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지구촌 휴양지 수몰 위기, 제주도 적색경보
[기후환경] 지구촌 휴양지 수몰 위기, 제주도 적색경보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4.16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10년 급속도로 가열된 지구, 푸른별 잃을 위기
2100년까지 해수면 최대 2M 상승, 휴양지 수몰 경보 
‘잠겨가는’ 제주 용머리해안, 산책로 옮겨도 소용없어

[한국뉴스투데이] 지금 지구촌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재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홍수와 폭우, 폭설, 지진, 해일 그리고 이상기온 등은 더 이상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산업화 이후 가열되기 시작한 지구는 최근 10년간 급격히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푸른 지구를 잃게 될 위기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구촌 곳곳의 지역에 수몰 경보가 내려진 상태인데, 위기 지역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휴양지가 상당수 속해있다. 자칫하면 우리 후손들은 볼 수 없을 위기에 놓은 휴양지를 전망해봤다.<편집자주>

▲지구온난화로 인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해수면 상승으로 대륙 위에 존재하는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거나 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 열팽창으로 바닷물의 부피가 커져 해수면이 점차 상승하는 현상이다. (여름에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과 휴양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구온난화로 인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해수면 상승으로 대륙 위에 존재하는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거나 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 열팽창으로 바닷물의 부피가 커져 해수면이 점차 상승하는 현상이다. (여름에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과 휴양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여행은 바쁜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기회다. 푸른 바다, 하얀 모래, 오색빛 노을 등 휴양지에서 즐기는 휴가는 일상의 고단함을 잊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서는 이 아름다운 휴양지를 오래 볼 수 없을 것 같다. 

푸른별 최대 위기
최근 8년, 지구는 점점 더 가열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온실가스의 농도와 누적된 열에 의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8년 연속 최소 1도 이상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한 해였다. 열을 가두는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고 있고 ‘파리 협정’의 섭씨 1.5도 한계를 돌파할 가능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체결된 '파리 협정'에 따라 각국은 기후 변화 위협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특히 1.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WMO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15℃ 정도 높았다. WMO는 "1980년대 이후로 10년 단위로 이전보다 따뜻해졌고,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하며 가장 기온이 높았던 8개 연도 모두 2015년 이후이며, 2016년, 2019년, 2020년은 상위 3년이었다고 덧붙였다. WMO는 "2016년 유난히 강했던 엘니뇨현상이 기록 달성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립해양대기국(NOAA), 나사의 고다드 우주연구소(NASA GISS), 영국의 Met Office Hadley Centre, East Anglia 대학의 기후 연구소 (HadCRUT), 버클리 Earth Group, 유럽 중거리 기상 예보 센터 및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 일본 기상청(JMA)의 기후 데이터를 수집하고 비교한 결과다. WMO는 위성을 포함해 수백만 건의 기상, 해양학적 관측이 이루어졌으며, 관측 값과 모델링 데이터를 결합하면 "극지 지역과 같은 데이터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기온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승하는 해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해수면 상승이다. 해수면 상승은 대륙 위에 존재하는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거나 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 열팽창으로 바닷물의 부피가 커져 해수면이 점차 상승하는 현상이다. 폭우, 가뭄 등 다른 기후 변화처럼 쉽게 눈에 보이거나 체감할 수 없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주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 빙하가 녹는 것이다.

육지가 얼음으로 덮여있는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 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들어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7년간 그린란드에서 녹아 없어진 빙하의 규모는 약 3조 8천 톤이다. 이로 인해 상승한 해수면은 약 10.6mm이다. 1990년대와 비교하면 7배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남극 역시 그린란드 못지않은 수치를 보인다. 남극에서는 1992년부터 25년간 3조 톤의 얼음이 사라져 7.6mm 해수면이 상승했다. 

▲산업화 이후 가열되기 시작한 지구는 최근 10년간 급격히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산업화 이후 가열되기 시작한 지구는 최근 10년간 급격히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물에 잠길 베니스
해수면의 상승은 지구촌 곳곳에 수몰 경보를 발동시켰다. ‘물의 도시’ 베니스는 물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베니스는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과 빈번한 해일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처해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운하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가뭄에 허덕이는가 하면, 갑작스러운 해일로 도시 전체가 범람할 위기에 직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아드리아해 북부 연안에 있는 베니스는 바다의 상태와 기후가 도시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평온하고 온화하던 바다 환경이 최근 들어 반복된 기상 격변으로 급격히 바뀌면서 위험 신호가 켜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베니스는 지난해 11월 한 달 내내 지속된 폭우로 역대 세 번째 해수면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다가 지난 2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전혀 비가 내리지 않는 바람에 수십 개의 섬과 도심에 건설된 운하가 전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1970년대부터 베니스의 취약점인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모세(MOS)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도시의 맨 앞쪽 석호인 말라모코섬과 이탈리아반도 사이를 780m 이상의 수벽으로 이어 베니스 연안으로 흘러들어오는 해수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해일은 모세 수벽을 넘어 베니스를 덮쳤다. 엄청나게 밀려들어 온 해수가 레알토섬에 자리 잡은 베니스 구도심을 덮쳐 거리가 물에 잠겼다. 베니스 시 당국 조사에 따르면 1993년부터 지금까지 100차례가 넘는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1월의 홍수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자 구도심의 한가운데 위치한 산마르코 광장마저 잠기게 했으며 도심 전역이 침수됐다. 아드리아해 연안의 무른 땅과 바다의 수십 개 석호를 연결해 만들어진 베니스는 섬 사이는 물론 건물과 건물도 운하가 연결하는 도시다. 운하가 범람하면 도시 생명이 끝난다는 의미다. 

휴양지 수몰 위기
수몰 위기는 베니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있는 ‘몰디브’ 역시 시한부가 됐다. 모디브는 국통의 80%가 해발고도 1m 미만이다. 기후위기가 가속화 되어 현재의 예상대로 해수면이 1.5m 상승한다면, 몰디브 섬 전체가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몰디브뿐만 아니라 남태평양 섬나라 대부분이 같은 위기에 처해있다. 

사실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 섬들은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에 속해있어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 과거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은 IPCC의 해수면 상승 경고와 관련하여 “세계에서 가장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들이 기후 비상사태의 최전선에 있다”면서 “다른 국가가 배출한 탄소 때문에 취약 국가들이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기후위기 취약국에 대한 주요국의 책임을 요구한 바 있다.

인도양 최후의 낙원이라 불리는 세이셸 제도도 우리 후손들은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세이셸 제도는 아프리카 케냐 동쪽의 100여개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도양의 아름다운 경관과 유네스코 지정 자연유산 등 태고의 원시적 신비를 품고 있어 ‘인도양 최후의 낙원’이라 불린다. 소위 유럽 부자, 석유 부자라 불리는 유럽과 중동 부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다. 세이셸 제도는 최근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놓인데다 해수온도상승으로 인한 산호 백화현상 등 생태계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WMO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15℃ 정도 높았다. (영화, 해운대 中)
▲WMO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15℃ 정도 높았다. (영화, 해운대 中)

제주도 적색경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휴양지 제주도 피해가지 못했다. 제주도 용머리 해안은 해수면 상승으로 탐방로가 물에 잠겨 통행이 제한되는 일이 잦다. 용머리해안은 약 80만 년 전 바닷속 용암 폭발로 생긴 지층이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묵직하게 쌓인 퇴적층은 길이 600, 높이는 20에 달한다. 현무암에 수평층리, 수직절리단, 해식동굴이 어우러진 비경을 자랑한다. 올해만 32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한반도 ‘기후변화 1번지’로도 불리는 이곳은 해수면 상승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탐방로가 물에 잠기면서 탐방로를 옮기기도 했지만, 만조 시에 산책로가 물에 잠기는 경우가 많아 관람이 통제되는 날이 많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종일 관람이 가능한 날이 일년에 채 열흘이 되지 않았다. 운영 시간 중에 만조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여행코스가 된 지 오래다. 

제주도의 용역 결과에 따르면 2007년 당시 용머리해안 해수면은 1970년에 비해 22.7㎝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 관람통제일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용머리 해안의 수몰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귀포시는 관광정보센터를 통해 “조수간만의 영향과 기상악화로 인한 안전문제로 출입통제가 될 수 있으니, 관람 당일 입장 통제시간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