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번호이동 담합...공정위, 과징금 1140억원 철퇴
SK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 383억3400만원 각각 부과
[한국뉴스투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순증감 조작, 판매장려금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140억2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12일 공정위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설비기반 이동통신 사업자(MNO: Mobile Network Operater)인 이동통신 3사와 이들로부터 통신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er, 소위 알뜰폰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기준 이동통신 가입 전체회선 수는 8389만 건이고, 시장점유율은 SK텔레콤 37.6%, KT 21.2%, LG유플러스 22.4%, MVNO 18.9%다. MVNO를 제외한 2023년 12월 기준 이동통신 3사간 휴대폰 회선 기준 시장점유율은 SK텔레콤 48.4%, KT 28.5%, LG유플러스 12.1% 이다.
이동통신 유통구조는 크게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 소비자의 4단계로 구성되며, 이통사는 제조사로부터 대량으로 구매한 단말기를 자사 이동통신 서비스와 결합하여 대리점 및 판매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대리점은 이통사와의 계약을 통해 이통사와 이용자 간의 계약을 대리 또는 위탁받아 처리하는 자로, 이용자 모집의 대가로 판매장려금, 관리수수료, 업무대행 수수료 등을 지급받는다.
판매점은 대리점과의 계약에 따라 이통사와 이용자 간의 계약을 복대리 또는 재위탁받아 처리하는 자로, 이용자 모집의 대가로 판매장려금을 지급받고, 그 중 일부를 신규계약의 대가로 소비자에게 지급한다. 소비자는 대리점 또는 판매점을 통해 이통사와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통사로부터는 공시지원금을, 대리점 또는 판매점으로부터는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을 지급받는다.
이처험 사실상 포화상태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동통신 3사는 서로의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일종의 제로섬(zero-sum) 게임에 직면하므로, 상호간 가입자 유치 경쟁을 자제함으로써 수익을 증대하려는 유인이 발생한다. 이에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타사 가입자를 자사로 유치하는 번호이동 가입자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특정 사업자가 타사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원금 또는 장려금을 인상하면 다른 사업자도 이에 대응해 지원금 또는 장려금을 인상하게 되므로, 결국 어느 누구도 가입자를 늘리지 못하고 비용만 증가하는 결과가 초래돼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할 유인이 존재한다.
앞서 이동통신 3사는 2014년 12월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준 단통법 위반 행위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받자 자율규제를 이유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상황반'을 운영했다.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에 상황반에서 3사와 KAIT 직원들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매일 모여 각사의 번호이동 상황과 판매장려금 수준 등을 공유하고, 특정 이통사의 과도한 판매장려금 지급 사례를 확인해왔다.
상황반은 어느 한 이통사의 번호이동 순증 건수가 지속 증가하는 경우 스스로 판매장려금을 낮추거나 순감이 발생한 다른 이통사들이 함께 판매장려금을 높였고, 반대로 번호이동 순감소 건수가 커지는 경우 순증가한 다른 이통사들이 서로 합의해 자신들의 판매장려금을 낮추거나 순감한 이통사의 판매장려금 인상을 허락하는 등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 조정 합의을 실행했다.
공정위는 상황반의 이같은 행위를 담합으로 해석했다. 실제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상황반의 KAIT 담당자가 이동통신 3사간의 ‘상호 순증감 조약'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하 직원에게 설명하는 대화가 포착됐고 번호이동 순증가 폭이 큰 이통사의 영업책임자가 순감소한 이통사의 책임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를 했다는 내부 문건도 나왔다. KAIT 직원의 업무기록에는 번호이동 순감소 이통사가 내부적 사정으로 대응이 어려울 경우 다른 이통사들이 함께 판매장려금을 낮춘 사실도 기록됐다.
이같은 담합의 결과 3사의 일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는 2014년 3000여건에서 2016년 200건 이내로 축소됐다. 또 일평균 번호이동 총 건수는 2014년 2만8872건에서 2016년 1만5664건으로 45.7% 감소했고, 2022년 7210건으로 감소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를 '사업자 간에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제한'을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 40조 1항3호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SK텔레콤에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에 383억34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7년여간 진행된 담합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향후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