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올리브유·초콜릿, 원재료 수급난에 줄줄이 인상
[한국뉴스투데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재난은 올해도 어김없이 지구촌 곳곳의 일상을 극한으로 내몰았다. 2024년 기후는 ‘최초’, ‘역대급’, ‘경신’이라는 키워드를 떼어 놓고는 설명이 불가하다. 사시사철이 온난한 기후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역시 기후 위기에 있어서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역사상 최고 기온, 온열 질환으로 인한 인명 피해, 산불 공포 등 올 한 해 나라 안팎의 기후 이슈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기후 플레이션으로 가계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부터 문제였던 금사과에 이어 김장철엔 금배추 이제는 겨울철 과일인 딸기, 귤까지 귀하신 몸이 되었다. 제철 채소·과일은 이제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겨울과일, 귤도 딸기도 금값
겨울은 하우스 딸기와 귤의 수확철이다. 추운 날씨, 따뜻한 방에서 귤을 실컷 까먹는 재미는 이제 추억 속 한 장면이 될 위기다. 폭염 등 겨울 과일마저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예전만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귤과 딸기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평년에 비해 감귤은 40%, 딸기는 20%를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상기후와 재배 면적 감소 등 영향으로 이달 들어 감귤 등 겨울철 과일 값이 요동치고 있다. 전날 기준 감귤 소매가격(노지, 10개)은 4228원이다. 이는 한 달 전보다 9.31% 높은 수준이다. 평년 대비해서는 45.44% 급등했다.
감귤 값은 지난 10일 4204원으로 4200원을 돌파한 뒤 5일 연속 4200원대가 유지되고 있다. 감귤 값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12월 과일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노지온주(온지 귤 품종 노지에서 재배) 생산량은 37만1000t으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이달 출하량 역시 전년 대비 8.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딸기도 금값이다. 재배면적이 감소한데다 지난여름 폭염 피해를 입으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 17일 가락시장 기준 설향 품종 딸기 특품 2kg 경매 가격은 5만 4000원에 달한다. 금딸기라는 말이 나왔던 지난해 경매가격보다 7~8000원 더 높다. 특히 금실 품종 가격은 올해 평균 6~7만 원에, 10만 원에 육박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 상승에 절도 불안도 상승
딸기 가격이 이런 상황이다 보니 딸기 도난 문제로 농가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출하 초기 딸기 가격이 기후 영향으로 평년보다 높게 형성되다 보니 농민들은 절도 문제를 염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평소에도 수확한 딸기 상자를 하우스 밖에 쌓아뒀다가 도난 당하거나, 출하 전 딸기 모종을 뿌리째 도둑맞기도 한다.
경남지역에서는 딸기 절도 방지를 위해 관할 경찰서에서 순찰을 나서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딸기 값이 가장 비쌀 때 경남 김해시 한림면에서는 한 50대가 딸기 100kg, 시가 194만 원어치 상당을 훔쳐 유흥주점에 파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1월에는 전남 강진군 강진읍과 서산리 딸기 농가에서 200만 원어치 딸기가 도난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딸기 하우스 밀집지역에는 하우스는 물론 농로 곳곳에 ‘CCTV 촬영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낮은 물론 야간 적외선 촬영이 가능한 설비가 설치된 곳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딸기 가격의 고공행진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이달 들어 딸기 출하량이 늘고, 지난해 수준 이상 생산량 회복하면서 가격은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장철을 맞아 가을철 급등했던 배추·무값은 여전히 강세다. 지난 10월 8079원까지 급등했던 배추값(소매가격, 1포기)은 전날 기준 4413원까지 내려왔지만, 전년대비 52.22%, 평년대비 35.78%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는 전날 기준 3135원(소매가격, 1개)으로 전년대비 96.31%, 평년대비 72.54% 급등했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유통 물량을 늘리고, 대체 과일 공급을 확대하며 식품 업계와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육관리협의체를 중심으로 과수산업에 대한 생산·유통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등 안정적인 과일 공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시 “상방 압력이 있는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점검과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후플레이션 대비 필요
제철 과일이 가계 경제의 폭군이 된 것은 기후플레이션의 영향이다. 기후플레이션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극한 날씨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즉,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이 감당해야 할 직간접적 경제적 비용이 상승하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커피와 카카오, 설탕, 올리브유 등이 극한기후로 인해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최근 국내 커피브랜드는 초콜릿이 재료로 들어가는 음료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제과 업계도 초콜릿 비중이 높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6월 롯데웰푸드가 빼빼로를 포함 17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 올린 데 이어 이달부터 오리온은 13개 제품가격을 평균 10.6%, 해태제과는 10개 제품가격을 평균 8.6% 인상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의 경우, 미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선물 가격이 지난 18일 종가 기준 톤(t)당 1만2565달러(약 1824만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4.2% 폭등했다. 이는 전 세계 코코아의 70%가 생산되는 서아프리카에서 엘니뇨에 따른 폭우와 폭염으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는 커피 가격도 끌어올렸다. 주요 생산국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경작기 건조한 날씨와 수확기 폭우로 공급 우려가 불거지면서, 인스턴트커피 원재료로 쓰이는 로브스터 커피는 지난 11월 29일 기준 t당 5,409달러(약 755만원)로 연초보다 79.7% 상승했다. 이로 인해 동서식품은 당월 15일부터 맥심, 카누 등 커피믹스와 인스턴트커피, 음료 등의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으며, 스타벅스 코리아도 지난 8월 커피 원두 가격 상승으로 이유로 아메리카노 그란데, 벤티 사이즈와 원두 상품군 등의 가격을 조정했다.
스페인의 가뭄, 인도네시아의 이상기후 등으로 식용 기름의 가격도 상승세이다. 올리브유는 이미 지난해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가뭄과 폭염으로 국제 가격이 치솟은 데 이어 올해 여름까지 계속된 스페인의 가뭄, 지난 10월 폭우로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올리브유의 가격이 인상됐다. 팜유는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겪으면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가격이 올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