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전쟁] ⑤ 영국은 어떻게 석탄을 버렸나?
[석탄 전쟁] ⑤ 영국은 어떻게 석탄을 버렸나?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5.1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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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가속화, 에너지 안보 계획 정책 총망라
“2030년까지 자국 생산 가능 전력 2배 증가 예정”
“1만 가구 이상 전력 수요 충족할 재생 에너지 생산”
튼튼한 전력계통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넷제로 실천

산업 혁명의 역군에서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한 석탄은 현대 사회, 환경 문제에서 계륵 같은 존재다. 동시에 전세계가 ‘탈석탄’을 외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한국 등은 석탄 발전을 확대하는 아이러니한 시대다. 석탄과의 전쟁, 그 이면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패를 쥐고 있는 석탄 강대국들 그리고 무엇보다 파괴되는 자연의 모습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사진/ 픽사베이)
클리브 힐은 영국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다.(사진/ 픽사베이)

넷제로 실천 국가, 영국

영국이 탈석탄 국가이자 넷제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탄소 중립 실천 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전환 투자 그룹 퀸브룩(Quinbrook)은 373MW급 태양광발전소 등이 포함된 클리브 힐(Cleve Hill) 프로젝트 착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클리브 힐은 영국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다. 지난 2020년, BEIS(영국 에너지 및 산업전략부)는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의 취지로 클리브 힐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했다.

퀸브룩에 에 따르면, 클리브 힐에는 373MW급 태양광발전소 및 150MW 이상의 배터리 저장 시설이 들어선다. 이는 매년 영국 10만가구 이상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고 매년 164,450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재생 가능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퀸브룩은 “하이브리드 프로젝트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영국의 에너지 안보를 개선하고 전력망을 더욱 탈탄소화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제공해 영국이 넷 제로(Net Zero)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높은 에너지 가격, 지정학적 불안정성 및 영국의 넷 제로 목표는 영국에서 차세대 에너지 전환 인프라의 구축을 가속화해야 하는 중요한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도입했다. 기후변화법 도입 이래 온실가스 배출을 40% 이상 줄였으며 오는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이상의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통계에 의하면 현지 전력 부문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제로에 다다른다.

퀸브룩은 오는2035년까지 영국 사회의 탈탄소를 완성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퀸브룩은 클리브힐프로젝트를 두고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ESG 경영에 요구되는 필요 자산을 최적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면서, “지역 기업이 건설 및 운영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픽사베이)
2035년까지 영국 사회의 탈탄소를 완성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 픽사베이)

청정에너지 생산 위한 액션플랜

이 가운데 영국 에너지안보 및 넷제로부(Department for Energy Security and Net Zero, 이하 넷제로부)는 최근 ‘에너지안보 계획(Powering up Britain: Energy Security Plan)’을 발표했다.

넷제로부는 수십 년 동안 값비싼 외국 화석 연료 수입에 의존한 후 정부는 에너지 시스템을 영국에서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더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급진적으로 전환하는데 주력을 둔다.

넷제로는 2030년까지 약 50만 개의 새로운 녹색 일자리를 지원하고, 새로운 청정 산업에서 전략적 이점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에너지안보 계획은 2030년대 후반까지 생산가능한 청정에너지 전력을 2배로 증가시키고 필요한 광물 확보를 위해 국가간에 공조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한 그동안의 액션플랜을 구체화시켰다.

특히 200억 파운드의 기금을 바탕으로 탄소 포집 클러스터를 출시하고 항만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1억 6천만 파운드로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영국 넷제로부는 전기 자동차 출시 지원과 충전 인프라. 건물 난방을 위한 화석 연료 의존 감소, 항공 연료로의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 픽사베이)
넷제로는 2030년까지 약 50만 개의 새로운 녹색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픽사베이)

10여 년 간 풍력, 태양광 비중 10배 증가

자국내에서는 여러 찬반의 목소리가 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영국은 극심했던 석탄 의존도를 10년만에 낮추고 현재는 제로에 가깝게 사용을 줄인 국가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가 매년 발간하는 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영국 전력 중 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은 24.9%으로 2010년(2.6%)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바이오 에너지 등 기타 재생에너지도 12.9%로 10년 전(3.2%) 대비 늘었다. 이 중 원자력(2010년 16.2→2021년 14.8%)을 포함할 경우 무탄소 발전이 절반을 넘는다.

반면 같은 기간 석탄 발전은 28.1%에서 2.1%로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위기로 영국 내 마지막 석탄발전소 세 곳의 가동을 수개월 연장했지만, 정부는 내년 중으로 석탄발전을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의 석탄 사용의 급감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직결됐다. BEIS에 따르면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2010년 6억860만톤(t)CO₂eq에서 2020년 4억550만tCO₂eq으로 줄었다.

(사진/ 픽사베이)
지난 10여 년 간 영국의 석탄 발전은 28.1%에서 2.1%로 급감했다. (사진/ 픽사베이)

“영국과 전력계통 유사한 한국, 참고해야”

이처럼 10년 만에 에너지의 전환이 성공한 데에는 영국의 계통혁신 사례가 있었다. 그동안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해오던 동기발전기가 전력부문의 줄어들면 추가적인 계통 안정성 확보 수단이 필요하다.

사단법인 넥스트의 ‘재생에너지 중심 시스템 실현을 위한 영국의 계통혁신 전략’에 따르면 영국은 이를 위해 미래 시나리오에 따른 계통 안정성 제어자원 필요량을 분석하고, 제어자원 경매제도를 통해 이를 비용효율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보고서는 영국과 한국은 전력계통 관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고 전했다. 먼저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남쪽 지역인 런던 인근에 전력수요가 집중돼 있고 북쪽 스코틀랜드 지역은 풍부한 풍력자원 덕분에 수요에 비해 발전량이 더 많다. 즉, 북쪽 스코틀랜드의 잉여 전력을 남쪽 런던 인근까지 장거리 전송을 해야 한다.

한국 역시 전력수요가 북쪽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제주도, 전라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도 남쪽의 남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북쪽 수도권으로 전송해야 한다.

또한, 영국은 섬나라이다 보니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는 다르게 인접 국가와의 전력거래가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다. 즉, 영국 내에서 대부분의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 한국도 지리적으로는 반도 국가지만 계통 관점에서 보면 완벽한 섬나라이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모든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

(사진/ 픽사베이)
한덕수 국무총리가 5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국제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적극적 계통안정성 자원 확보 시급

이러한 전력 계통 측면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2020 년 기준 2010 년 대비 발전부분 탄소배출량을 31.5%까지 줄이며 성공적인 전력부문 탈탄소화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기 위해 지역별로 계통안정성 유지를 위한 자원이 언제, 얼마만큼 필요할지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여러 형태의 경매제도를 통해 선제적으로 계통안정성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넥스트는 보고서 말미에 “우리나라도 보다 많은 재생에너지를 빠른 속도로 계통에 유입시키려면 더 적극적으로 계통안정성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국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 평가를 매년 시행함으로써 미래 불확실성에 대응했다.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은 보고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며,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창의적 해법이 제시되는 것도 큰 특징이다.

보고서는 “영국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장거리 해상 HVDC로 수요지까지 송전하는데,대규모 해상 HVDC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계통 혼잡비용 및 육상 송전선로 건설 시의 사회적 갈등을 회피할 수 있고 전력부문의 탈탄소화도 달성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상 HVDC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HVDC는 초고압직류송전으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고압의 교류 전력을 전력변환기를 이용해 고압의 직류전력으로 변환시켜 송전한 후 전기를 받는 곳에서 다시 전력변환기를 이용해 교류전력으로 변환해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장거리 송전에 무척 유리하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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