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기후재난] ‘스즈메의 문단속’ 속 지진, 미미즈는 현실에도 있다
[스크린 속 기후재난] ‘스즈메의 문단속’ 속 지진, 미미즈는 현실에도 있다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4.13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진 소재 ‘스즈메의 문단속’, 400만 관객 돌파
영화 속 지진 괴물 ‘미미즈’, 현실서는 기후변화 
충청권 규모 20. 이상 지진 9번, 기후변화 주목

[한국뉴스투데이]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시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화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전 작인 ‘너의 이름은’(2016), ‘날씨의 아이’(2019) 이후 3년 만에 나온 재난 소재 영화다. 이 세 작품은 각각 운석충돌, 홍수, 지진을 소재로 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으로 불린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최근 튀르키예 지진과 일본 지진으로 인한 상처를 가진 관객들에게는 위로와 경각심을 안겼다.<편집자주>

▲지난달 2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다중밀집시설 지진 발생, 인명 압사 사고' 상황을 가장한 수원시 재난대응 민·관·군 합동 종합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다중밀집시설 지진 발생, 인명 압사 사고' 상황을 가장한 수원시 재난대응 민·관·군 합동 종합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크린 속 지진에 박스오피스가 뒤집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 1개월 만에 누적관객 400만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꿰찼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5주차인 지난 주말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추가하며 5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냈다. 누적 관객수는 430만명을 돌파, 올해 국내 개봉 흥행 1위 영화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444만명)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 치유
신카이 마코토 ‘재난 3부작’ 중 하나인 ‘스즈메의 문단속’은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다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앞서 운석충돌, 홍수를 각각 다룬 '너의 이름은'(2016)과 '날씨의 아이'(2019)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을 불러오는 문을 닫으려는 소녀 스즈메와 청년 소타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에선 지난해 개봉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봤으며, 지난달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실패한 로맨스에서 느껴지는 아련한 감성과 섬세한 영상미로 팬층을 보유한 감독이다.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던 감독이 재난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바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재난을 소재로 다루면서 세계관을 확장한 감독은 영화를 통해 거대 재난으로 황폐화된 현실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전 작품들보다 직접적으로 사건에 접근해 재난으로 고통 받는 우리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어루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속에서 재난으로 엄마를 잃은 17세 소녀 스즈메는 소타와 함께 지진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결국 어릴 적 자신과 만나 그 아이를 위로한다. 스즈메의 성장과정이 현실 속에서 지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극복을 통한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日 삼킨 10년의 아픔
동일본 대지진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이다. 규모 9.0은 일본 국내 지진 관측 역사상 최고 규모였으며, 지구를 축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의 강한 지진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지진으로 1만 8,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마을 하나가 사라졌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불러왔다.

동일본 대지진은 이후에도 약 한 달간의 대규모 여진, 연 단위 소규모 여진이 발생해 일본 전역이 공포에 휩싸인 바 있다. 지진 발생 12년이 지난 현재도 복구 중이며, 이미 수조 엔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본 당국은 지진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 소요되는 기간을 40년으로 예상했을 정도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현재 동일본 대지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건 일본 인구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12살인 내 딸도 이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해로 폐허가 된 장소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이런 장소들에 대한 애도 없이, 이렇게 잊혀져 가는 건가’라는 생각에서 이번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진 피해, 남 일 아냐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규모 9.0인 동일본 지진은 지진 발생 3분 후 제주도 지하수위 변동이 관측 됐으며 변동 폭은 3cm에서 192.4cm였다. 지하수질 변동도 관측 됐다. 15개 관측소 중 9개 관측소에서 0.01℃에서 1.2℃의 온도변화가 있었고 3개 관측소에서 지하수 전기전도도 변화가 20μS/cm에서 35,500μS/cm로 관측됐다. 이런 수질변화는 지진에 의해 서로 다른 수질이 혼합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앙지와 제주도까지 거리는 약 1,500km로 이번 연구로 먼 거리 해외 지진이 국내 지하수 변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입증됐다.

다른 나라의 지진이 우리나라 지하수에 영향을 준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규모 7.7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의 경우도 비슷하게 관측됐었다. 지진 발생 약 10분 후에 제주도 지하수위는 지진파와 비슷한 진동형태로 변동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변동 수위는 1.4cm에서 2.4cm 범위였다. 인도네시아 지진 진앙지와 제주도는 약 4,600km 떨어져 있다. 튀르키예 강진 역시 우리나라 지반뿐만 아니라 지하수 수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튀르키예 진앙지와 우리나라는 7,400km 떨어져 있다.

지진으로 인한 지하수 수위 변동은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파에 의해 지하수가 있는 대수층 주변의 암석들에 압력이 가해지고 대수층에 압축과 팽창이 발생해 지하수 수위는 상승과 하강의 반복현상인 '오실레이션(oscillation)'이 일어난다. 지하수가 풍부한 대수층이나 방사성폐기물 부지 및 오염 지역 등 지중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진-지하수 연계 점검을 통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전 작품들보다 직접적으로 사건에 접근해 재난으로 고통 받는 우리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어루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 컷)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전 작품들보다 직접적으로 사건에 접근해 재난으로 고통 받는 우리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어루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 컷)

안전지대 아닌 한반도
우리나라 역시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내륙지방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충청권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9번이나 발생하며 연평균 발생 건수를 크게 웃돌았다. 

기상청이 발간한 '2022 지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77건 중 9건이 내륙 중심인 충청권에서 발생했다. 북한(20건)과 해역(36건)을 제외한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은 총 21건인데 그중 42.9%(9건)가 충남과 충북에서 발생한 것이다. 포항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이 7건으로 뒤를 이었고, 경남과 전남 각 2건, 인천 1건이었다.  

규모 2.0 미만의 미소지진 708건 중에서도 대구·경북(182건)을 제외하면 충남·대전·세종(66건)과 충북(52건)에서 발생한 지진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월등하게 많았다. 전남에서는 31건의 미소지진이 관측됐고, 강원 29건, 전북 23건, 경남 22건, 수도권 17건 등이었다.  지진은 판과 판 사이에 축적된 에너지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주기성은 없다. 다만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판의 경계부에 오랫동안 지진이 없다가 발생한 경우 향후 추가적인 지진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쏠린다.

내륙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지진은 기후변화와 함께 그 위험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센터는 판 경계에 지하수의 압력이 증가할 경우 암석을 약화하고, 지하수가 단층면 사이의 윤활 역할을 하면서 지진을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1969년부터 5년간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가 이어지면서 지진 발생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센터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폭우가 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하수 양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잦아져 지진 발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