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베테랑이 ‘베테랑’ 할까

2024-09-15     곽은주 기자

파죽지세. 2024년 하반기 최고 화제작 <베테랑2>가 개봉 2일 차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범죄도시4>와 같은 기록이다. 2024년 개봉한 <파묘>가 기록한 3, 2023<서울의 봄>이 기록한 4일 차보다 빠른 속도다. <베테랑1>(2015)이 개봉 3일 차에 100만을 돌파한 것보다 하루 빠른 질주다. 과연 <베테랑1>을 넘어설까.

지난 5월 개최된 제77회 칸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베테랑2, 영제: I, THE EXECUTIONER(집행자)>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 후 “<존 윅 4> 이후 가장 완벽한,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놀라운 액션!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주먹이 운다> 이후 19년 만에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류승완(1973) 감독은 여기(뤼미에르 극장) 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정말 영광이고 뜻깊다라며 <베테랑2>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베테랑2>95일부터 915일까지 개최하는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도 초청받았다. 한마디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13일 국내 개봉한 <베테랑2>의 초반 성적이 좋다.

2015년 한국 액션 범죄수사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은 <베테랑>2024<베테랑2>로 돌아왔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수사극이다<베테랑>은 한번 꽂힌 것은 무조건 끝을 보는 행동파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그의 팀원들이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검거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한국 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갑질을 소재로 형사 서도철의 유쾌 통쾌한 활약을 보여주며 사랑을 받았다.

역대급 액션 연출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더 과감해진 액션 장면과 9년 만에 돌아온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새로 합류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이 펼치는 케미스트리와 베테랑 강력범죄수사대의 환상적인 팀워크가 볼만한 류승완 표 오락영화로, 류승완 감독이 류승완 했다.

가족도 못 챙기고 밤낮없이 범죄들과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 어느 날, 한 교수의 죽음이 이전에 발생했던 살인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전국은 연쇄살인범으로 인해 떠들썩해진다. 이에 단서를 추적하며 수사를 시작한 형사들. 하지만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 대상을 지목하는 예고편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또 한 번 전 국민을 흔들어 놓는다.

서도철이 범인 잡는 것을 보고 경찰이 되었다는 박선우가 베테랑 팀에 새롭게 합류하여 극의 몰입과 긴장감을 높인다. 여기에 전작 <베테랑>에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던 베테랑 형사팀원들도 또 한 번 의기투합해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최강의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류승완 감독은 “1편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밝히며, “1편의 힘이 경쾌함에 있다면, 2편에서는 힘 있는 박진감으로 밀고 나가려고 했다라며, 1편의 익숙함과 2편의 새로움의 조화를 이루는 연출에 고심했다고 제작보고회에서 밝혔다.

1편이 심플한 구조의 드라마라면, 2편은 보다 다층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영어 제목도 다르다. 1편이 Veteran(베테랑)인데, 2편의 제목은 1, executioner(집행자)이다. 베테랑과 집행자 사이의 간극이 1, 2편에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3,414,484명의 관객이 1편을 봤다. 이는 국내 상영 영화 역대 8위이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인상 깊은 액션 시퀀스는 <베테랑2>에서 그 강도와 몰입감이 한층 깊어졌다. ‘정형외과 액션으로 불리는 류승완 액션은 리얼 연출로 정점을 이룬다.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인 N서울타워를 비롯해 서울과 인근 곳곳의 도심과 주거지를 배경으로 주요 프로덕션을 설정했다. 도심 속 실내 도박장, 마약 중독자들이 기거하는 도시 뒷골목 등 현실감 있으면서도 영화적인 배경들은 류승완 감독 특유의 세련된 색깔을 확연히 드러냈다.

<베테랑2>는 일명 도파민 중독을 부르는 각종 영상 쇼츠,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범람하는 콘텐츠 속에 우리가 접하는 영상들이 어쩌면 실재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베테랑2>의 중요한 이야깃거리다. 알고리즘에 의해 정보가 제공되거나 차단되는 사회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류승완 감독의 시선은 <베테랑2>의 영화적 스토리와 맞물려 진화된 범죄수사극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보다는 정의와 신념이 충돌하는 지점에 무게를 두었다. 범죄자를 응징한다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살인 사건, SNS를 통한 살인 예고, 자극적인 범죄 소식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SNS 이용자 등, 영화 속 많은 이야기는 현실과 닮아있다. 과연 정의 범죄를 두둔하는 여론과 소위 범죄자의 팬덤까지 형성하며 베테랑 형사들이 난항을 겪는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제시한다. 류승완 감독은 좀 더 진지하고, 범죄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며 액션에 스릴러를 가미했다.

영화음악은 <밀수>의 장기하 음악감독이 맡았는데, 지나칠 만큼 과장되고 화려하여 때때로 영화의 흐름과 집중을 방해한다. 과유불급. 확실히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