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산업은행 협상 결렬, HMM 매각 무산

7일 산업은행, "이견으로 협상 최종 결렬" 하림그룹 "매우 안타깝고 유감" 입장 발표

2024-02-07     조수진 기자
국내

[한국뉴스투데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전 현대상선)의 매각이 무산됐다. 산업은행와 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으나 막바지까지 결국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7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7주에 걸친 협상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날 하림그룹 역시 "최종적으로 거래협상이 무산된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매각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매각 방식은 공개경쟁입찰방식, 매각 지분은 총 3억9879만156주로 전체 주식의 59.7%다.

매각 공고 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같은 해 12월 하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하림그룹은 자체 자금과 인수금융, 재무적 투자자인 JKL파트너스 등을 통해 8조원 정도의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수립했다. 

최종 협상은 당초 지난달 23일이 마감 시한이었고 이달 6일로 한 차례 연장됐다. 양측간 협상의 쟁점은 독립 경영 여부였다. HMM 매각 이후 하림그룹은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줄 것과 재무적 투자자인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적용하는 등 독립 경영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주주 간 계약에는 HMM의 현금배당 제한과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이 포함돼 있다. 하림그룹의 요구대로 주주간 계약의 유효기간 5년 제한이 받아들여지면 5년 뒤 해당 조항이 모두 해제된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이 그간 쌓아둔 14조원의 현금성 자산이 해운업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선을 그었고 협상 과정에서도 국가 해운산업인 점을 앞세워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하림그룹은 협상과정에서 컨소시엄 해체 후 단독인수도 제안하기도 했지만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다른 후보 기업에서 이를 문제삼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각 무산 후 하림그룹은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림그룹은 “그간 비난과 허위 주장들이 일부 언론과 노조 등을 통해 제기되었지만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은 비밀준수계약을 성실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었다"며 "이번 HMM 인수협상 무산에도 불구하고 벌크전문 선사인 팬오션을 통해 해운물류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림그룹은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에 꾸준히 시달린 바 있다. 특히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원에 불과해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넘어간 뒤 8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HMM은 당분간 지분 57.9%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관리체제로 돌아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