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찬성과 반대 사이...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관건
【연속기획】 찬성과 반대 사이...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관건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12.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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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농축산업 단체, '농협법 개정안' 통과 촉구
전국 농·축협 조합장 300여명 법사위 규탄 집회
농협법 개정안 중 중앙회장 연임 허용 두고 고심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 일명 농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업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사진/뉴시스)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 일명 농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업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 일명 농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업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가운데 찬반 의견이 여전히 뜨겁다. 농업계는 농업과 농촌, 농업인을 위한 농협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의 조속적인 통과를 촉구했다. 농·축협 조합장들 역시 법안처리가 지연될수록 농업계와 농협의 혼란을 우려하며 농협법 개정안 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여부를 반대하는 정치권의 입장도 만만치 않아 통과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32개 농축산업 단체 개정안 통과 한 목소리

지난달 7일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소속 32개 농축산 단체는 국회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과 농촌, 농업인에 대한 농협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어렵게 마련된 농협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그간 농축산 단체는 농협법 개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성명과 기자회견을 열어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이들은 농협법 개정안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오랜 숙의를 거쳐 합의로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전체회의에서 안건 상정도 하지 않는 등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은 법사위 회부 후 6개월이 넘도록 농촌 현장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협법 개정안의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 일부 법사위원의 행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고의적 방기가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농업과 농촌, 농업인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라 주장했다. 

또 이들은 법사위의 관행인 전원 합의제를 고수할 경우 사안의 특이성이 고려되지 않고 모든 법안에 이런 논리를 적용한다면 단 한명의 반대에도 입법이 무산될 수 밖에 없다고 걱정을 나타냈다. 농축산업 32개 단체는 농업계의 숙원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0일 전국의 전현직 농·축협 조합장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농협법 개정안 신속 처리를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0일 전국의 전현직 농·축협 조합장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농협법 개정안 신속 처리를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전국 농·축협 조합장 300여명 법사위 규탄

여기에 지난달 20일에는 전국 농·축협 조합장 300여명이 국회에 모여 농민을 대표하는 농해수위 위원들이 농업계의 의견을 담아 장기간 심사숙고해 만든 법안을 일부 법사위원들이 정치적으로만 판단해 반대하는 것은 월권이자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 법사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3월 기준 전국의 농·축협 조합은 1114개다. 이 중 농협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조합장은 88.7%에 달한다. 이들은 농협법 개정안의 가장 큰 논란인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조합장들이 짊어질 몫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과 관련된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농협의 로비가 실제 있었다면 농협법 통과가 오히려 쉬웠을 것이며 의혹을 일축했다.

또 현재 농협중앙회장의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조합장들의 선택권을 대놓고 뺏어가겠다는 것이라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조합장들은 법사위가 국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농협법 처리를 지연시킨다면 법사위 위원의 개인 이해관계가 엮여 있거나 회장 선거에 관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조합장들 외에도 ​국회 농해수 위원들을 비롯해 홍문표·박덕흠·김학용·송석준·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개호·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해 농협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농협법 개정안은 정치권에서 여야와 상관없이 찬반이 나오는 법안이다. 찬성의 입장을 낸 의원들은 농업이 주축을 이루는 지역구의 의원들이다.

지난 9월 18일 소병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월 18일 소병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 내 농협법 개정안 반대도 여전

반면 정치권에서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위 대변인은 농민의 민주성이 더욱 강화되어도 모자라는 지금, 현 농협중앙회장의 권력을 강화하는 법안이 시급한 사안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당 차원에서 농협법 개정안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의당은 농민조합이 더욱 민주적 연합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실상 간선제와 마찬가지인 조합장 직선제가 아니라 농민 조합원의 직선제가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공동의 목적이 아닌 독자적 이익을 추구하는 농협중앙회에 회장의 연임까지 허용된다면, 농협의 개혁은 점점 멀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의 발전을 위함이라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여부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성희 회장이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까지 가중됐다. 또 김의겸 의원과 이탄희 의원, 박주민 의원, 설훈 의원 등도 과거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가능했을 시기에 횡령과 배임 등 폐단이 있었던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과 같이 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 중 산림조합이나 수협은행 등이 관례적으로 회장의 연임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제한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편, 법사위는 오는 5일 제13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어 농협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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