 의견은 케이블카 설치시 부정적 영향을 저감하는데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 부동의 사유와 더불어 국립공원위원회 7개 부대조건 이행여부, 새로운 보완사유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하나만을 검토했을 뿐이라 비난했다. 정 의원은 환경부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버렸다면서 특히 한화진 장관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을 허가한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여러 환경단체가 모인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역시 설악산을 그대로 두라는 국민의 바람과 전문기관의 거듭된 부정평가는 무시한 채 설악산케이블카를 무조건 추진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하명만을 받은 환경부를 맹비난하고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설악산을 제물로 삼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 평가했다. 이들은 환경부는 더 이상 정부조직으로서 존재이유를 상실했다는 입장으로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강력한 저지투쟁을 예고했다.
한편, 이번 오색케이블카 설치 허가로 설악산 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명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우후죽순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지역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백두대간 핵심보호지역, 생태자연도 별도관리지역 등 중첩된 보호지역이다. 이같은 중요 보호지역임에도 케이블카 설치가 허가됨에 따라 설악산과 더불어 지리산, 소백산, 북한산, 속리산, 무등산 등 5곳의 명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