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아라 나의 목소리
[한국뉴스투데이 이성관 기자] 우리나라의 십대는 OECD회원 국가 중 가장 불행한 청소년기를 겪고 있고, 가장 치열한 교육열에 시달리면서도 참정권이 전혀 없다. 그들이 20대가 되어서 10대를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예전에 흔히 하던 말처럼 대학가면 다 좋아진다고 조금만 참으라고 조언할 수 있을까? 십대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ABCD가 있다고 한다. 알콜(Acohol), 당구(Billiards), 담배(Cigarette), 데이트(Date)의 앞 글자를 나열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학창시절을 지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10대가 나머지 인생의 어떤 시기보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할 때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시기에 금지만을 강요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상식에 가깝다. 단순하게 금지만을 주장해서는 음성적으로 왜곡되는 결과만 나타날 뿐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야하는 시기가 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실제 겪고 있는 10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성적호기심과 이성에 대한 순수한 열정, 또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답답함을 노래하는 청년들이 있다. 비록 20대가 되었고, 모두 군대를 다녀온 청년이지만 팀명에 ‘소년단’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10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밴드이다. 이들이 언제까지 소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인터뷰에 응해 준 ‘초록불꽃소년단’은 리더 및 보컬 조기철, 드럼 고석진, 베이스 양정현, 기타 최재형(객원)으로 구성된 4인조 인디밴드이다.
팀명은 어떻게 지은 거에요?
조기철: 이탈리아 어떤 동화집 중에 있는 하나의 이야기인데 사실 책은 읽지도 않고 그냥 맘에 들어서 제가 팀명으로 했어요. 그냥 어느 날 문득...
음악을 하는 목적은 뭐에요?
조기철: 저 같은 애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저 같은 애들이라면?)
찌질한 애들요.(웃음) 학교에는 계급이 있어요. 제일 위에 소위 일진이라는 애들이 있고, 그 아래에는 착하고 공부 잘 하고 뭐 그런 애들, 그리고 완전 공부도 싸움도 못하는 완전 하위애들요. 그런데 저는 그 계급 속에서 ‘중하’에 있었어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그런 애죠. 그런 애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에요.
양정현: 저는 사춘기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고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조기철: 아까는 고등학교 이야기를 했지만 사회 나와도 그 계급 관계는 똑같은 거 같아요. 어쨌든 언제나 중간 아래 있는 그 ‘소심남’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있어요.
학창시절은 어땠어요?
고석진: 학창시절부터 밴드를 해 왔는데, 오히려 대학교가서는 못했어요. 그러다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드러머를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밴드를 다시 하게 된 것이죠. ‘락스타’가 되고 싶었어요. 사실은. 반항하는 삶을 꿈꾸긴 했지만 실생활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 잘 다니고 그랬어요.
양정현: 저는 조기철 군을 만나면서 음악을 하게 됐어요. 좋아하긴 했지만 밴드를 할 생각은 못했는데, 락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서 이렇게 됐죠. 원래는 미술을 했어요. 조용한 성격이고 소심했는데 밴드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원래는 말도 많이 더듬고 그랬는데 고쳐진 거에요.
공연 장면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소리치고 뛰고 난리가 나더라고요. 근데 무대에서 내려오면 알바하면서 근근히 살아가는 청년일 뿐이잖아요. 어떤 간극은 없나요?
조기철: 그런 것은 전혀 없어요. 노래하는 사람이나 노래를 듣는 사람이나 저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양정현: 저희가 “우리 노래를 들려줄 테니 들어” 하고 강요하는 게 아니고 같이 즐겼으면 하는 것인데, 즐기는데 다른 감정은 없는 것 같아요.
가사가 아주 솔직하네요.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논란이 많은데, ‘자위’나 ‘섹스’ 같은 단어를 가사에 쓰고 면서 자기 검열을 하는 예는 없나요?
조기철: 작곡이나 작사는 제가 거의 다 합니다. 저희가 사실 무엇을 하든지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기 검열이라는 것은 전혀 없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솔직한 단어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제 노래 중에 ‘닿아라 나의 노래’라는 곡을 쓸 때는 인사동에 있었는데요. 지방에서 한복을 입고 올라오는 학생들이 간혹 있어요. 저는 한복 입은 여자는 웬만하면 다 예뻐보이거든요. 그런 애들이 단체로 온 거에요. 다 천사같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닿았으면 했어요. 제 노래가. (웃음) 그런 식으로 그때그때 느낀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씁니다.
노래를 들어보면 청소년의 성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것 같다. ‘아청법’까지 생겨서 더 청소년의 성을 담론의 주제로 내놔도 안 돼는 것으로 만든 느낌이 있어요.
조기철: 아까도 얘기했지만 청소년 중에 성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애들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즉 ‘중간계’에 있는 아이들은 그것을 표현하지도 못하죠.
양정현: 청소년들이 성생활을 하는 것을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가 학창시절에 받은 성교육이라고는 “구성애의 oo교실” 같은 영상 틀어주는 게 전부였어요. 피임의 방법은 알 수 있어도 피임을 왜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죠.
고석진: 모든 방법론을 떠나서 아이들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교육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성관계를 맺는 두 사람의 실제적인 문제이지, 피임을 어떻게 하고 출산은 어떻고 하는 원론적인 문제는 둘째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에는 사실 청소년의 성을 없는 것으로 치부하려고 하지 않나요? 내 아이가 성관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는 부모는 한 명도 없을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계속 숨기려고만 하는 거고 직접적 교육이 되지 않는 것이죠.
양정현: 저희 부모님은 아직도 모르시죠. (웃음)
고석진: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성적’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공부’가 아니죠. 그냥 ‘성적’인 거에요. 그 기준에 이성교제는 방해가 되는 일인 것이죠. 실제로 이성교제를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게 검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믿고 계시는 것이죠. 그래서 청소년의 성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아예 이성교제 자체를 못하게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기철: 사실 저희가 여기 앉아서 그런 얘기를 얼마나 할 수 있는 건지 혹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청소년 성문제를 분석하고 들춰내서 얘기하는 것은 저희에게 너무 큰 문제고요. 노래를 부르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가 들리는 사람은 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앞으로 계획은 어떤 게 있나요?
조기철: 3월 초에 저희 앨범이 나옵니다. 그럼 그때에 맞춰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할 생각입니다. 3월 7일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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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관 busylif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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