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추석 덮친 폭염...이상기후로 길어진 여름
【기후환경】 추석 덮친 폭염...이상기후로 길어진 여름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9.20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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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인 올해 추석 더위와 열대야 기승
점차 아열대화로 변하는 우리나라 제주도
기상청, 117년만에 계절별 길이 조정 검토
9월 중순이었던 올해 추석 기간 내내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 (사진/뉴시스)
9월 중순이었던 올해 추석 기간 내내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올해 추석 연휴 내내 우리나라 전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9월 중순까지 폭염과 함께 습도가 높고 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아열대 기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기상청이 117년만에 우리나라의 계절별 길이 조정에 나서 여름의 길이가 9월까지로 길어질 전망이다.

추석 내내 ‘폭염·열대야·습도’

9월 중순인 올해 추석 연휴 내내 우리나라 전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연휴 첫 날인 14일부터 마지막 날인 18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넘었고 체감온도는 33~35도를 보여 기상청은 연휴 기간 내내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추석 당일인 17일 전남 곡성과 경남 진주는 최고 38도까지 치솟는 등 역대 가장 무더운 추석으로 기록됐다. 

폭염특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최고기온에 습도까지 반영)를 기준으로 발령되는 기상경보로 기상청은 일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 내내 밤사이(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가 역대 최장,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과 인천, 대전 등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가 나타났고 제주 일부 산지를 제외한 제주와 서귀포 등에는 열대야일이 70일을 넘어서 역대 가장 긴 열대야일을 기록했다. 

습도도 한몫했다. 동해상에서 동진하는 고기압과 중국 상하이 쪽에 상륙한 제13호 태풍 '버빙카' 사이에서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불면서 우리나라에 고온다습한 공기를 밀어넣었다. 이에 추석 연휴 내내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추석 당일인 17일 제주 일부 지역의 습도가 100%를 보여 체감온도가 실제 온도를 뛰어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15일 온도와 습도. (사진/뉴시스)

제주에서 포착된 아열대

더위와 습도, 열대야가 심상치 않은 징조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열대 기후는 열대 기후와 온대 기후 사이 중간지역(위도20~40°)의 기후대를 말한다. 아열대 기후는 연평균 기온이 비교적 높고 여름이 길면서 매우 덥고 습하다. 반면 겨울은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춥고 건조하다. 

아열대 기후는 미국의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 등 남부 지역과 중국의 광둥성 등 남부 지역, 홍콩, 일본 남부 지역, 호주 동부 해안 지역, 남아프리카 공화국 동부 해안 지역. 지중해 연안, 사하라·파키스탄·아프리카 등의 일부 사막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 제주에서 아열대 기후가 포착됐다.

제주 바다의 경우 1990년대 초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됐던 열대 산호가 지금은 제주도 연안에서 손쉽게 포착된다. 감태와 모자반 등 토착종인 갈조류가 줄어든 반면 열대 해역에서 서식하는 홍조류의 비율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아열대 해양생물 지표종인 그물코돌산호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제주 전 연안에 확산됐다.

아열대성 곤충의 출몰 빈도도 길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는 아열대성인 된장잠자리가 집단으로 확인됐다. 된장잠자리는 봄에 동남아시아에서 날아와 가을에는 다시 날아가지만 더위가 길어지면서 제주 전역에서 여전히 머물러있다. 아열대성 병해충인 페일나무좀으로 인해 구실잣밤나무 등의 피해도 발생하는 등 아열대성 변화가 가장 빠르게 나타났다. 

기상청이 계절별 정의과 길이에 대한 재조정을 들어갔다. (사진/뉴시스)
기상청이 계절별 정의과 길이에 대한 재조정을 들어갔다. (사진/뉴시스)

기상청, 117년만에 계절별 길이 조정

이런 변화에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계절 정의와 길이에 대한 재조정에 들어갔다. 현재 기상학적 계절 정의는 일평균 기온이 9일간, 이동 평균값이 5도 이상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으면 봄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여름 시작은 9일간 20도 이상, 가을 시작은 9일간 20도 미만, 겨울 시작은 9일간 5도 미만으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을 때를 말한다. 

이를 적용해 봄은 3~5월, 여름 6~8월, 가을 9~11월, 겨울 12~2월로 분류해 계절 길이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 기준으로 과거(1912~1940년)과 최근 10년(2011~2022년)의 여름 일수를 비교한 결과 여름 평균 일수는 1년 중 98일에서 최근 10년에는 127일로 늘어났다. 이에 여름은 과거에는 6월 11일~9월 16일이었지만 최근 10년에는 5월 25일~9월 28일로 길어졌다.

특히, 최근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기후평년을 통해 본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기후 평년(1991~2020년)의 한국 연평균 기온은 12.8도로 이전 평년(1981~2010)보다 0.3도 올랐다. 기후 평년값은 세계기상기구(WMO)의 기준에 따라 10년 주기로 산출되는 기후의 기준값으로 기후변화는 전국 평균 기온과 계절 길이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기후변화를 고려해 기상청은 계절별 길이 전반에 대한 재설정에 들어갔다. 현재 추세로 보면 여름의 길이가 5월 초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로 늘어날 것이 유력하다. 반면 겨울은 줄어들게 된다. 기상청은 계절 길이 조정으로 홍수와 가뭄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고 폭염과 한파에 대한 대비도 현재 기후에 맞게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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