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상습음주운전, 합리화 심해져…“너라도 그랬을 걸?”

음주운전단속 7회 이상 적발, 3년 연속 증가 음주운전 재범들, 양형 받으려 꼼수 공유까지 상습음주운전 심리, 죄의식 줄고 합리화 강해져

2023-04-22     박상미 기자

[한국뉴스투데이] 음주운전(飮酒運轉)은 술이나 약물을 음용한 후 정상 상태로 신체가 회복되기 이전에 교통수단을 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한민국 현행법 상 도로교통법 제44조에서 규정하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에 해당하며, 더 큰 위험을 야기해 사람을 상해하거나 사망하게 만들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상죄로도 가중 처벌되는 범죄 행위이다. 운전대를 잡는 음주운전자로 인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 사람 나아가 일가족의 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한 범죄, 음주운전에 대해 살펴봤다.<편집자주>

▲음주운전은

음주운전 교통사고 소식이 연이어 전해져 대한민국이 분노하고 있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상습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신상공개 등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범죄자는 “OUT”
음주운전 3회 적발 후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호란이 복귀를 노렸다가 시청자의 반발을 샀다. 호란은 지난 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했다. 복면(가면)을 쓰고 출연하는 이 방송의 특성상 호란의 출연이 방송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래 대결에서 패배한 후 복면을 벗고 정체가 공개되면서 그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는 새 앨범 발표와 공연을 계획 중이라며 관심을 부탁했다.

이날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음주운전 3번 한 사람을 방송에 내보내도 되느냐’, ‘음주운전자는 예비살인자’ 등 음주운전을 한 호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서도 ‘어떻게 용서가 되느냐’, ‘면죄부 방송’, ‘제작진은 책임을 져야한다’ 등 호란의 출연을 허락한 것에 대한 분노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호란은 지난 2004년, 2007년, 2016년 총 3번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2016년에는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몰고 성수대교 남단 인근을 지나다 3차선 도로 길가에 정차된 성동구청 청소 차량을 들이받았다. 당시 청소 차량 운전석에 타고 있던 환경미화원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호란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 원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고 ‘음주운전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 취득이 2년간 제한됐다.  

사고 아닌 중대 범죄
“음주운전사고를 ‘사고’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사고’라는 건, ‘실수’라는 의미인데 스스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건 실수가 아니잖아요. 내일도 모레도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을 거잖아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음주운전사고 피해 유족이 쓴 것으로 알려진 글처럼,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아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문제다. 경찰청 ‘연도별 음주운전 재범자 단속 실적 현황’에 따르면, 7회 이상 음주운전단속에 적발된 사례는 977명(2021년 기준)이다. 음주운전에 2회 이상 걸린 재범 이상자는 5만1,582명으로 집계됐다. 재범률은 44.8%로, 2명 중 1명은 음주운전에 단속되고도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7회 이상 재범자 수는 지난 2019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음주운전단속 실적 현황을 살펴보면, 음주운전 단속에 1회 적발된 운전자수는 약 65%(2010년 17만9,086, 2021년 6만4,300명) 감소했으나 7회 이상 적발된 수는 10년새 두배(2010년 478명, 2021년 977명)로 뛰었다. 7회 이상 적발된 상습음주운전자는 2017년까지 적발 수가 늘다가 2018년 이후 2년간 줄어들었다가 2020년부터 다시 증가했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지 않은 숨은 ‘범죄자’가 존재할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상습음주운전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회복할 수 없는 장애를 입는 피해자의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지만,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여전하다. 최근 정부가 특별 단속을 시행한 낮시간 동안에는 음주운전교통사고 소식에 분노하는 분위기를 비웃듯이 전국에서 낮술 운전자들이 적발됐다. 

삼진아웃에도 반성 없어
음주운전은 음주운전자 스스로 본인이 한 행동이 ‘범죄’행위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운전 재범률 집계에서 알 수 있듯이, 상습음주운전자들은 본인이 이전에 한 음주운전이 범죄였음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그 행동을 반복한다는 데서 문제가 심각하다. 일부 상습음주운전자는 본인의 범죄행위를 반성하기보다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집중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음주운전으로 3회 적발된 사람이 하소연하는 글을 올려 많은 이를 공분케 했다. 본인이 음주운전 3회 적발돼 2년간 면허 결격기간이라고 밝히고 ‘(결격기간 동안) 캠핑카를 보유하고 있어서 캠핑을 즐기고 오토바이 드라이브를 즐겼는데 이제 하지 못한다’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경험이라 생각하고 잘 이겨내겠다”라고 다짐해 분노를 샀다. 음주운전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이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진 이 글은 다른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져 원색적 비난을 받았다. 

상습음주운전자의 글이 처음 올라온 커뮤니티에는 음주운전 적발 후 유리한 판결을 받는 요령을 공유하는 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음주운전 적발 후 실형을 면하기 위해서 변호사의 조언으로 양형을 위해 준비하는 서류 목록 등을 공유했다. 양형자료 목록에는 장기기증서, 자동차 매매계약서, 중독센터 3회 교육 이수, 신경정신과 치료 내역서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죄의식 줄고 합리화 강화
상습음주운전자가 이처럼 반성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음주운전 행위가 반복될수록 자기 합리화 심리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상습음주운전자 심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2회 이상 한 운전자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운전자에 비해 ‘다른 사람이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심리가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음주운전 관련 운전자 심리는 죄의식, 수치심, 곤혹감 크게 셋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음주운전에 대한 죄의식은 음주운전 행위 자체를 얼마나 잘못했다고 느끼는 정도를 의미한다. 음주운전자는 음주운전 적발 또는 사고를 일으킨 후 자신의 잘못을 인전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재무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습범의 경우에는 그저 운이 없어서나 얼떨결에 나타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치심은 음주운전이 옳지 못한 행위이며, 자신의 음주운전 행위를 타인이 알게 되면 비난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곤혹감은 음주운전 적발이나 사고로 인해 운잔자가 느끼는 낭패감으로 여기에는 자신이 부담해야 할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와 더불어 본인이 속한 집단에 따라 달라지는 정신적 부담이나 충격이 포함된다.

음주운전을 5년 사이 2회 이상 반복한 운전자의 경우,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죄의식이 이전보다 16.7% 감소했다. 본인의 행동에 대해서 ‘나는 평소에 음주운전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14.4% 증가하여 수치심은 상습음주운전 이후에도 여전히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자들은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면서 합리화하는 심리가 강화된다는 점이 문제다. 처음 음주운전을 할 때에는 일행을 태워다 줘야 했다거나 대리운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할 때에는 이전과 달리 ‘내가 아닌 다름 사람이라도 그 상황에서는 음주운전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전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