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원의 생각의 틀을 깰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노력할 때
전문가들 2060년이 되면 출생아 수 20만여 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
[한국뉴스투데이] 비혼, 딩크로 설명되는 저출산이 낳은 다양한 용어들.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십수년 전부터 적신호를 켰지만, 현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근시안적 대응책뿐이다. 최근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성차별적 용어로 취급되며 ‘저출생’으로 이름을 바꾸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실효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고는 있지만,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위험성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국내 저출생 문제의 현실과 근본적 원인을 짚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과 국외의 모범 극복 사례를 둘러본다. <편집자주>
초저출생(저출산)국 대한민국에 세계 각국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최하위인 대한민국을 두고 ‘국가 붕괴 위기’라는 경고까지 나온 상황이다. 전 세계가 저출산고령사회인 지금, 인구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의 위기 극복을 위하여 저출산 문제를 대하는 각국의 사례와 긍정적 성과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일 때다.
지구촌은 지금 저출산고령사회다. 통계청에 따르면, 해마다 감소해 온 출생아 수가 올해는 26만 5000명을 기록했다. 저출산 문제가 처음 대두된 20년 전, 2001년(55만 9,934명)과 비교하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0년 전보다는 21만 명이 넘게 줄어든 수다. 전문가들은 2060년이 되면 출생아 수가 20만여 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출산=경력 단절’ 꼬리 끊어야
출생아 감소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 ‘일-가족 양립’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다. 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선진국 여부, 지역과 문화의 차이 등과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출생아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성 교육증대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성별과 결혼 여부를 차치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하려는 욕구는 동일할 것이다. 문제는 출산이 여성의 사회적 성장, 혼인 가구의 경제적 안정에 위기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사회가 많이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혼인을 앞둔 여성의 채용에 소극적인 사업주가 상당하다. 온라인 채용 관련 커뮤니티에는 채용 면접에서 결혼 계획, 결혼 후 출산 계획 등에 대한 질문이 여성 지원자에게만 주어져 불편했다는 후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결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수도 상당하다. ‘경단녀’(출산, 결혼 등으로 직업적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지칭하는 말) 꼬리표를 달고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여성들에게 출산은 마냥 핑크빛 미래가 될 수 없다. 고용보험에서 기혼, 유자녀 여성이 취업보호대상에 속하는 상황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자녀가 있는 여성이 직업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여러운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일-가족 양립 지향이 열쇠
저출산을 미리 겪고 대책을 세운 다른 나라의 상황을 살펴보자. 성공적인 저출산정책이었다고 평가되는 국가들은 스웨덴, 프랑스, 영미권(영국, 미국)이 해당될 수 있다. 현재 독일 및 남유럽, 아시아 국가들은 결론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을 영미형, 대륙유럽형, 북유럽형으로 유형화하여 생활방식이 비슷한 문화권별로 분류하여 분석해보면 독일, 프랑스와 같은 대륙유럽형 국가는 여성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영미형 및 북유럽형 국가는 여성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국가의 경우 일가족양립에 대한 지원, 영아에서 유아까지 돌봄서비스가 매우 발달되어 있어 균형 잡힌 가족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며 성과 역시 높은 편이다. 가사와 육아의 남녀분담 역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고 자녀양육에 대한 경제지원이 높으며 다양한 가족구성에 대한 제도적인 수용 및 이민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편이다.
프랑스의 경우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가사-육아에 대한 남녀분담이 잘 되어있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지원이 되고 있어 출산율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은 육아휴직 및 영아 돌봄에 대한 정부지원은 약하나 민간보육이용이 저비용으로 가능하도록 활성화되어 있고 유아를 위한 인적투자가 강하다. 생산성 있는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 역시 미국의 출산율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역할 분리 문화 극복 필수
출산 장려를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의 정책과 별개로 문화적 요소가 걸림돌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문화, 유교 문화의 성역할 구분은 가정의 불평등 구조를 수반하고, 결국 출산에 대한 여성의 부담을 가중 시킬 수 있다. 국가의 지원책이 상대적으로 잘 마련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국가 대부분은 문화 요소의 벽이 영향을 미쳤다.
가까운 예로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있다. 일본, 싱가폴의 경우 일-가정 양립 및 육아인프라, 아동수당 등 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유교적 문화 특수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으로 인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에 ‘자녀출산, 양육환경에 관련된 성청연락회의’를 구성하여 2003년 소자화대책기본법과 차세대육성지원법을 제정하였다. 저출산 대응 종합계획으로 엔절플랜(1994~1999), 신엔젤플랜(2000~2004), 신신엔젤플랜(2005~2010)이 추진되었고 엔젤플랜은 보육서비스의 확대, 신엔젤플랜은 모자보건, 교육, 주택 지원 등으로 정책 범위를 확대함은 물론 가정과 일터의 양립을 위한 직장문화의 조성에 중점을 두고 신신엔젤플랜은 양성평등을 주요 목표로 청년들의 경제적 독립 등을 강조하였다.
문화적 한계는 유럽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여성의 노동시장참여가 중요정책대상이 아니나 유아에 대한 돌봄서비스가 매우 발달되어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독일은 가톨릭 문화의 영향으로 성분업적 역할규범이 여전히 팽배하고 다양한 가족구성에 대해 저항이 큰 편이다. 일-가정 양립이 곤란하여 많은 대졸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역시 가톨릭문화로 인한 성역할구분 문화가 팽배하고 일-가정 양립이 힘든 노동정책으로 인한 한계를 지적받고 있다.
‘출산=행복한 일’
결국 인구 문제의 해결은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다만 각 개인, 가정의 문제로는 해결로 나아갈 수 없다. 국가의 과제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해외 사례가 그 방증이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가 개인과 가정이 겪어야 하는 일이지만 사회 및 국가가 모든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관심을 가지고 도와야 한다. 성공 사례결혼, 임신 그리고 출산이 행복한 일이라는 분위기 및 인식의 전환에 바탕을 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 국가의 성공은 수십 년 이상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의 결과물이다. 임신, 출산, 자녀 양육을 어느 한 개인, 가정, 직장 및 집단의 일로 가두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사회구성원의 생각의 틀을 깰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마음을 모아 노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