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금융】 한은, 기준금리 동결...환율 안정 최우선 고려
올 첫 금통위, 3연속 금리 인하 멈추고 동결 결정 원달러 환율 급등 동결 결정에 가장 큰 영향 미쳐 국내는 탄핵정국으로 정치 상황 불안정성 커 문제 미국은 이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등 일정 수두룩
[한국뉴스투데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0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2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하면서 완화 기조로 바뀐 통화정책 방향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높은 상태라 또 금리를 인하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환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기준금리 현재 수준 동결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00%를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따르면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 또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앞서 한은은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올린 이후 2023년 2·4·5·7·8·10·11월과 지난해 1·2·4·5·7·8월까지 13차례 연속 동결한 바 있다. 이는 역대 최장기간 동결로 기록됐다.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기조로 전환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0.25%p 인하하고 한달 뒤인 11월 0.25%p 인하해 현재 수준인 3.00%가 됐다. 기준금리는 한은이 금융기관과의 자금거래를 할 때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시장 영향성이 매우 높은 경제지표다.
한은은 국내 경제가 지난해 12중 수출 증가율이 다소 높아졌으나 소비 회복세가 약화되고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졌다고 봤다.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줄어드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부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향후 국내 경제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기준 지난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2%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1.9%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여기에 향후 성장경로 역시 회의적이다. 국내의 경우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 상황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크다. 또 정부의 경기대응책,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물가의 경우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높은 환율과 국제유가, 국내외 경기 흐름 등으로 이 역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 1500원대 육박 우려
특히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최근 원달러 환율과 관계가 깊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 후반대로 1500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142.14(2020=100)으로 전월(138.80) 대비 2.4% 올라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년동기대비로는 7.0% 올랐다. 원재료는 광산품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3.0% 상승했다. 중간재는 화학제품, 1차금속제품 등이 올라 전월대비 2.2% 올랐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전월대비 각각 2.1% 상승했다.
수입물가가 상승한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 올랐고 국제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1434.42원으로 전달 대비 2.9% 올랐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73.23달러로 전달 대비 0.9%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수입물가는 수입 소비재 가격 외에도 국내 생산에 사용되는 수입재의 조달 비용을 높여서 결국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대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미국 트럼트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11월 6일 1400원대로 진입한 원달러 환율은 한달 뒤인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1442원까지 올라갔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햇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12월 9일 1438.1원까지 올랐고 12월 19일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로 1450원을 넘어섰다. 이후 한덕수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탄핵이 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1480원선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 원달러 환율은 1460~147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월 평균 원달러 환율의 최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지난 2009년 3월 1461.98원이다. 즉, 현재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 비슷한 상태인 셈이다. 이에 한은은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보다 환율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이달 중 주요 일정을 예정하고 있어 이를 관망하는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 트럼프 취임 등 주요 일정 수두룩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식이 오는 20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사를 주목하고 있다. 트럼트 당선인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향후 미국의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앞으로 미국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여러 경제정책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2기 트럼부 정부의 경제 정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의 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오는 30일에는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연준은 지난해 8월까지 기준금리를 5.25~5.50%를 유지하다 같은 해 9월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하)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해 11월 0.25%p, 12월 0.25%p를 각각 인하했다. 이에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0%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연준의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전망치인 3.4%보다 0.5%p 상향된 수치로,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오는 28∼29일 열릴 미국 FOMC 회의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 여부와 메시지를 확인하기 전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또 벌어지고 이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앞서 연준은 올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지만 올해들어 상황이 급변하면서 금리 인하와 시기 역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편,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 국제통화기금(IMF)은 2.0%,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 한국은행은 1.9%, 정부는 1.8%를 각각 전망했다. 올해 한은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일정은 2월 25일, 4월 17일, 5월 29일, 7월 10일, 8월 28일, 10월 23일, 11월 27일 등 7차례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