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독 ’nZEB‘ 의무화, 대세는 그린리모델링
국공립어린이집부터 민간까지 제로에너지 달성
[한국뉴스투데이] 해마다 상승하는 지구의 평균 기온의 주원인으로 언급되는 것은 온실가스 농도다. 온실가스는 지구 복사열인 적외선을 흡수하여 지구로 다시 방출하는 특성을 갖는 기체다.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온실효과로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급한 과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이 난제의 원인과 실현 가능한 해결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주>
연일 더워지는 날씨에 에너지 사용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건물의 에너지 총 사용량은 전년대비 5.9% 늘었다. 기후위기에 놓인 지금 이 시대에 에너지 사용량은 미래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신기후체제의 범지구적 프로젝트, 그린리모델링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거꾸로 가는 에너지 효율
그린리모델링은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뉴딜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다. 시각적 요소, 생활의 편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일반 리모델링과 달리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노후된 건축물의 단열, 설비 등의 성능을 개선하여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킴으로써 냉난방 비용 절감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리모델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건축물 중 15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은 542만동이다. 국내 건축물의 75%를 넘어서는 비율이다. 건물이 노후화 될수록 에너지 효율은 감소한다. 에너지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량은 2009년 3,580만TOE(석유1톤당 발열량)에서 2018년 4,130TOE로 10년새 훌쩍 뛰었다. 국내 건축물의 노후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건축물 노후화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건물의 상당수는 단열기준 강화 이전의 건축물이다. 우리나라 건축물 단열기준은 지난 2017년까지 5회에 걸쳐 상향됐고, 단열 등 에너지 관련 주요자재의 내구연한은 콘덴싱 보일러가 10년, 유리나 창호 및 단열재도 20년가량이다. 내구연한 이내에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은 시간경과에 따라 저하되기 때문에 노후건축물은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범지구적 대세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적인 과제다. 녹색건축 관련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주요 선진국은 기존건축물 리모델링 의무화 등 그린리모델링 확산에 힘쓰고 있다. 신축 건물에 대해서는 nZEB(nearly Zero Energy Building) 의무화가 적용되고 있다. 'nZEB'는 '제로에너지 건축물에서 한정된 에너지만 ZERO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연합은 이미 2014년부터 매년 공공건물 냉난방 면적의 최소 3% 이상 리모델링을 의무화했다. 독일은 기존 건축물에 대해 기존 건물 면적의 10% 이상 변경시 일정 에너지 성능을 만족하도록 규정했다. 영국은 기존 건물 중 상업·주거용 건물의 에너지 효율 최저 기준을 규정하고, 그 이하는 임대 및 매매를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건축물에 대해 정부에서 각각 주 및 지방에 개보수 정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신축 건물에 대해서는 nZEB 의무화가 적용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공공부분 신축 건물은 2019년부터, 민간 신축 건물은 2021년부터 nZEB를 의무화 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 모두 지난 2019년 공공 부문 건축물의 신축, 2021년에는 민간 신축 건물의 nZEB를 의무화했다. 미국 역시 2020년 주거 신축, 2030년부터는 공공·상업 신축 건물의 nZEB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제로에너지를 향해
우리나라는 공공부문 건축물의 제로에너지빌딩(NZEB) 구축을 위한 그린리모델링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공공건축물에 제로에너지빌딩 구축을 의무화했고, 오는 2025년부터는 민간보급화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제로에너지빌딩을 '8대 에너지 신사업'으로 선정해 향후 연간 허가 면적의 10%를 제로에너지빌딩으로 건축할 경우, 67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이고, 약 5만 명의 고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목표로 하는 제로에너지빌딩은 성능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ZEB Ready' ▲2단계는 'nZEB(nearly)' ▲3단계는 'NZEB(Net Zero Energy Building) ▲4단계는 '플러스 에너지빌딩(Plus Energy Bd.)'이다. 선진국에서 실현 중인 nZEB는 2단계에 해당한다. 3단계 'NZEB'는 화석연료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사용량을 대폭 줄어야 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은 올해로 4년차를 맞이했다. 연간 사업의 사업비는 3,400억원 규모다. 지난 2020년부터 해마다 동일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그린리모델링 관련 서울시와 관할 구,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은 전체 사업비의 절반, 그 외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은 전체 사업비의 70%를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그린리모델링은 준공 후 1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어린이집, 보건소, 의료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향상 및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전문기관의 사전 조사 및 컨설팅을 통해 예상 에너지 절감률을 도출하고 최적의 에너지성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 컨설팅 단계에서는 각종 에너지 요구량 및 소요량, 1차에너지소요량 분석, 에너지 성능개선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량 분석을 진행하고, 건축물에너지평가사를 활용한 에너지 성능평가 적정성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친다.
에너지를 만드는 빌딩
제로에너지빌딩의 마지막 단계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빌딩이다. 4단계 플러스 에너지빌딩은 건축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빌딩이다. 4단계 플러스 에너지빌딩은 서울 노원구의 에너지제로주택에서 만나볼 수 있다. 노원에너지제로주택은 화석에너지 제로를 표방하는 건축물로 국내 최초 에너지제로주택 실증단지다.
에너지제로 건축물은 말 그대로 에너지 제로를 표방하는 건축물을 가리킨다. 화석에너지를 대신해 태양력,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가스, 전기 등의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녹색건축물에 그 해답이 있다. 노원EZ센터에 따르면, 에너지제로(가전 제외)로 건축할 경우, 기존 건축물 대비 온실가스를 70~80% 감축할 수 있다.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은 공동주택으로 현재 121세대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구에는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의 홍보관인 노원EZ센터, 노원EZ체험주택이 있다. 노원EZ센터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건축물의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설립한 에너지제로주택 실증단지 교육홍보관이다. 노원 에너지제로주택 단지에 적용된 기술과 자재, 그리고 노력을 공유하고자 현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