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지수 이산화탄소의 2만3,500배
반도체 업계, 탄소중립 실현 “사실상 불가”
[한국뉴스투데이] 해마다 상승하는 지구의 평균 기온의 주원인으로 언급되는 것은 온실가스 농도다. 온실가스는 지구 복사열인 적외선을 흡수하여 지구로 다시 방출하는 특성을 갖는 기체다.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온실효과로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급한 과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이 난제의 원인과 실현 가능한 해결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주>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보다 정확하게 측정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의 온실가스를 더 정확히 산정할 수 있도록 개정한 ‘온실가스 공정시험기준’을 최근 공개했다.
반도체의 딜레마
우리나라 주요 산업인 반도체는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위에 위치해 지구온난화를 심화 시키는 문제 업종이다. 과학원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기준은 적외선 흡수 분광법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수소불화탄소·과불화탄소·육불화황·삼불화질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이 있다. 이들 가스는 대기 중에 가스 상태로 장시간 머무르면서 태양복사 에너지를 대부분 투과시키고 지표면이 방출하는 지구 복사를 흡수·재방출해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온실가스에 대해 언급할 때는, 지구온난화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가 함께 안내된다. 지구온난화지수는 온실가스의 온실효과를 지표화한 것으로, 이산화탄소(1)를 기준으로 다른 기체가 상대적으로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주는 수치다.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유발하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76%를 차지하며, 대기 중에 오랫동안 남는다. 일단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40%는 100년 후에도, 20%는 1,000년 후에도, 10%는 10,000년 후에도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산화질소의 지구온난화지수는 300이다. 평균적으로 100년이 조금 넘게 대기에 남아 있다.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300배에 달하는 GWP를 갖고 우리 대기 중에 존재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를 차지한다. 수소불화탄소는 반도체 등 제조 및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인공적인 기체다. 지구온난화지수는 종류에 따라 수천에서 수만 수준이다. 과불화탄소 역시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데 대기중에 오래 남는 인공적 기체로 지구온난화지수는 종류에 따라 작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이다.
문제는 육불화황
반도체와 전력 설비에서 사용되는 육불화항은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다. 합성가스이기 때문에 쉽게 분해되지 않아, 대기중에는 3,200년이나 남아있으며 지구온난화 지수는 무려 2만 3,900이다. 육불화항은 비용이 저렴한데도 불에 타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고전압 전력장치의 절연체에 주로 쓰인다. 전기 사고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용도다.
육불화황은 주로 전력장치 속에 있는 가스가 새어나오면서 배출된다. 더불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발전소가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전력망이 복잡해지고 전력장치의 수도 늘었다. 지난해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전체 전력망에 들어간 육불화황은 1,000톤에 달했다. 영국내 육불화황 이용량은 매년 30~40톤씩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결국 친환경으로 내달리면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수록 육불화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심각해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유럽환경국(EEA)에 따르면, EU 회원국 28개국에서 배출하는 육불화황의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증가량은 130만 대의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며 내뿜는 온실가스양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세계 반도체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후재앙의 마지노선 '1.5℃ 목표'를 3배가량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올해 발표한 ‘2030년 전력 소비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한 보고서'에는 동아시아 최대 테크기업인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입신정밀(럭스쉐어) 등 13곳을 대상으로 계산한 '보이지 않는 배출'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제조산업은 2030년까지 시장규모가 2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2030년 이후에도 생산량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전력 사용량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예상이 가능하다.
문제는 반도체 업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하기 위해서 공격적·효율적인 전략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반도체 업계의) 온실가스가 폭증할 예정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2030년까지 운영 전반에 걸쳐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업체는 없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권장하는 배출량 감축 목표에 부합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IPCC가 반도체산업에 책정한 '탄소예산'은 2030년 직·간접 배출량(Scope 1·2)을 포함해 3000만톤이다. 탄소예산은 '1.5℃ 목표'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허용치다. 하지만 현재 해당 반도체기업들의 탄소감축공약 대로면 2030년 IPCC의 탄소예산을 2.8배 초과한 8600만톤을 배출하게 된다. 이는 2021년 포르투갈의 연간 총 배출량보다도 높은 수치다.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업들은 2030년 배출량을 2019년 수준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한국 반도체기업의 경우 여기서 온실가스를 추가로 2600만톤 더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제시한 탄소감축 공약을 이행한다는 시나리오에서 총배출량은 2029년에 3500만톤으로 정점에 도달한 후, 정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상 탄소중립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꾸로 가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저감장치 설치로 당장의 배출량 감소에 힘쓰고, 장기적으로 지속적 연구를 통한 탄소배출 최소화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전략은 기업별로 상이하다. 긍정적인 사례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전사 차원의 재생에너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일 것이라 지적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하고 2027년까지 한국외 사업장 및 DX 부문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설정했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사업장 및 반도체 부문의 감축 계획이 공개되지 않아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환경계에서는 기업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탄소 배출 감소 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린피스는 반도체기업의 본거지인 동아시아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경제적·재정적 위험에 특별히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보다 훨씬 더 앞당기고, 모든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