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벗, 나의 동무
나의 벗, 나의 동무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2.03.21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린 깐부잖아. 깐부끼리는 내 거 네 거가 없는 거야."

세계적으로 K-드라마 열풍의 정점을 찍게 했던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할아버지의 이 대사 한마디로 전 세계인들에게 '깐부'라는 말이 유명해졌다. 깐부는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같은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로, 친한 단짝 친구나 짝꿍을 이르는 말이다.

이제는 거의 잊혀진 말이지만, 드라마를 통해 '깐부'는 재확산 되었다.
진짜 내 편. 나의 친구가 '깐부'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친구의 의미는 동년배의 관계에서 주로 형성된다. 한국과 일본은 수직적 인간관계인 선·후배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학년이 차이가 나거나 사회에서 선·후배인 경우는 친구라 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빠른년생은 학교에 일찍 가게 되어 사회에서 친구 관계를 맺을 때, 족보가 꼬이곤 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도 있곤 하다.

사실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나이만으로 벗을 삼진 않았었다. 친구가 되는 데에 나이 몇 살은 중요하지 않았던 듯하다. 뜻이 맞고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친구를 맺던 시절도 있었다.

처음 보는 사이에 인사를 나누면서, 나이를 묻는 나라는 거의 없지 않나 싶다. 물론 지인이 되는 과정에서 나이로 서로의 호칭을 형, 누나, 오빠 등 가족을 칭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좀 더 그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 고하를 떠나 진정한 친구를 갖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릴 때는 친구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사람들은 지인과 친구를 구분 짓고, 그중에서도 진짜 깐부라 여길만한 친구는 현격히 줄어들게 된다.

진짜 우정은 앞과 뒤, 어느 쪽에서 보아도 동일한 것이어야 하며, 앞에서 보면 장미, 뒤에서 보면 가시일 순 없다는 말이 있다. 

솔직하고 진실된 관계에서 그만큼 서로에게 믿음이 없다면 그건 친구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 나를 알아주고, 나의 과거를 받아들이고, 나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는 진짜 내 편.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친구의 모습이다.

"그런데 길들인다는 게 도대체 무엇이니?"
"그건 사이가 좋아진다는 뜻이야."
"사이가 좋아진다고?"
"그래. 지금 넌 나에게 다른 수많은 사내아이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사내아이야. 그러니까 나는 네가 없어도 괜찮아. 너 역시 내가 없어도 좋겠지. 네 눈으로 나를 본다면 나도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마찬가지로 똑같게 보일 테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가 더이상 헤어져서 지낼 수 없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있어서 하나밖에 없는 친한 인간이고, 나는 또 너한테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것이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

서로 소중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그만큼 길들여진다는 것일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친구가 된다는 건, 나에게도 친구에게도 오랫동안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충분히 길들여짐을 내어주는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꽃을 보지 않는다. 정말이다. 너무 작아서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무언가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조지아 오키프-

급하게 사랑에 빠지는 것을 위험하다고들 한다. 진중하지 못했던 감정에는 대가가 따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처럼 급히 친구 사귀기 역시 성급해선 안 될 듯하다. 따라서 어른들의 친구 맺기란 참 어렵다.

어쩌면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친구끼리 더 맘 편하고, 그때 그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간 듯 서로를 대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에게 좋은 친구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살아가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 주는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깊이 이해할 수 있다면…. 그와 나는 이미 깐부이다.

"나보다 나을 것이 없고 내게 알맞은 벗이 없거든 차라리 혼자 착하기를 지켜라. 어리석은 사람의 길동무가 되지 말라." -법구경-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