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속담을 쓰면 좀 구식처럼 보이지만,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말에 이처럼 딱 들어맞는 것도 드물 것 같다.
잠시 일을 그만두고 백수로 지내기로 결심한 후,
일을 그만둘 즈음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었다.
물론, 앞으로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암튼, 늘 해오던 일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혼자 여행도 가보고, 배우고 싶었던 목공예와 미술도 배우기로 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보고,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집안의 자잘한 행정적 업무(?), 고지서 처리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백수로 지낸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그 생각을 꿰어놓은 것이 거의 없다.
처음 일을 하지 않은 일주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위도식 했다.
일어나서 밥 먹고, 산책 조금 하고, 심심하면 TV나 조금 보다가,
읽어야 할 목적이 없는, 단순히 마음 끌리는 책을 편하게 읽다가
그것도 지루하면 낮잠도 좀 자고, 친구의 연락이 오면 만나 수다를 떨고,
매일 앉았던 책상은 그냥 지나치는 날이 많았다.
이렇게 보내도 되나 싶을 만큼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기며 즐겼다. 그 나름대로 좋았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
이제 서서히 하고자했던 것을 해볼까? 하는 마음을 먹기 시작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생각만 했다. 도통 실천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 해도 되니까.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할 것 없다, 쉬고자 했으니 쉬면서 즐기자.
‘나에겐 이런 시간이 필요해~~’
생각을 꿰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목공예 수업과 관련해선 몇 차례 전화하면서 알아봤지만, 집과 멀다는 이유로 패스~
해외여행은 풀렸다고는 하나, 아직 모든 경비가 비싸고,
예술인 실업급여 신청도, 지역의료보험 조정신청도 아직 지지부진.
그나마 미술은 등록을 했는데, 이러저런 핑계로 개강 첫날 이후 아직 가 본 적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애초에 하고 싶었던 목공예나, 미술, 여행이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이 맞나 싶다.
이번만이 아니다. 난 늘 해야지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
괜찮은 자리가 나서 이력서를 내야지 생각만 하다가 접수기한을 놓쳐버리고,
간단히 00만 준비하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도 00을 준비하지 못해 놓쳐버리고,
행복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생각만 하고 끝난다.
지금껏 내가 생각한 것들을 실천하고, 꿰어보기만 했더라면,
내 삶에 얼마나 많은 경험들이 생겨났을까?
그 꿰었던 모든 것이 다 잘 될 필요는 없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나는 지금보다 한 뼘 더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을,
난 그동안 그 꿰어야 얻을 수 있는 수많은 보배를 놓쳐버렸다.
과거에 수많은 보배를 놓쳐버린 것처럼 이번에도 생각만 하다가 또 보배들을 놓치고 말았다.
만약 다시 일을 하게 된다면 또 생각을 하겠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시간이 없어 못하고 있다고 투덜대겠지.
나의 투덜댐은 언제까지인가?
정작 시간이 있을 때는 그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그냥 흘려보내놓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