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사들 과포화 상태로 인해 취업시장에서 가치조차 떨어져 버린 게 현실
특정 분야에 인재들만 양성되는 것은 과학의 기반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을 것
2023년 현재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순위 1위는 운동선수고 2위는 의사, 3위는 교사이다. 과거 항상 순위권을 차지하는 과학자가 10위권 밖으로 떨어진 건 몇 년 사이의 일이다.
1980년대 아니 2000년대까지도 초등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진 과학자라는 직업이 더 이상 선택되지 않는 것은 단순히 관심이 떨어져서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이공계라는 분야에서 과거에는 과학자라는 영역이었던 프로그래머들이 독립적인 직업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꼬집기는 어렵다.
수재들이 떠나는 과학계의 현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웬만한 대학교에는 생물학과가 존재했다. 생물학과에서도 이를 세분화해 ▲분자생물학과, ▲동물학과, ▲곤충학과 같은 ‘과’까지 존재했다. 화학과나 물리학과 같은 순수 과학 계열의 ‘과’ 역시 전국에 웬만한 대학에는 다 설치돼 있었다. 대학입시의 전체 수석이 의대가 아닌 물리학과를 입학한다는 이야기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 머리가 좋다는 사람들은 그만큼 순수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품을 정도였다,
이런 현실에서 그 많던 순수 과학 계열의 학과들은 현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새로운 기술이 대두되면서 사라지거나 아니면 다른 학과와 융합되어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특히 1990년대에 80개 이상의 대학에 설립되었던 생물학과는 예를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전공자들이 필요한 현재 오히려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
물론 기존의 생물학과가 화장품학과 비슷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과’로 바뀌어서 명맥은 유지하긴 하지만 그 분야의 필요한 연구자가 줄어든 것 역시 사실이다.
또한 80∼90년대 국내 순수과학을 전공하고 유학을 간 수많은 연구자들의 자리가 현재와는 다르게 교수 외에는 국내 취업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따라서 교수라 할지라도 연구비의 규모가 확연히 다른 해외에서 취업처를 얻어 국적을 포기한 다수의 과학자로 인해 한국에서 과학에 대한 인프라가 형성될 수 없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과학자들 고노동 저임금에 의욕상실
물론 해외에서 좋은 자리와 연구비를 포기하고 사명감 하나만으로 국내에 들어온 과학자들 희생으로 국내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온 덕분에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희생 자체가 과학자들에게 저임금 고노동을 불러왔다.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으면 어느 정도 학위에 대한 급여가 산정되어야 하지만 이조차도 좁은 시장 때문에 국내 박사들의 과포화 상태로 인해 취업시장에서의 가치조차 떨어져 버렸다.
또한 짧은 정년으로 인해 40대 초반이면 대기업에서조차 연구직에서 떠나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과학자로서는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없다는 회의감까지 만연하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학계 외에는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해외에서는 50대, 60대 이상도 연구실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는 완전히 다르기도 해 과학자라는 직업을 초등학생들이 미래를 보고 선택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황우석사건과 같이 연구 윤리마저 뒤로했던 스타 과학자의 일탈 또한 초등학생들에게 상처만 안겨주었다. 거기에 다양한 과학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교과서의 내용을 맞춰줘야 하겠지만 특정 과학 분야에만 치우친 산업적 편향에 따른 학습과정 역시 순수과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초등학생들에게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되었다.
과학계 전반적인 체질 개선 시급
물론 수많은 인재들이 순수과학을 전공하게 학습량이 의대만큼은 미칠지 몰라도 거기에 근접하게 공부하는 것에 비해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에 수많은 인재들을 의대로 흡수하게 되어 전반적일 인재들의 질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제는 초등학생조차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웬만한 각오 없이 할 수 없다는 것이 사회적인 압박으로 작용해 안정적인 진로의 선택을 강제화 하였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과학 교육에 대한 개선과 높은 수준의 임금, 그리고 직업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연속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초등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단편적인 몇몇 스타 과학자에 대한 편애와 공허한 과학캠퍼인은 오히려 초등학생들에게 1∼2시간 정도의 체험학습 수준의 결과 외에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즉 몇몇 시범 초등학교에서 하는 것과 같은 과학 실습을 초등학교 전반에 걸쳐 하지 않은 이상, 20∼30년 후에도 한국 과학의 기초가 되는 과학자들이 양성되는 것이 아닌 특정 분야에 인재들만 양성돼 기반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