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30명 사상 화재...하얀 석유 리튬의 두 얼굴
【투데이이슈】 30명 사상 화재...하얀 석유 리튬의 두 얼굴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6.25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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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22명이 숨지고 8명의 부상자가 나온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리튬 배터리의 특성인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빠르게 번지면서 참사 수준으로 확대됐다.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일명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수명이 길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장점이 있는 반면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걷잡을 수 없었던 화재...사상자 30명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는 공장 3동 건물의 2층에서 발생했다. 이 곳은 리튬 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곳으로 화재 당시 높이 43cm, 지름 30cm 원통형 등 리튬 배터리 3만5000개가 보관돼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은 리튬 이온 일차전지 제조업체로 공장에서 만들어진 리튬 배터리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 쓰이는 스마트미터기와 원격 검침기 등에 사용된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가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보관 중이던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22명이 숨졌다. 이 중 2명은 한국 국적이고 나머지 20명은 중국 18명, 라오스 1명, 미상 1명이다. 또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총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확인된 사망자 외에 1명은 연락 두절인 상태로 실종자로 분류됐다. 불이 난 공장 2층에는 외부로 연결된 출입계단이 2곳이나 있었지만 이들은 미처 이 계단까지 대피를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2시간 만에 불길을 모두 잡았고 경기남부경찰청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 수사본부는 이번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6개 관계부처와 함께 합동 감식을 벌이는 동시에 실종자 수색에도 나섰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

리튬은 가장 밀도가 낮은 고체 원소로 반응성이 강한 금속 중 하나다. 광석에서 발견되는 리튬은 무르고 은백색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 하얀 석유로 불린다. 과거에는 윤활제나 유리공업 등에 쓰였지만 미국이 리튬을 통해 얻은 삼중수소로 수소 폭탄의 제조에 필요로 하게 되면서 산출량이 늘었고 1993년부터는 시장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후 리튬 전지가 개발되면서 PDA, 손목시계, 전자 온도계, 계산기, 컴퓨터의 메인보드, 통신 장비, 자동차 리모컨 등에 사용되고 있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알칼리 전지보다는 비싸지만 작동 시간이 길고 훨씬 큰 전압을 공급하기 때문에 페이스메이커(심장 박동 조절 장치)와 같이 오랜 시간 작동하고 안정성을 겸비하는 체내 의료기기와 디지털 카메라의 플래시 등에도 사용된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지는 리튬 이차전지다. 한번 방전되면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없는 리튬 전지와 달리 이차전지는 충전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전기차는 물론 스마트폰과 노트북,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사용된다. 아리셀이 만든 리튬 배터리는 전기차 배터리로 불리는 이차전지가 아닌 리튬 일차전지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열폭주 현상, 리튬 화재 키우는 원인

하지만 일차전지와 이차전지의 근본적인 과학적 원리는 같다. 리튬 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가지로 구성된다. 전자 속 리튬 이온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액체인 전해질을 타고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가 만나지 못하게 말 그대로 분리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중 화재가 발생할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분리막의 손상이다. 화재로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폭발이 발생한다. 이를 업계에서는 열폭주 현상이라 부른다. 열폭주로 인해 열이 증폭되면서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리튬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속도가 빠르고 온도가 최대 1000℃까지도 올라가는 것도 열폭주 때문이다.

특히 리튬 배터리 화재는 진압이 어렵다는 문제가 이번 화재로 다시 한번 증명됐다.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해 폭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모래의 경우 진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리튬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특수 소화기인 금속 화재용 소화기(D급 소화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번 화재처럼 대형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독가스도 피해 키운다

또한 리튬이 연소되면서 나오는 유독가스도 문제다. 유독가스에 포함된 불산이나 불산 증기가피부에 닿을 경우 하얗게 탈색이 되면서 물집이 잡힌다. 눈에 닿으면 각막이 파괴되거나 혼탁해진다. 피부를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부정맥을 유발하고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유독가스에 포함된 벤젠도 독성물질이다. 호흡기와 피부 접촉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면 간이나 위, 신장 등 장기에 악영향을 미치며 뼈 골수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랜 기간에 걸쳐 노출되면 암에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 국제 암 연구소는 벤젠을 잠재적인 인체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리튬 배터리 공장들은 화재를 대비하기 위해 안전 점검 절차를 이중 삼중으로 만들고 정기적으로 화재 대응 비상 훈련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배터리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냉각 기술이나 소화액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수습 및 야간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수습 및 야간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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