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장마 초기 강수량 평년 3배...전 세계 폭우 몸살
【기후환경】 장마 초기 강수량 평년 3배...전 세계 폭우 몸살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7.0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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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2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길을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2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길을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올 여름 장마가 심상치않다. 장마 초기 강수량이 평년의 3배를 넘어섰고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갑자기 내렸다 그치는 도깨비 장마로 예측이 불가능한 비는 이달 중순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보다 조금 먼저 장마가 시작된 중국은 무려 보름 넘게 폭우가 쏟아져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유럽에도 폭우와 강풍으로 6명이 사망하는 등 물난리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장마 초반 평균 강수량 368.6mm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 초반 평균 강수량은 368.6mm로 기록됐다. 이는 평년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지난달 19일부터 장마가 시작된 제주에는 이틀 만에 평균 145mm가 내려 1973년 이후 가장 많은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중부지방에도 장마 시작 이틀 만에 71mm가 내려 6년 만에 최다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비는 2일부터 다시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2일 오전 9시를 기해 서해5도와 강화를 제외한 인천 지역에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호우주의보는 3시간 강우량이 60㎜이상 예상되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10㎜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옹진을 포함한 인천에는 강풍 예비특보(정오~오후 6시 발효)도 내려진 상태다. 

강풍주의보는 풍속이 50.4㎞/h(14m/s) 이상이거나 순간풍속이 72.0㎞/h(20m/s) 이상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인천 지역의 내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30~80㎜이고 많은 곳은 1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인천 지역에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가 3일 오후 3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밖의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오전 11시 기준 군산에 최대 83.7㎜가 쏟아졌고 부여 82.5㎜, 평택 43.5㎜, 서울 19.5㎜ 등으로 전국이 장마권에 들었다. 특히 제주는 북부와 북부중산간·산지를 중심으로 순간풍속 초속 20∼25m 내외, 그 밖에 지역에서는 초속 10∼20m 내외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 한라산 입산이 통제되고 항공이 결항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호우특보가 발효된 2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문동 무심천의 물이 차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호우특보가 발효된 2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문동 무심천의 물이 차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남부에 쏟아진 폭우 한반도로 이동?

올해 장마 초반부터 많은 비가 쏟아지는 이유는 서태평양과 중국 남부에 축적된 막대한 수증기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남서부 지역인 구이저우성과 안후이성에는 지난달 중순부터 보름째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폭우로 인해 안후이성에서만 8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폭우로 인해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중국 초대 하천인 양쯔강의 수위가 홍수 경보선 33m를 넘어섰다. 현재 양쯔강 유역에서 홍수 경보가 내려진 곳은 9개 성에 달한다. 지난 달 말에는 저장성 취저우시에 집중 호우가 내려 서기 192년 동한 시대에 건축된 수이팅먼 성벽이 일부 훼손되는 등 폭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재난 대응 시스템을 4단계로 나눠 운영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이번 안후이성 홍수 피해와 관련해 3단계를 발령하고 비상관리부를 통해 국가위원회 조사팀을 현장에 급파했다. 조사팀은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역 당국과 협력해 신속한 구호 활동과 복구 작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폭우와 홍수 피해가 발생한 중국 남부 지역은 주요 제조 공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이번 홍수가 중국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 해당 지역은 앞으로도 계속 비가 예고돼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이번 안후이성 폭우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2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한 시민의 우산이 강풍에 뒤집혔다. (사진/뉴시스)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2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한 시민의 우산이 강풍에 뒤집혔다. (사진/뉴시스)

유럽에도 폭우와 강풍 피해 속출

우리나라와 중국 뿐만 아니라 유럽도 폭우와 강풍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독일과 덴마크의 16강전이 열린 독일의 도르트문트에는 폭우와 우박이 쏟아지고 벼락이 쳐 경기가 25분간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이 지역에는 폭우와 함께 강풍이 동반해 철도 운행이 멈추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스위스 남서부 발레주에서는 폭우에 로네강이 범람해 도로가 폐쇄됐다. 폭우로 알프스산맥 기슭에 있는 한 호텔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발레주에서는 1명이 실종됐다. 스위스 남부 티치노주 마지아강의 계곡에서는 산사태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스위스와 국경을 맞댄 이탈리아 북서부 발레다오스타·피에몬테주에서는 홍수와 산사태로 300여명이 대피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이유는 지구의 기후패턴과도 영향이 있다. 올 초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발달한 엘니뇨가 올 여름에 엘니뇨도 라니뇨도 아닌 중립인 상태나 또는 라니냐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인도양 해수면 온도를 올리고 북태평양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시켜서 동아시아에 들어오는 수증기량을 늘린다.

여기에 올해는 엘니뇨 쇠퇴와 라니냐 발달이 동시에 일어나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 '인도양-서태평양 축전기 이론'(IPOC)에 따라 강수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최근 50년간 라니냐가 발생한 연도 중 70% 이상이 북방의 강수량이 많고 남방은 적었다는 점과 폭염일수가 증가했다는 점에 미뤄 올해 여름은 많은 비가 내린 후 폭염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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