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인천과 화성시 동탄신도시, 서울시 강서구와 은평구 등 전세사기 사태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 전세사기 피해 가구가 총 2969호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연이어 사망해 정부가 급하게 전세사기 특별법 마련에 나섰지만 피해자들은 시간이 소요되더라고 특별법에 보증금 채권매입을 포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포함 여부가 주목된다.
인천시만 전세사기 피해 총 2969호
인천시는 미추홀구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사태로 인해 지난 2개월간 자치구와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건축왕'과 '빌라왕(사망)', '청년 빌라왕(사망)' 등 3명이 인천에 소유한 주택이 총 2969호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인천시는 시내 전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3008호로 잠정 집계으나 피해의심 주택들에 대한 등기부등본·임대차계약서 확인 과정 등을 거쳐 이번에 피해 규모를 수정 발표했다.
전체 피해주택 2969호 중 83.6%인 2484호가 미추홀구에 있고 나머지는 계양구 177호, 남동구 153호, 부평구 112호, 서구 32호, 중구 4호, 연수구 3호, 동구 3호, 강화군 1호 등에 분포됐다. 전체 피해주택 2969호의 임대차 신고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은 2309억원에 달한다. 조사 당시 전세사기 피해주택 중 1964호는 근저당설정이, 1550호는 임의경매, 94호는 임의경매 후 매각이 된 상태였다.
최우선변제금 대상이 되는 주택은 1039호(34.9%)에 그쳤다. 전세 확정일자를 신고한 주택은 2551호(85.9%)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피해가 집중된 미추홀구의 경우 임대차 신고보증금 합계액이 2002억원이었고 근저당설정은 1877호(75.5%), 임의경매 1531호(61.6%), 매각 92호(3.7%)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로 생업에 지장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지원대상은 인천에 사업장을 둔 소상공인 가운데 부평구에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전세피해확인서를 발급받는 사람으로 업체당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고 대출 후 첫 3년간은 시가 연 1.5% 이자를 지원하게 된다.
특별법에 보증금 채권매입 포함 요구
인천시 뿐만 아니라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피해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에 보증금 채권 매입을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일 이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달 27일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발의됐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제정 이후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가 진행돼야 하고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했을 때 서민 임차주택 ▲수사가 개시되는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하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지원된다.
피해자로 인정되면 직접 경매 유예·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경매 유예로 피해자에게 준비기간을 제공한 상태에서 정부는 피해자가 살던 집을 매수하거나 임대로 거주하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매수권도 부여된다. 단,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에 주택을 살 수 있고 이 경우 저금리로 낙찰 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 정부와 여당이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전세사기 특별법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보증금을 대부분 회수하기 어려운 피해자에게는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최소한 최우선변제금 수준의 보증금 회수를 보장하고 우선매수권이나 LH 매입임대를 원하지 않는 피해자에게는 전세자금 대출의 장기 분할 상환, 추가 전세자금 대출 등 금융지원 정책을 특별법상 피해자 요건보다 폭넓게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국토부, 전세사기 피해지원 준비단 발족
한편, 국토교통부는 9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전세사기 피해지원 준비단’을 발족했다. 준비단은 3개팀 20여명 규모로 구성됐다. 이후 전세사기 특별법이 통과하면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전세사기피해지원단(가칭)으로 전환돼 정규 조직이 된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준비단은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른 지원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자 대상 선정, 경·공매 유예 협조 요청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됐다. 국토부는 먼저 실태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 체계를 만들고 조사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피해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 기준 수립을 준비할 예정이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법률전문가·감정평가사·변호사·세무사·학계 등 주택 임대차 관련 전문가 30명 내외로 구성된다. 국토부는 준비단을 통해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이후 공백없이 바로 지원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 1일과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소위원회에서 여야 합의에 막힌 상태다. 정부와 여당은 사기당한 보증금 채권을 직접 매입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우선매수권과 LH의 임대로는 피해자 구제가 충분하지 않다며 보증금 채권 반환이나 이에 상응하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