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이란?
전 세계에는 수많은 바이오 기업이 존재하고 있다. 다른 공산품과는 다르게 바이오 기업에서 개발하는 단 한 개의 생산품만 성공적으로 판매되면 천문학적인 돈을 벌수 있다. 또한 판매만 된다면 짧게는 50년 길게는 몇 백 년 아니 인간문명이 존재하는 한 영속적으로 제품이 소비된다.
사전적 의미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이오 기업이란 단순히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제약 혹은 치료기기 쪽에 의미가 집중된다. 사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자금 및 연구 분야가 질병에 많은 부분이 국한돼 있는 건 사실이며 대중의 생각 역시 딱히 틀렸다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바이오 기업이란 의미는 넓게 이야기 하여 종자의 개량 및 증산과 같은 식물학, 식품의 가공 및 제조, 애완견의 상태 분석, 가축의 관리 및 육질 향상의 축산학 등등 꽤 많은 분야가 포함돼 있다. 심지어 최근 환경문제가 도래한 바이오 연료 역시 바이오 기업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범위 자체를 넓힐 수 있다.
다만 과학이란 범위로 정의를 상당히 좁힌다면 동식물이 체내에서 만드는 탄소 포함한 화합물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긴 허나 대중들에게 널리 쓰이는 의미에서 의학 쪽에 집중되었다.
시작자체가 힘든 이유
물론 기존에 있는 바이오 제품을 생산해서 포장재나 공정 개선을 통해 그 효율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기는 무에서부터 혹은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하는 것 보다는 확실히 쉬운 편이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상대적으로 쉽다는 의미지 다른 분야보다 진입장벽이 비슷하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 바이오 벤처 기업을 세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만들고자 하는 바이오 제품에 대한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유독 바이오 분야가 전문가가 되는 자체가 매우 힘든 분야 중 하나다. 최소한의 의생물학 지식으로 바이오 벤처의 전문가로 요구되는 최저 학력이 석사이상의 대학원 학위이다. 아니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어도 다년간의 연구소 실적이 있어야 한다.
그만큼 지식을 응용해야 하는 난이도가 높을뿐더러 실제 임상 이전에 동물실험에서부터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연구계획을 회사 스스로 짜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아이디어만 가지고 다른 이에게 설계를 맡겨서 어느 정도 제품화 시킬 수 있는 공산품과는 달리 인간용 제품을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차후 임상실험으로 증명한 후 판매해야 하니 그 난이도도 상당이 높다. 아니 동물실험을 행하기 그 이전에 세포실험을 해야 하지만 이 역시 효과 및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서 모든 걸 폐기해야 하고 다시 처음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위험성과 한정된 예산을 써야하는 바이오 벤처에서 학위 및 실험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창업자 자신이 이런 전문가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뿐만 아니고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장비의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 1mg 이하 용량의 시약가격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1회 사용에 백만 원이 넘는 제품이 허다하고 연구자 개인이 기본으로 쓰는 피펫의 가격이 정밀도가 실험에 쓸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개당 80만원 이상한다. 그리고 연구자 개인이 피펫을 하나만 쓰는 것이 아닌 용량별로 1개씩 최소 5개는 가지고 있어야 하니 개인 장비값만 천만 원 이상을 지불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물론 중고 장비를 사서 실험에 사용하면 재정의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개인장비들의 특성상 1000분의 1 밀리그램만 틀려도 효과가 바뀌는 테스트의 결과가 바뀔 수 있기에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자금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긴 하겠지만 초기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1-2억의 금액을 가지고 바이오 벤처 회사를 시작하는 것은 운영 자체가 힘들어 웬만해서는 시작자체가 어려운 사회 구조이다.
재정에 어려움으로 시작하는 바이오 벤처
대부분의 바이오 이외의 벤처 기업도 자금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왜 유독 바이오 벤처 회사가 다른 분야의 벤처 기업에 비해 더 재정에 압박을 느끼는 건 무엇일까?
필자가 대학원 석사 시절 지도교수가 월요일 아침 회의마다 회의 시작하기 전에 실험하기 위해 동물실에 있는 동물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1년에 드는 비용이 박사연구원 1인 급여의 2배 이상이라고 제발 아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나마 재정지원이 어느 정도 가능한 일반 대학의 바이오 실험실도 이런데 투자받을 곳이 한정돼 있는 벤처 회사들의 경우 이 비용을 1년차부터 조달하면서 연구하는 제품의 결과가 빨라도 4-5년 늦으면 10년 이상 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기존에 타 회사에 판매되고 있는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간단하게 생산 가능한 진단키트 같은 익숙한 제품으로 매출을 발생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실험실 자체를 만드는 비용이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연구원 한 명당 필요한 개인장비를 구입하는 비용이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000만 원 정도 소모된다. 아무리 적은 인원의 연구원을 채용하더라도 2-3명의 개인장비 비용은 평균 800만 원 이상 든다. 거기에 테스트에 쓸 배양기와 기자재와 관리하는 비용, 시약과 소모품 그리고 실험실 인허가 과정에 필요한 비용들까지 생각한다면 인건비만 제외하더라도 창업 초기에 지출되는 비용만 수억이 든다.
거기에 박사급 연구원을 모집한다면 아무리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주기 힘들다 하더라도 1억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직원을 채용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재정적으로 힘든 상태를 감안하지 않고 아무런 지식이나 금전적인 투자처를 찾지 않고 바이오 벤처 기업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이것 때문에 1년 이내에 무너지는 바이오 벤처 기업도 수없이 많다.
아이디어가 성공을 담보할 수없는 구조
제약회사가 제1상에 성공해서 주식이 올랐다 혹은 암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는 치료법이 나왔다는 기사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나올 수 있을 정도면 개발자체가 이미 10년 이상 소모된 프로젝트이다. 1-2년차 바이오 벤처 기업자체에서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다. 그럼 10년 이상 수많은 투자를 받아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나온다는 것을 결과를 제쳐두고라도 이 제품이 인간에게 안전하다는 수년에 걸쳐 증빙되어야지 판매의 단계까지 갈수 있다.
사실 일 년에 세포실험만으로 수만 편의 논문에서 증명되는 테스트 중인 바이오 제품은 논문의 수만큼 많은 몇 천 가지가 있다. 하지만 이중에서 임상단계까지 가는 제품은 5% 이하며 실제 인간에게 사용할 수준의 제품은 1%도 안 될 것이다. 로또 1등 맞는 수준보다는 확률이 높을지는 몰라도 지극히 낮은 확률임은 확실하다.
이렇게까지 성공확률이 낮은 것은 당연히 대다수의 인간에 적용되어 부작용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걸 증명을 못한 제품을 판매한다면 인간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거기에 초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2-30년 제품을 복용할 경우 간의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난 제품도 있고 이런 제품은 한정된 조건하에 사용하거나 아예 폐기하여 개발한 회사를 휘청거리게 만들 수 도 있다.
따라서 아이디어 자체로 세포실험에 성공해도 임상에서 증명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폐기해야 하며 임상에 증명한 제품마저도 수십 년 후 부작용 때문에 수조의 손실도 발생할 수 있어 행운까지 동반하지 않을 경우 개발의 난이도는 상상이상으로 높다.
그럼에도 바이오 벤처는 계속된다.
일정한 유행 주기와 기술의 발전에 의해 사장되는 여타 제품과는 다르게 바이오 기업에서 생산되는 물건은 절대 유행을 타지 않는다. 물론 특정 전염병인 COVID-19 유행과 같이 일정한 조건에서 제품에 대한 생산량 증가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한번 개발해서 성공하면 1년에 몇 조 이상의 이익이 들어오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이익이 짧게는 50년 길게는 백년 이상 지속되는 것이다. 그 예가 100년이 넘어가는 사용 진통제인 아스피린이다.
사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바이오 벤처에 도전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실험실 상에서 증명된 자신의 성과를 인간에 적용하여 특정한 질환을 치료하겠다는 명예를 얻고 싶다는 욕망이 숨어 있긴 하다. 이건 비단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도 그렇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가진 제품이 몇 백 년 이상 인간 역사의 공로자라는 건 연구자 누구라도 탐낼만할 과실이기에 이런 어려운 악조건에 부딪치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