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나트륨으로 만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현재의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한 생산 가격에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지 않아 안전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발전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에도 여파가 예상된다.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상용화
최근 스웨덴의 배터리 스타트업 기업인 노스볼트가 나트륨, 즉 소금을 주요 재료로 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나트륨이온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2차전지다. 나트륨은 기존 배터리 재료인 리튬이나 코발트, 니켈 등 광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온도변화에 민감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대부분의 광물을 중국에서 공급받는 의존도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이 그간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한계로 지목돼 왔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이야기는 배터리의 크기는 크고 주행거리는 짧다는 뜻으로 배터리의 가장 기본인 주행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동시에 부피를 줄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노스볼트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데 성공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됐다.
노스볼트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 출력을 kg당 160와트시(Wh)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의 출력은 kg당 180Wh 수준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 구축될 ESS에 즉각 상용화될 전망이다. 또 저가의 전기차나 단거리 주행용 전기차, 배터리 공간이 작은 전기차에는 적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노스벨트에 따르면 나트륨 이온 배터리 관련해 선주문 규모는 550억 달러다. 한화로는 약 71조4000억원 규모다. 노스벨트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첫 견본품을 고객사에게 전달하고 나트륨이온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초기에는 주로 에너지 저장용으로 설계되고 향후 점차 에너지 밀도를 높여 전기차에까지 적용될 전망이다.
중국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 투자 확대
나트륨으로 만든 배터리 개발과 상용화에는 중국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중국 JAC모터스는 세계 최초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 자동차인 화시엔지를 공개했다. 화시엔지는 중국 과학원물리연구소가 2017년 설립한 배터리 공급사 하이나테크놀로지가 개발한 25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중량당 에너지 밀도는 140Wh/kg 으로 1회 충전시 최대 2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중국의 배터리 기업 CATL은 지난 4월에 올해부터 일부 차량에 나트륨 기반 배터리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간 CATL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존 구디너프 교수를 기술 자문으로 초빙해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연구해 왔다. 이에 2021년 에너지 밀도가 160Wh/kg인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하고 현재는 2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의 자회사 핀드림스는 지난 6월 화이하이 홀딩 그룹와 함께 장쑤성 쑤저우에 14억달러 규모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비야디는 테슬라에 이어 전 세계 EV 판매량 2위 업체고 화이하이는 스쿠터 등 소형 EV 제조업체다. 비야디와 화이하이의 첫 나트륨 이온 배터리 제조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마이크로 차량용 나트륨 배터리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중국 내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장 규모 중 최대 규모다.
기업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 역시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과 상용화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중관춘 에너지저장 산업기술연맹은 제2회 나트륨 이온 배터리 산업 개발 포럼를 통해 비야디의 자회사 포디배터리와 SVOLT, 펑후이에너지 등 총 17개 나트륨 이온 배터리 기업이 안정성 평가를 통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배터리 기업들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 주목하면서 반대로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은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에도 여파
현재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종류의 배터리에 비해 초기에는 비용이 비싸지만 긴 수명으로 주기적으로 교체를 하지 않아도 돼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또 충전 속도가 빠르고 급속 충전이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손 꼽힌다.
반면 고온에서 작동할 경우 배터리의 수명이 단축되고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단점도 있다. 과충전이나 과방전으로 인한 열 발생이나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 등은 폭발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안전 문제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해결하지 못할 과제로 남는다. 특히 주요 재료인 리튬이 희귀 광물이고 일부 국가에서만 채취할 수 있어 몇 개 국가가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치명적 단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1년 동안 리튬 생산량은 늘로 전기차 산업이 주춤하면서 리튬 가격이 약 70% 하락했다. 이런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나트륨 가격은 더욱 저렴하다. 또 나트륨은 희귀 광물인 리튬에 비해 풍부해 전 세계의 암염이나 소금물에서 확보가 가능하다. 이에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보다 30~40% 정도 가격이 낮아진다. 배터리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은 전기차의 가격도 함께 내려간다는 것을 뜻한다.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 NEF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보급으로 오는 2035년까지 리튬 수요의 27만2000톤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연간 비중의 7% 수준이다. 앞으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이 확대될수록 리튬 수급은 원활해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기업들은 효율적인 배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이는 향후 배터리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