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깡통전세·역전세 불안 속 대출 규제 완화 초읽기
【투데이진단】 깡통전세·역전세 불안 속 대출 규제 완화 초읽기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6.05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은행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서 깡통전세, 역전세 우려
올해 4월 역전세 위험가구, 계약기간 남은 전세계약 2건 중 1건으로

추경호, 역전세 문제 "관계부처와 함께 제한적 대출 규제 완화 검토"
이번 주 중에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등 대출 규제 방안 논의 예정
한국은행 조사국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000호)에서 지난 4월 8.3%(16만3000호)로 증가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안내문. (사진/뉴시스)
한국은행 조사국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000호)에서 지난 4월 8.3%(16만3000호)로 증가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안내문.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깡통전세와 역전세 불안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계약기간이 남은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와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대로라면 전세 만기 도래가 빗발치는 올 하반기에는 깡통전세와 역전세로 인한 피해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가구 중 1가구는 역전세 우려

지난 4일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연구팀이 발간한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기간이 남은 전세계약 중 매매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5만6000호(2.8%)에서 올해 4월 16만3000호(8.3%)까지 증가했다. 전월세 신고제가 아직 계도기간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깡통전세 위험 가구는 조사 결과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는데 전셋값이 크게 떨어져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든 역전세는 더욱 심각하다. 전체 거래 비중에서 역전세 위험에 있는 가구는 지난해 1월 51만7000호(25.9%)에서 지난 4월 102만6000호(52.4%)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도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는 집주인(임대인)이 2명 중 1명인 셈이다. 역전세에 해당하는 주택의 지난 4월 기준 시세는 기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보다 평균 7000만원이 낮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보다는 비수도권과 경기·인천 지역에서 깡통전세와 역전세 우려가 심각하다. 서울의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1.3%,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48.3%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의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14.6%,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50.9%다. 경기·인천의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6%,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56.5%까지 높아진다.

깡통전세와 역전세의 계약 만기 대부분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돼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다. 지난 4월 기준 깡통전세 위험 4가구 중 3가구(72.9%)가 내년 상반기에 계약이 끝나고 역전세 계약 59.1%도 내년 상반기가 계약만기다. 즉,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깡통전세와 역전세로 인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급증할 것이란 말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점을 지적하고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이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세가 기존 계약보다 낮아진 역전세 발생 건수가 최근 3개월간 약 1만건에 달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세가 기존 계약보다 낮아진 역전세 발생 건수가 최근 3개월간 약 1만건에 달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세입자, 주택임차권설정등기 신청 폭주

역전세 우려가 커지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걱정에 세입자들은 주택임차권설정등기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불안감을 떨치고 있다. 주택임차권등기 명령을 받으면 임대차 계약이 만료 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이 유효함을 명시할 수 있고 전세금을 우선 돌려받게 된다.

지난 5일 대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집합건물에 대한 주택임차권설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363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임차권설정등기 신청으로는 역대 최대치로 기록됐다. 전월 3043건에 비해서 19.4%가 증가했고 전년 동월(765건)보다는 무려 374% 늘어난 기록이기도 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주택임차권설정등기 신청 건수가 12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994건, 인천 775건, 부산 228건, 대구 60건, 충남 48건, 전남 41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신청 건수가 늘어났지만 특히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접수된 주택 임차권설정등기신청 비율이 전체의 82.8%에 달했다.

서울 중에는 전세사기 피해가 많이 발생한 강서구에서 가장 많은 342건의 주택임차권설정등기 신청이 접수됐다. 경기에서는 부천에서 294건이, 인천에서는 미추홀구가 208건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의 주택임차권설정등기 신청이 두드러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임차권설정등기 신청이 당분간 증가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가 역전세 문제와 관련해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계부처들은 이번 주 중으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추경호 부총리가 역전세 문제와 관련해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계부처들은 이번 주 중으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정부, 제한적 대출 규제 완화로 대응 검토

깡통전세와 역전세 확산 우려에 시장은 전세보증금 반환을 할 수 있도록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완화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완화 등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높게 보고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역전세 문제에 대해 2020년 하반기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등 일명 임대차3법이 통과된 후 전세값이 폭등한 것을 원인으로 짚어냈다. 이후 2년인 계약 주기가 도래하면서 역전세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역전세 문제로 부동산 시장과 국민 경제생활에 혼란이 예상된다며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 부분에 있어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아 이 부분에 관해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 주 중으로 회의를 열고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과 관련해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DSR 규제는 총대출액이 1억원이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논의를 통해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에 대해 제한적으로 DSR 규제를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집주인에게 한시적으로 DSR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집주인들의 대출이 더 늘어나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결국 가계 대출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갭투자 등으로 집을 사들인 집주인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돼 도덕적해이에도 혜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어 제한적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