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1심 무죄

5일 1심 재판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죄 선고

2024-02-05     조수진 기자
제일모직과

[한국뉴스투데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으로 경영권을 불법승계하고 그 과정에서 회계 부정 등의 협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삼성전자로써는 그간 국정농단 이후 거듭된 사법리스크에서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지 5년 3개월 만이고 2020년 9월 이 회장이 기소된 지 3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 2015년 5월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했다. 합병비율은 ‘1:0.35’다.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물산 지분이 없던 이 회장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삼성전자 지배 구조를 형성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였던 미전실은 2012년 12월 이 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던 시점에 ‘프로젝트-G’라는 문건을 만들었고 삼성의 승계 계획에 따라 이 회장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 

그 과정에서 미전실은 합병 당시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허위 호재를 공표하거나 주요 주주를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국민연금을 대상으로 불법 로비를 하고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에도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2014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거짓공시를 하고 2015년 제일모직 가치 고평가를 위한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픽스 분식회계 등도 합병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제일모직과

이에 검찰은 삼성물산이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채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고 주주들에게는 손해를 끼쳤다면서 지난 2020년 9월 1일 이 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 미전실이 검토해 온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과 관련해 그룹의 지배 강화를 검토한 종합보고서라고 결론 내고 "대주주 이익을 위해 주주들을 희생시키는 승계 문건이라 보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용 피고인과 미전실이 합병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고 볼 수 없고 합병은 양사의 합병 필요성 검토 등을 거쳐 의결을 통해 추진된 것"이라며 "결국 이재용 피고인의 경영권 강화와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이 회장 등이 미전실과 공모해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를 높였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합병으로 인해 주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검찰이 양사 합병 비율에 따라 약 4조원의 차액이 발생했다고 추정해 이 회장에게 적용한 업무상 배임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며 신의성실 위반을 주장하지만 추상적 주장에 불과해 그 자체로 업무상 배임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이 회장 등이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봤다”면서 분식회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삼성으로써는 사법리스크 해소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이 회장은 2021년 1월 국정농단 혐의로 2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은 후 복역하다 그해 8월 가석방됐다. 이후 5년간의 취업제한 조치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던 중 2022년 8월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